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 고쳤으나 시행일 모르는 '1주택 양도세 기준 상향'

한겨레 2021. 12. 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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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지난 2일 소득세법을 고쳐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렸다.

그 결과 이번 법 개정은 국회가 나서서 시행령을 고치고 시행일만 정부에 맡긴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어졌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이었다면 즉시 시행하면 될 일인데, 국회 의결법안을 정부에 보내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 절차를 거쳐야 하는 까닭에 시행일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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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 등을 담은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 처리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지난 2일 소득세법을 고쳐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렸다. 그런데 언제부터 시행될지 불확실해 시장에서 혼란이 일고 있다. 국회는 시행일을 정부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한 날’로 규정했다. 이 때문에 9억∼12억원 사이의 집을 이미 팔기로 계약한 사람들은 매수자에게 개정법 시행 뒤로 잔금 지급을 미뤄달라고 요청하며 보상 협상을 한다고 한다. 세법을 고칠 때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치부할 게 아니다. 이번 개정이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시장과 소통 없이, 그저 표를 고려한 여야 간 협상으로 급작스레 이뤄진 결과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주택자라도 양도세를 매기는 고가주택 기준가격을 올리기로 6월에 당론을 정했다. 8월에는 의원입법으로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애초 고가주택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어 정부만 설득하면 바꿀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를 법 개정으로 처리하려 한 것은 정부가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자감세’라는 여론의 비판, 기준을 고칠 경우 부동산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여당은 상당 기간 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예산국회 막판에 야당과 협상해 후다닥 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야당과 협상에서는 부자감세라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보완 방안으로 추진하던 ‘장기보유 특별공제’ 개편을 없던 일로 했다.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율을 양도차익 크기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개정 조항을 담기로 했다가 “야당이 반대해 합의가 어렵다”며 철회해버린 것이다. 그 결과 이번 법 개정은 국회가 나서서 시행령을 고치고 시행일만 정부에 맡긴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어졌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이었다면 즉시 시행하면 될 일인데, 국회 의결법안을 정부에 보내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 절차를 거쳐야 하는 까닭에 시행일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세법의 중요한 부분을 이렇게 가볍게 바꿔서는 안 된다. 시장의 불확실성뿐 아니라, ‘언제든 또 고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기 때문이다.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 여당이 이번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완화’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가 반대 의견을 내놨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일 “다음 정부에서 검토할 문제”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더는 시장 혼란을 키우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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