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검을 압수수색하라" 이성윤 수사팀, 공수처에 의견서

양은경 기자 2021. 12. 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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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총장, 감찰결과 공개 지시해야"
검찰 내부망에도 글 올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관들이 지난달 29일 오전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사건 관련 압수수색을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이성윤 공소장 유출’을 수사중인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수원지검 수사팀이 공수처에 수사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검을 압수수색하라’고 방향을 조언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냈다. 공수처의 압수수색 결과를 분석해 수사팀은 유출과 관계가 없다는 주장도 담았다. 잇따른 영장 기각으로 수사능력을 의심받게 된 공수처에 대해 수사 대상이 된 검사들이 ‘훈수’를 뒀다는 평가다.

◇”수사팀은 유출과 무관, 대검 감찰부 압수수색하라”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성윤 고검장 기소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 3일 공수처에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에 대한 의견서를 냈다.

지난 5월 이성윤 고검장이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기소된 직후 공소장 편집본이 일부 검사들 사이에 돌았고 언론에도 그 내용이 보도됐다. 대검 감찰부가 유출자를 찾으려다가 실패했지만, 공수처가 친여 성향 시민단체 고발을 계기로 수원지검 수사팀을 겨냥하고 나서면서 최근 수사팀 메신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수사팀은 “기소 직후(5.12)부터 공소사실 유출이 된 5.13 오전까지 수사팀은 누구도 통합검색 시스템에 접속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수사팀은 “공소장은 검사에게 심혈을 기울인 작품 같은 것으로, 출처불명으로 편집된 채 돌아다는 것을 바라는 검사는 없다”며 “대검 감찰부가 광범위한 진상조사를 한 만큼 공수처가 먼저 그 결과부터 압수수색하라”고 했다.

수사팀은 공수처 압수수색 결과도 분석해 의견서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수사팀장인 이정섭 부장검사 등 7명의 이메일, 내부 메신저 내역 등을 압수수색했는데 구성원들간에 공소장 내용을 검토해 오타 등을 수정한 내역만 나타났고 외부 유출이나 ‘편집본’ 형태의 공소장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근거를 알 수 없다” “설명이 안 돼 있다” 공수처 영장 문제점 지적

수사팀은 이메일 등에 대한 공수처 압수수색 영장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공수처는 ‘유출’ 피의자에 대해 형사사법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으로부터 받았다고 하면서도 그 신원에 대해서는 ‘일체 알 수 없다’고 적었었다. 수사팀은 “형사사법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으로부터 받았다고 적었는데 도대체 그 근거는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아울러 “공무상비밀누설이라는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해야 한다”며 “공소장을 어떻게 취득했는지도 전혀 설명돼 있지 않다”고 했다.

◇” 공무상 비밀, ‘공수처 독자 견해’ 아닌가”

공수처는 압수수색 영장에서 공소제기 후 첫 재판 기일 전의 공소장 내용은 공무상 비밀이라고 적었다. 수사팀은 이에 대해 “대부분 법조인들의 견해는 공무상 비밀이 아니라고 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공수처의 견해가 독자적인 것이 아닌지 재검토하기 바란다”고 했다.

수사팀은 “‘비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공개될 경우 그 내용 자체로 국가 기능을 위협받아야 하는데 기소 후 공소장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 구성원 누구나 열람할 수 있고, 당사자에게 열람·복사를 허용하며 언론을 상대로 보도자료도 내기 때문이다.

첫 재판 기일 전의 공소장 공개를 문제삼은 데 대해서도 “극단적으로 첫 재판 10분 전에 공소장이 공개되는 것과, 재판 후 검사가 공소장 내용을 낭독해 공개되는 것이 국가기능 침해에 차이가 있는지 설명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의견서 기록에 붙여야, 아니면 형사문제 될 수도”

수사팀은 의견서에 “이 의견서는 반드시 수사기록에 붙이고 영장청구 때도 법원에 제출돼야 한다”고도 적었다. 수사대상자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개진한 것이므로 공수처가 마음대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 공용서류 은닉 등의 형사적 문제도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도 했다.

형법 141조의 공용서류 은닉은 공문서 등을 손상 은닉하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범죄다. 공수처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의견서를 숨기는 것 자체가 또하나의 범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한 관계자는 “수사 주체인 공수처가 수사 대상인 검사들로부터 ‘수사미진’ 지적을 받은 데다 증거 은닉 가능성까지 경고받은 셈”이라고 했다.

◇수사팀, 대검 감찰부에 “감찰 결과 밝히지 않으면 정보공개 청구”

수사팀은 5일 오후 공수처에 제출한 의견서 내용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리며 대검 감찰부에 감찰 결과 발표를 촉구했다. 수사팀은 “대검 감찰부는 충분한 진상을 파악하고 있음에도 구성원들이 무고하게 수사를 받고 대검이 수시로 압수수색당하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며 “6개월 이상 진행한 진상조사 결과를 신속하게 발표하지 않으면 수사팀이 정보공개를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월 박범계 법무장관의 지시에 따라 ‘이성윤 공소장 유출’ 진상조사를 시작한 대검 감찰부는 현재까지 감찰 결과를 밝히지 않고 있다. 감찰부 수장인 한동수 감찰부장은 조국 전 장관이 사퇴 전 임명한 인물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당시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수사팀은 또한 “총장님께도 호소드린다. 대검 감찰부가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해 무고한 검사들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시해 달라”고 했다. 아울러 “공소제기 후 공소사실이 비밀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대검찰청의 입장을 명확히 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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