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꼬집은 김종인? "경제 큰 상식 없는 사람들이 자유주의자 행세"

한기호 2021. 12. 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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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코로나 황폐화 계층 우선 수습, 경제구조 계속 가나" 尹과 공약 논의
'김병준 자유·김종인 국가주의자' 묻자 "코로나에 뭘 위한 자유주의자?" 불쾌
김병준과 '자유' 통한 尹 "김종인, 정책말씀"..손실보상·분배론 접점 있을 듯
국민의힘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김병준(왼쪽)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김종인(오른쪽) 총괄선대위원장.연합뉴스 사진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원톱' 지휘를 맡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선대위 정식 발족(6일)을 하루 앞둔 5일 윤 후보를 만나 사실상 정책 아젠다 코칭을 했다. 그런데 '자유·자율·창의'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워 온 윤 후보,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각을 세우는 듯한 언급도 나왔다. 김 총괄선대위원장은 선대위 합류에 앞서 윤 후보가 적극 신임한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임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쳐온 바 있다.

김 총괄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45분쯤 서울 여의도 당사로 나와 윤 후보와 만나 약 1시간 대화했다. 회동 직후 당사를 나서던 김 총괄위원장은 기자들로부터 윤 후보와 나눈 이야기에 관해 "윤 후보와 앞으로 선대위 관련해 얘기 좀 했다"며 "앞으로 공약개발 같은 건 어떻게 할 것이냔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금 당면한 현실에서 무엇부터 후보가 가장 관심을 갖고 국민을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약 개발 논의 초점에 관해 "국민들께서 갑자기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과거보다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단 점에서 굉장히 불안해하시는 게 현실"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지금 현재진행형인데 내년 대선을 비롯해 그 이후까지도 다시 확산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부 사회 계층이 경제적으로 황폐화하는 상황을 겪고 있기에 그런 걸 1차적으로 다음 대통령이 어떻게 조기에 수습할 수 있을 것이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아울러 국제정세나 모든 걸 종합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경제 구조 등이 이런 상태로 계속 가야 하느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동안 윤 후보가 방향성이 없었단 것이냐'는 질문엔 "그게 아니라, 비전이나 방향성을 우리가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김 총괄위원장은 지난 제18대 대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에선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중도표 확보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보수층 내에서 좌(左)클릭 논란의 불씨가 됐다는 비판도 있어왔다. 그는 이번 대선에선 코로나19 확산 이후 심화한 '양극화' 해소와 '약자'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 총괄위원장은 취재진으로부터 '일각에선 김병준 상임위원장은 자유주의자이고, 김종인 총괄위원장은 국가주의자라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아니, 무슨 국가주의자가 저기 따로 있고 또 자유주의자는 따로 있겠느냐"며 불쾌감을 에둘러 드러냈다.

그는 김 상임위원장을 직접 거명한 뒤 "일반적으로 경제에 대해 큰 상식이 없는 사람들이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시장경제 개념을 내세워 마치 자유주의자처럼 행색을(행세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예를 들어 사실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했는데, 국가가 개입하지 않으면 그거 누가 해결할 것인가. 이건 일반적인 상식"이라며 "국가주의자, 자유주의자라니, 도대체 무엇을 위한 자유주의자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김 총괄위원장의 비판은 '무(無)정부주의' 수준의 자유방임주의를 향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윤 후보가 총 50조원의 직접 자금 및 융자 지원을 통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대책을 공약한 데 대해 "제가 작년 4월경 코로나19 사태가 중장기적으로 갈지도 모르니 100조원 정도 예산을 확보해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거기 종사하시는 분들의 생존과 생계를 어떻게 보장해줄 거냐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라며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 이런(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런 걸 고려한다면 자유주의자 혹은 국가주의자란 식의 구분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당사를 나선 윤 후보는 김 총괄위원장과 논의 내용에 관한 질문에 "정책이라든가 큰 부분에 대한 말씀을 좀 들었다"면서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앞으로는 상시적으로 이야기를 해 나가야 하지 않겠나.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고만 했다.

한편 김 상임위원장은 김 총괄위원장 합류 이전인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선대위에서 역할을 맡아 윤 후보를 돕기로 한 배경으로 "(윤 후보의 정치 참여 선언 이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자유주의의 이상과 한편으론 자유주의 철학이 강한 것을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한편으론 우리 사회의 공평이란 가치, 배분과 분배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에 대해 기본적이고 투철한 관념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분 같으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생각을 했다)"고 '분배' 문제에도 적잖은 비중을 뒀다.

김 상임위원장은 그 이틀 뒤(28일) 기자회견에서도 "이 시대는 접속과 연결의 시대다. '단결'이나 '일사분란'과 같은 집단중심의 가치보다 자유로운 개인의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공동체와 공동선(善)에 대한 높은 의식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각을 세웠다.

그는 이달 1일 공개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역시 "역사의 방향은 개인의 자유권이 확대되는 자유주의 흐름이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역사의 흐름을 뒤로 돌리게 된다"며 "윤 후보는 규제개혁과 자유시장경제, 개인의 자율권 확대를 추구한다"고 대조했다.

또한 "(윤 후보는) 국가경영에 관한 기본철학이 돼 있어서 정책은 그 위에 입히면 된다"며, 대선 캐치프레이즈론 "개인의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신바람 나게 뛰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소설이고 시고 그림이다. 우린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제시했다.

다만 불과 이틀 뒤(3일) 윤 후보와 '김종인 전권론자'이던 이준석 당 대표의 '울산 담판'으로 김 총괄위원장 합류와 함께 선대위 재편이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윤 후보와 '철학 코드'를 맞춰온 김 상임위원장의 향후 위상이 어떻게 설정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윤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으로 "내일(6일) 선대위 출범식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김병준·이준석 두분 상임선대위원장, 그리고 우리의 동지들과 함께 단합된 힘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혀둔 터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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