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절벽은 피해도 은행 문턱 더 높아질 듯
중·저신용자 총량제 제외땐
금융권 서민대출 관리 여유
개인별 DSR 등 규제 시행
주담대·신용대출 한도 줄어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내년도 가계대출을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관리하기로 한 것은 올해처럼 가계대출이 급증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꺾인 데다 내년부터 차주 단위(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강도 높은 규제책이 시행되면서 대출 수요 자체가 둔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저신용자 대출은 내년 가계부채 총량 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은행들의 대출 여력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에는 금융권의 대출 총량 한도가 올해 6%대에서 4~5%로 줄어든 데다 DSR 규제까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4분기와 같은 ‘대출 셧다운’ 사태는 피하겠지만 은행들의 대출 문은 여전히 좁을 것이라는 얘기다.
◇시중은행들 대출 절벽 사태는 피할 듯=금융위에 따르면 11월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총 5조 9,000억 원으로 7월 15조 3,000억 원, 8월 8조 6,000억 원, 9월 7조 8,000억 원, 10월 6조 1,000억 원과 비교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율도 지난 7월 10%로 정점을 찍은 뒤 11월 7.7%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수요 자체가 둔화되면 은행권 입장에서는 올해와 같은 대출 중단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된다.
또 전세대출처럼 중·저신용자 대출을 총량 규제에서 제외할 경우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여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일반 신용대출(마이너스 통장 제외) 중 6% 이상의 중금리 비중은 올 9월 중 전체의 5.82% 정도다.
시중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관리 상황을 보면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지난해 12월 말 대비)은 11월 말 현재 KB국민은행 5.43%, 신한은행 6.30%, 하나은행 4.70%, 우리은행 5.40%, NH농협은행 7.10% 수준이다. 일부 은행은 금융 당국이 제시한 6%대 목표치를 이미 넘어섰다. 반면 ‘4분기 신규 전세자금대출은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당국의 후속 방침을 적용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4분기 신규 전세대출을 뺀 각 은행의 증가율은 KB국민은행 4.35%, 신한은행 4.10%, 하나은행 3.90%, 우리은행 3.80%, NH농협은행 6.90% 등이다.
◇실수요자 높은 대출 문턱은 여전=하지만 내년부터 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반 실수요자는 돈을 빌리기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연 소득이 5,000만 원인 경우 DSR 40%(은행 기준)를 맞추려면 원리금이 2,000만 원보다 적어야 한다. 소득을 기준으로 상환 능력을 감안해 돈을 빌려주기로 하면서 금융사 곳간이 넘쳐나도 정작 벌이가 적은 개인은 대출이 거절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DSR 규제는 올해 7월부터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시가 6억 원 초과인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에만 적용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규제지역에서 시가 6억 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더라도 기존 대출과 신규 대출의 합계액이 2억 원을 넘으면 적용된다. 7월부터는 2억 원이 아닌 1억 원만 초과해도 적용 대상이다. 각각 시행 시기가 6개월~1년 앞당겨졌다.
내년부터 카드론, 잔금 대출 등이 DSR 산정 시 새로 편입되면서 영향권에 들어가는 차주는 2단계가 전체의 13.2%, 3단계가 29.8%로 추산된다. 카드론의 경우 동반 부실 차단을 위해 5건 이상 다중 채무자의 카드론 취급 제한 또는 카드론 한도 감액에 관한 최소 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제2금융권에 차등 적용 중인 개인별 DSR 기준도 현행 60%에서 내년 50%로 하향 조정된다. 조정분만큼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풍선 효과를 막기 위함이라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카드론 등 제2금융권을 찾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야속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 당국이 DSR을 조기에 강화하면서 분할 상환을 유도하는 것도 개인 차주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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