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정위 "해운사 담합했다..최저운임 82차례나 협의"
"적법한 행위" 업계서는 반발
국내외 해운사들의 동남아 항로 운임 담합에 대해 최대 800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논의할 공정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공정위와 해수부 및 해운사간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외 선사 23곳에 발송한 동남아 항로 운임 공동행위 관련 1000쪽 분량의 심사보고서를 통해 선사들이 운임을 인위적으로 인상·유지하는 등 '경쟁 제한적'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5일 매일경제가 확인한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공정위가 부당한 공동행위로 본 총 122건의 세부협의 중 82건이 최저운임 협의였다. 최저운임 협의는 저운임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운임 유지를 위해 국내·외 선사들 간 운임 마지노선을 정하는 공동행위다.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3년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동정협)는 수출 항로에서의 시장운임 회복을 목적으로 최저운임 가이드라인(AMR)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2005년부터는 에버그린(7위), 양밍(9위), 완하이(10위) 등 외국적 선사들도 동남아항로 AMR 합의에 동참했다.
심사보고서는 '아시아역내항로운임협정(IADA)'과 동정협을 중심으로 이뤄진 122건의 공동행위 협의를 카르텔 회의로 봤다. IADA는 아시아 역내 운항 선사들 간 결성된 국제 협의체로 1992년 발족해 2018년 해체까지 HMM, 한진, 머스크, 에버그린 등 글로벌 선사들이 가입했다. 최고의결기구회의(PGM)에서 항로 운영방향이 정해지면 국가별 회의(LAC)에서 논의하는 구조다. 국내에는 'IADA KOREA LAC'가 존재했다.
심사보고서는 선사들이 세부협의를 신고하지 않았고 화주에게 통보하지 않은 것을 위법으로 봤다. 또 "피심인들이 화주들에게 운임 인상 사실을 알릴 때 공동행위를 연상하는 단어 사용을 금지했다"고 적었다.
반면 해운법 소관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주된 공동행위 19건이 모두 신고가 됐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신고된 운임회복 폭 범위 내에 있는 낮은 수준의 세부실행협의(시장운임)는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해운업계도 공정위 심사보고서의 해석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사들이 적법한 공동행위라는 인식 아래에서 취한 행동을 공정위가 왜곡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태국 노선을 예로 들면 2003년 TEU당 400달러에서 2018년 220달러로 절반 가까이 AMR이 하락하는 식으로 부당한 이득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심사보고서는 선사들이 합의한 운임 준수를 점검해 벌과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공동행위로부터 탈퇴하는 것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로 봤다. 그러나 해운업계에 따르면 탈퇴는 자유롭게 이뤄졌다. 실제로 2010년 TSL, 2013년 팬오션, 2016년 한진해운이 자의로 IADA를 탈퇴했고 2018년까지 CNC, 머스크, 에버그린, 완하이 양밍 등이 탈퇴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사들의 입장은 명확하다"며 "UN 정기선헌장에서 국제운임협의를 허용한 뒤 한국도 공동행위를 허용했고 우린 해운법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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