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 규제 넘게 적극 도와야죠"

김광수 2021. 12. 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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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 한국해양진흥공사 김양수 사장

지난 8월 취임한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한국해양진흥공사 제공

2017년 2월 우리나라 빅3 해운회사의 하나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국내 해운업계는 휘청거렸다. 국내 해운업계가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수·출입 물량의 99%를 담당하기에 파장은 컸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해운업계 부흥을 꾀하고 근본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2018년 7월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공사)를 설립했다. 해양강국 명성 회복의 구원투수를 자처한 공사는 지난 3여년 동안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9일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안 본사에서 김양수(53) 2대 공사 사장을 만났다.

“미래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어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지난 8월 23일 황호선 초대 사장에 이어 임기 3년의 2대 사장에 취임한 김 사장은 100여 일을 맞은 소감을 묻자 “공사는 국내 해운업계 재건을 돕기 위해 탄생한 공기업이어서 어깨가 무척 무겁다”고 말했다. 한국 해운업계는 한진해운 몰락과 함께 최대 위기를 맞았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국면에서 변곡점을 맞았다. 국내 해운업계 매출을 보면 한진해운 파산 전에는 39조원, 한진해운 파산 뒤에는 29조원이었는데 지난해 36조원을 달성했고 올해는 40조원이 예상된다. 김 사장은 “코로나19로 주춤했던 북미와 유럽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화물 운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표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해운 재건은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성과는 세계 물류 수요 회복 때문만이 아니라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2018년부터 국내 선사들이 선제 투자를 하고 체질개선을 하면서 운임 상승 효과를 더 크게 누릴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세계 해운업계가 투자를 망설일 때 공사가 지난 3년5개월 동안 HMM(옛 현대상선) 등 92개 국내 선사에 친환경 선박 구매와 시설개선에 필요한 6조3866억원을 꾸준히 투자하거나 대출보증을 선 것이 세계 해운 경기 회복과 맞물리면서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모처럼 국내 해운업계가 웃고 있지만 더 강력한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확산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항만 노동자들이 방역수칙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확진자가 나오면 모든 작업이 멈추기 때문에 컨테이너가 항구에 쌓이고 내륙으로 물량이 빠져나가지 못한다. 결국 변이바이러스가 계속 확산하면 화물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세계 해운업계가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해운 산업은 기본적으로 하이 리스크(고위험), 하이 리턴(고수익)입니다. 불황기에 대비해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해운업 부흥 위해 2018년 출범한
공사 2대 사장에 지난 8월 취임
“코로나 이후 업계 매출 증가
‘해운 재건’ 정부 투자도 한몫했죠
‘공사 선박 임대 사업’ 확대할 생각”

행시 34회로 해수부 30여년 근무

해운 산업의 불황에 대비하는 방법의 하나는 공기업이 선박을 사들여서 해운기업에 낮은 임대료를 받고 빌려주는 선주사업이다. 경기불황 때 선사들의 선복(화물을 적재하는 공간) 확보가 가능하고 선사의 자본 투입을 최소화하며 선박의 국외 헐값 매각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공사는 올해 처음으로 중고 탱커선 2척을 매입해서 국내 선사에 5년 동안 임대했다. 공사는 선주사업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또 공사는 선박 자산의 구매 초기에 민간은행 등 투자자에게 법인세 절감 혜택을 주는 ‘선박조세리스제도’를 2023년께 도입하려고 한다. 선박금융이나 선박 투자를 꺼리는 민간투자를 끌어내려는 의도다.

해운 산업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공사는 연간 250건 이상의 시황전문 보고서를 국내 선사에 무상 제공하고 있다. 또 지난해 7월부터 건화물선(철광석·석탄·곡물 등을 싣는 배) 종합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앞으로 컨테이너 종합지수를 국내 선사에 제공할 예정이다. 공사는 또 해운시황 예측 모형을 개발해 선사 경영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해운시황·선가예측 시스템을 통한 매출·손익 전망 및 임계치 추정, 개별선사들의 재무영업·시장 경쟁력을 종합 분석해서 국내 선사의 위기 대응력을 높여나가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내 해운업계는 당장 두 가지에 대비해야 합니다.”

김 시장이 꼽은 첫번째 과제는 환경규제다. 국제해사기구는 지난해부터 선박연료의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황산화물 함유량 허용치를 축소한 데 이어 2023년부터 선박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한다. 이에 대응해 공사는 국내 선사들이 낡은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면 새 선박 구매가격의 10%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탈황장치 등 친환경설비를 사면 특별보증을 해서 국내 선사가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6월엔 한국산업은행 등 4개 정책금융기관과 15억 달러 규모의 친환경 선박 건설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김 사장이 꼽은 국내 해운업계의 두번째 과제는 4차 산업혁명기술을 응용한 스마트·디지털화다. 그는 “스마트항만 구축사업 금융투자와 스마트선박 선박금융 강화, 국내 선사 블록체인 플랫폼 가입·구축 지원, 기술개발업체 공동투자, 해상운임지수 개발 현황조사·타당성 검토, 빅데이터 기반 컨테이너 노선 최적화 모형 개발 추진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해운기업 지속적인 지원, 경영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연안선사 지원 확대, 해운 산업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국적선사의 자생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제 경영혁신 지원을 공사의 중점 과제로 꼽았다.

전북 고창이 고향인 김 사장은 전주 상산고와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1990년 행정고시(34회)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해양수산부에서 30여년 근무하면서 대변인·기획조정실장·차관 등을 지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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