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홍남기 아들의 '특혜 입원' 의혹
[경향신문]
이른바 ‘엄빠(엄마·아빠) 찬스’가 ‘공공의 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공정의 가치를 해치기 때문이다. 공정성은 건강한 사회의 토대이자 사회 구성원들에겐 희망의 씨앗이다. 돈도 ‘빽’도 권력도 없는 사람들에게 ‘엄빠 찬스’의 목도는 공정성의 상실을 뜻한다.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좌절감을 안겨 사회적 갈등과 증오를 유발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사회가 공정하다는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함께 사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한 이유일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아들(30)의 서울대병원 특혜 입원 의혹에 휩싸였다. 응급 환자도, 코로나19 확진자도 아닌 아들이 지난달 24~26일 서울대병원 특실에 입원해 치료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는 여느 병원처럼 코로나19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입원치료를 제한한 상황이었다. 실제 그 아들도 다른 병원에 갈 것을 권고받고 이동 중이었는데, 다시 서울대병원의 연락을 받아 병실을 차지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당일 홍 부총리가 김연수 서울대병원장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상식적으로 봐도, 두 사람의 통화 이후 병실이 확보된 것은 특혜 의혹을 피해가기 어렵다. 요즘 병실 구하기가 얼마나 힘든가.
5일 한 시민단체는 홍 부총리와 김 병원장을 직권남용·업무방해·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앞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와 서울대병원분회 등은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이 이어진다.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최고위원은 “(입원 제한 속에) 어떠한 연유에서였는지 홍 부총리님 아들은 입원치료 후 퇴원까지 했다”며 “서울대병원은 일반인이 가도 이렇게 특실에 입원 가능한 곳인지 처음 알게 됐다”고 꼬집었다.
기재부는 “병실 사용료가 높아서 남아 있던 특실에 입원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작 홍 부총리는 아직까지 명확한 해명이 없다. 국민들의 분노를 돋우려고 작정한 것이 아니라면 즉각 직접 해명에 나서야 옳다. 고위공직자로서의 의무이자 국민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다. 뭉개고 있을 일이 아니다. 민감한 ‘아빠 찬스’ 의혹, 의료체계 공정성마저 흔드는 특혜 의혹이다.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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