겨울에 웬 벼베기?..'채소 → 벼 → 벼' 3모작 국내 첫 성공
[경향신문]
아침저녁으로 영하의 기온이 이어지고 있는 겨울에 벼베기가 진행됐다.
충남농업기술원은 지난 4일 청양군 청남면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빠르미 시설하우스 3모작’ 수확 행사를 개최했다.
빠르미는 충남농업기술원이 국내외 조생종 품종을 교배해 개발한 벼 품종으로 이앙부터 수확까지 기간이 70일 안팎에 불과한 극조생종 벼다. 국내 벼의 대표 품종인 삼광의 재배 기간이 140일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수확까지 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이 비닐하우스에서는 지난 1~5월 수박을 재배한 뒤 6월9일 빠르미를 1차로 이앙해 69일 만인 8월17일 수확했다. 이후 8월26일 다시 빠르미로 모내기를 실시해 이번에 또 수확하는 기쁨을 맛봤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채소 등 다른 작목+벼+벼’ 형태의 3모작이 최종 단계까지 성공을 거둔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충남농업기술원은 지난 10월 ‘토마토+벼+오이’ 형태의 3모작을 성공한 바 있다.
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윤여태 박사는 “지난 7월 말 폭염 속에서 벼를 수확했는데 이번에는 영하를 넘나드는 날씨 속에 벼베기가 진행됐다”면서 “빠르미를 이용한 비닐하우스에서의 3모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실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농업기술원은 쌀 생산량이라는 측면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1차 재배 당시 쌀 수확량은 10a(1a=100㎡)당 350㎏으로 조사됐고, 2차 재배 시의 쌀 수확량은 10a당 300㎏ 수준으로 나타났다. 2차례 걸쳐 수확한 쌀의 양은 650㎏으로 지난해 충남지역 10a당 평균 쌀 수확량 516㎏을 뛰어넘었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하우스 내 논의 염류를 제거하는 것이 이번 3모작의 주요 목적 중 하나였기 때문에 1차 재배 때는 비료를 쓰지 않았고, 2차 재배 때는 소량만 썼는데도 생산량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당진의 빠르미 대량 재배 단지(노지)에서는 1차례 수확량이 10a당 520㎏을 기록한 바 있다.
농업기술원 측은 “올해 빠르미를 이용해 시도한 노지에서의 2모작(마늘+벼)과 시설하우스 안에서의 벼 3모작을 모두 성공했다”면서 “빠르미 벼를 키우게 되면 시설하우스에서 수박 등 다른 작물을 재배할 때 집적되는 염류를 제거하는 데 효과가 크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농업기술원은 빠르미를 다른 작목과 연계해 재배하면 논 이용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농가 소득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재배기간이 짧아 물 사용량은 30% 이상, 비료 사용량은 10% 이상 각각 절약할 수 있으며,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빠르미가 개발되면서 국내의 햅쌀 첫 출하 시기가 8월 하순에서 7월 하순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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