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도 나스닥 하시네, 실버 서학개미 2배 늘었다

홍준기 기자 2021. 12. 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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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해외주식 계좌, 1년새 10만→20만개로

10년 넘게 주식 투자를 해온 은퇴자 김모(62)씨는 올해 삼성전자⋅카카오 등을 팔아서 손에 쥔 2억원으로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관련 기업 엔비디아와 ASML 주식을 샀다. 김씨는 “해외 주식 투자가 익숙하진 않지만, 코스피 투자와 마찬가지로 우량주 위주로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도전해보기로 했다”고 했다. 주변에서는 김씨에게 ‘투자 이민’을 갔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5일 금융감독원이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계좌는 386만8203개로 작년 말(189만6121개)의 2배쯤으로 늘었다. 20대와 30대는 증가율이 100%(2배)에 못 미치는데 60세 이상은 9만4537개에서 2배 수준인 19만3475개까지 늘었다. 증시 관계자들은 “올 들어 국내 증시가 횡보하자 60대 이상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 투자에 나선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계좌 5년 만에 45배, 배당 3억달러 돌파

2016년 말까지만 해도 8만5630개에 그쳤던 개인 투자자 해외 주식 계좌는 5년 만에 45배(386만8203개)로 늘어난 상황이다. 2019년 말 144억5300만달러였던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유 금액은 지난해 470억7700만달러까지 늘었다. 올해(지난 1일 기준)는 782억5200만달러까지 불어났다.

올 들어 해외 주식 거래 대금(매수액+매도액)은 3608억6100만달러로 지난해(1983억2200만달러)의 1.8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순매수 규모도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20조원 이상이었다. 월간 기준으로는 2019년 9월 이후 지난달까지 27개월 연속 해외 주식 순매수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서학개미들이 해외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받은 배당(ETF는 분배금)은 사상 처음으로 3억달러를 넘어섰다. 3억352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배당(2억3584만달러)보다 1억달러 정도 증가했다. 6년 전인 2015년(5403만달러)의 6배가 넘는다. 가장 많은 배당을 받은 종목은 애플(2032만달러)이다.

◇60세 이상 실버 서학개미 증가

서학개미 계좌 수만 보면 30대(123만1440개)와 20대(94만5084개)가 주력이다. 하지만 작년 말 대비 증가율을 보면 30대는 95.8%, 20대는 86.8%인데 60대는 111.8%다. 은퇴 세대도 해외 증시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김지혜 미래에셋증권 압구정WM 지점장은 “최근 은퇴 세대는 은퇴 자산의 일부를 우량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특히 해외 ETF나 글로벌 리츠 등에 분산 투자하여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배당 수익과 가격 상승에 따른 평가 차익을 동시에 노리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10세 미만 2.7배로 늘어 증가율 1위

10세 미만의 ‘어린이 서학개미’도 급증했다. 계좌 수 증가율은 10세 미만이 169.5%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 작년엔 2만7083개였는데 올해 7만3002개로 증가했다. 장기 투자와 금융 교육 등의 이유로 아이들에게 해외 주식을 사주는 부모들이 늘어난 것이다. 30대 후반 직장인 윤모씨는 일곱 살 딸에게 올해 테슬라와 디즈니 주식을 선물했다. 윤씨는 “테슬라는 40% 수익, 디즈니는 18% 손실이 난 상태지만, 단기적인 손익은 신경 쓰지 않고 아이에게 꾸준히 주식을 더 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좌 수 증가율은 10세 미만에 이어 50대(128.2%), 10대(122.3%), 40대(120.2%) 순으로 높았다.

◇수익률 격차가 서학개미 증가 원인

실버에서부터 어린이까지 서학개미가 늘어나는 이유는 국내 증시보다 높은 ‘수익률’이 원인이라고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 19일까지 서학개미들의 올해 순매수 1위 종목인 테슬라의 경우 평균 777.15달러에 순매수했는데, 3일 종가(1014.97달러) 기준으로 수익률이 30.6%에 달한다. 반면 올해 국내 주식 순매수 1위인 삼성전자는 평균 순매수 가격이 8만700원인데, 3일 종가(7만5600원)와 비교하면 -6.3%를 기록하고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서학개미들은 대부분 우량주에 투자하고 있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매수가 이어지기 때문에 수익률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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