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인사 키워드 다섯..'FIIGM'에 조직미래 맡겼다

신중섭 2021. 12. 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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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2022 인사 트렌드 대해부]②
여성·혁신·공학도·해외통·MZ세대
30·40대 중심 세대교체..여성 임원 증가
조직개편·해외통 사장 등 '글로벌' 힘줘
산업공학과 출신 CEO 약진 돋보여

[이데일리 신중섭 이준기 기자] FIIGM. 여성(Female)·혁신(Innovation)·산업공학과 출신(Industrial Engineering)·글로벌(Global)·MZ세대의 알파벳 앞글자를 딴 이 단어는 올해 단행하고 있는 기업들의 내년도 정기인사 트렌드를 관통하고 있다. 멈추지 않는 코로나19 사태와 이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 산업 대전환, 대선 등 격변하는 글로벌 경제·정치 환경을 고려, 최고위 임원은 유임시켜 조직 안정을 꾀하면서도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실력 있는 임원은 대거 중용, 과감한 인적 쇄신에 나섰다는 게 재계 안팎은 물론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사장 유임, 임원 교체…글로벌·여성·산공과 ‘눈길’

5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그룹은 ‘안정 속 혁신’에 방점이 찍힌 연말 인사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2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 SK그룹이 가장 대표적이다. SK그룹은 임기가 남은 대표이사를 모두 유임시켜 주요 계열사의 사장단을 유지했다. 동시에 40대 사장과 30대 부사장을 배출하는 파격적인 면모도 드러냈다. 1975년생인 노종원 SK하이닉스 미래전략담당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인 이재서 전략기획 담당이 무려 39세(1982년생)의 나이로 부사장에 오른 것이다. 최태원 회장이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대응, 더 나아가 조직 내 혁신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지를 이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000660)는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총괄’ 조직을 신설, 노종원 신임 사장으로 하여금 조직을 이끌도록 했다. 유임된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인사이드 아메리카’ 전략 실행을 위해 신설하는 미주사업 조직을 맡는다.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인사를 단행한 LG그룹도 마찬가지다. ‘전자맨’인 권봉석 LG전자(066570) 사장을 ㈜LG 최고운영책임자(COO·부회장)로 올리고 ‘해외 전략통’인 조주완 LG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을 그 자리에 앉히며 글로벌과 혁신이란 두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구광모 회장의 속내가 드러난 것이다. 대신 2018년 구 회장 취임 이후 최대 규모인 132명을 신임 상무로 승진시켜 ‘세대 교체’ 바람을 일으켰다. 이 가운데 62%는 40대 젊은 임원으로 배치했다. 이에 따라 전체 임원 중 1970년대생 비중 또한 지난해 말 기준 41%에서 52%로 늘며 올해 처음 절반을 넘어섰다. 네이버는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한 빅테크 기업답게 MZ세대인 최수연(40) 책임리더가 CEO로 내정됐다. 네이버에는 1980년대생 임원이 14명이나 되고, 인공지능(AI) 개발을 총괄하는 정민영 책임리더는 34세에 불과하다.

여성 임원의 증가도 두드러졌다. LG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전무 1명, 상무 8명 등 여성 임원 9명을 발탁했다. 1980년생인 신정은(41) LG전자 상무는 이번에 승진한 LG 임원들 중 최연소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번 인사로 LG그룹 내 여성 임원 비중은 2018년 29명(3.5%)에서 현재 55명(6.2%)으로 확대됐다. SK그룹도 여성 임원 8명을 선임하는 등 매년 숫자를 늘려가고 있다. SK그룹의 여성 신규 임원 수는 2020년 27명에서 전체 임원의 4.8%인 43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산업공학과’ 출신의 약진도 눈에 띈다. 산업공학과는 공대임에도 기술·경영을 두루 배울 수 있는 만큼 기업의 혁신 전략 수립 차원에서 강점으로 작용하는 전공으로 평가 받는다. 이번에 승진한 권봉석 ㈜LG 신임 부회장과 장동현 SK㈜ 신임 부회장 모두 서울대 산공과 출신이다. 국내 통신 3사 CEO와 고동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모두 산공과를 나왔다.

삼성·현대차 곧 인사…비슷한 기조 이어갈 듯

이번 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의 연말 인사에서도 비슷한 인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에선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고동진 정보기술(IT)·모바일(IM)부문 사장 등 ‘3인 대표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 이 부회장이 아직 가석방 신분이라는 점이 그 이유로 꼽힌다.

다만 ‘뉴삼성’을 실현하기 위해 부사장 이하의 임원 승진 폭은 넓힐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삼성전자는 최근 부사장과 전무 등 임원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합하고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을 폐지하는 등의 내용의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 성과만 있으면 30대 임원, 40대 CEO가 탄생할 수 있도록 했다. 임원급의 경우 해당 개편안이 이번 정기 인사부터 곧바로 적용된다.

이달 중하순 인사가 예상되는 현대차 그룹도 ‘안정 속 쇄신’을 추구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 10월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두 번째로 단행하는 인사다. 정 회장 취임 당시 장재훈 현대차 사장, 신재원 현대차그룹 UAM(도심항공교통) 사업부장(사장), 조성환 모비스 사장 등이 발탁된 바 있다. 이에 이미 큰 폭의 인사가 진행된 만큼 수뇌부에 대한 인사보다는 전기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수소 분야 등에서 깜짝 임원 발탁으로 조직 변화를 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젊은 세대를 비롯해 신산업을 이끌 수 있는 새 인물을 찾는 모습”이라며 “삼성 또한 국가전략기술산업이라고 하는 반도체, 배터리, 백신 세 가지 사업을 바탕으로 비슷한 인사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신중섭 (dotor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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