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돌아오는 성탄 발레 '호두까기인형'

오수현 2021. 12. 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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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쇼이극장 버전 국립발레단
눈꽃송이 무용으로..춤의 향연
마린스키 버전 유니버설발레단
가족과 보기좋은 따뜻한 무대
왕자와 마리가 결혼식을 올리는 국립발레단 2막 장면. [사진 제공 =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이 2년 만에 돌아왔다. 발레극 호두까기인형은 연말 공연계 최강자로 꼽히지만, 지난해 연말에는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한 탓에 공연장이 셧다운되며 호두를 까지 못했다. 호두까기인형 없는 연말은 정말 오랜만이라 팬들에게도 무용수들에게도 모두 낯선 시간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올해는 국내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모두 호두까기인형을 무대에 올린다.

같은 작품을 공연한다고 해서 두 발레단의 호두가 모두 같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두 발레단은 각각 러시아의 양대 발레단으로 꼽히는 볼쇼이 발레단과 마린스키 발레단 버전의 호두까기인형을 올린다. 두 버전은 안무와 연출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여 각각의 멋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느 발레단의 호두가 내 취향을 저격할지 살펴보자.

◆ 어린이용 공연?…3대 발레 고전

호두까기인형은 독일 작가 E. T. A. 호프만의 '호두까기인형과 생쥐 왕'에 기초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의 수석 안무가 마리우스 페티파와 작곡가 차이콥스키가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다. 1892년 마린스키 발레단이 세계 초연한 이후 129년 동안 전 세계 연말 극장가 스테디셀러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호두까기인형을 선물 받은 소녀가 꿈속에서 왕자로 변신한 호두까기인형과 함께 환상의 나라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그래서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 같은 발레극으로 생각하지만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함께 고전 발레의 3대 명작으로 꼽힌다. 그만큼 안무와 음악 모두 완성도가 높고, 화려한 무대장치와 아름다운 의상 등 볼거리가 풍성해 눈과 귀 모두 즐거운 작품이다.

스무 명이 넘는 무용수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꽃송이를 표현하며 1막 피날레를 장식하는 '눈송이 춤'과 2막 과자의 나라에서 펼쳐지는 스페인,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각국 민속춤을 모티브로 한 디베르티스망(줄거리와 상관없이 펼치는 춤의 향연), 극의 대미를 수놓는 호두 왕자와 여주인공의 그랑 파드되(2인무) 등 화려하고 아름다운 춤의 향연은 언제나 발레 팬들을 설레게 하는 명장면들이다. 아울러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발레를 위한 부수음악이지만 연주회용으로 무대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그 자체로도 우아하고 매력적이다.

◆ 웅장한 국립, 화려한 유니버설
클라라와 왕자가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는 유니버설발레단 1막 장면. [사진 제공 = 유니버설발레단]
국립발레단은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10~11일)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14~26일)에서 호두를 선보인다. 국립발레단의 호두는 '러시아의 살아있는 전설'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안무해 1966년 볼쇼이발레단이 초연한 버전이다. 그리고로비치는 원작 호두까기인형에 무용적 요소를 더욱 풍성하게 가미했다. 그래서 국립발레단의 호두는 힘과 웅장함을 특징으로 한다.

박종석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는 "2막에선 무대 배경과 군무를 추는 무용수 모두 흰색의 통일된 색감을 유지하면서 굉장히 아름답고 웅장한 느낌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수석무용수 김리회는 "국립발레단 호두는 발레 그 자체에 집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며 "춤 그 자체만으로 보다 많은 것을 표현하고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고 강조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대전 예술의전당(10~12일)을 거쳐 서울 세종문화회관(18~30일)에서 마린스키 스타일로 호두를 깐다. 안무가 바실리 바이노넨이 페티파의 원작 안무를 개정해 1934년 마린스키 극장에 올린 버전에 기반해 유니버설발레단만의 색깔을 입혔다. 옛 러시아 황실 발레단이었던 마린스키 발레단 특유의 화려함과 정교함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아울러 춤 이외에 드라마적인 요소가 풍부하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이동탁은 "유니버설의 호두까기인형은 연기의 톤은 물론 무대와 의상 모두 밝고 따듯한 느낌"이라며 "동심을 자극하는 설렘이 가득해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에게 딱 맞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 '마리' '클라라'…여주인공 이름 왜 다를까

이들 양대 무용단 호두의 차이점은 안무 외에도 작품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여주인공의 이름이 각각 마리(국립발레단)와 클라라(유니버설)로 다르다. 볼쇼이 발레단이 1966년 자신들만의 호두까기인형을 올리면서 독일식 이름인 클라라를 러시아식 이름인 마리로 바꿨다. 또 국립발레단에선 극 초반 크리스마스 파티 때 여주인공이 선물 받는 호두까기인형을 어린 무용수가 직접 연기하는 반면, 유니버설발레단은 이 장면에서 목각 인형을 사용한다. 반면 유니버설발레단에선 어린이 무용수가 성인이 되기 전 어린 클라라를 연기하는 반면, 국립발레단에선 성인 마리(클라라)만 등장한다.

극 초반 클라라에게 호두까기인형을 선물하는 대부 드로셀마이어 역할도 차이가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호두에선 드로셀마이어가 초반 이후 더 이상 등장하지 않지만, 국립발레단 호두에선 드로셀마이어가 계속해 등장하며 이야기의 개연성을 부여하는 일종의 화자(내레이터) 역할을 한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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