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발표에 '종전선언 지지'가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경향신문]
청와대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지난 2일 톈진(天津)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회담하면서 “(한국의) 종전선언 추진을 지지하며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안정을 증진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회담 관련 자료에는 이 내용이 빠졌다. 한국 측이 회담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하는 종전선언 관련 언급이 중국 외교부 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종전선언에 대한 중국의 시각과 중국의 당면 현안이 무엇인지를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의 설명대로 중국은 기본적으로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금 종전선언이 시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한 한국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은 성사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종전선언을 논의하고 추진하는 과정에는 중국이 정전협정 당사국으로서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히 해두려는 의도가 강하다. 지난달 싱하이(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방송에 출연해 “중국은 종전선언에 개방적이지만 종전선언에 대해 뭔가를 하더라도 중국하고 상의해서 하는 게 맞다”고 말한 것은 종전선언에 대한 중국의 현재 입장을 정확히 설명한 것이다.
한국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10·4 선언 이후 줄곧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중국은 경계하고 있다. 이 표현은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정전협정 당사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기 때문에 중국은 이에 불쾌감과 경계심을 갖고 있다. 종전선언이 시급한 사안도 아니고 당장 실현될 가능성이 높지도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중국이 관련 논의를 주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중국에게 중요한 것은 종전선언이 아니라 미국의 중국 견제 포위망이 좁혀오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미국 주도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정치적 보이콧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일이다. 이번 회담에 대한 중국 측 발표에 종전선언 대신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지지하고 축원한다”는 서 실장의 발언을 강조한 것은 중국의 당면 현안이 무엇인지 보여준 것이다. 양 정치국원이 서 실장을 중국으로 초대한 것도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에 한국이 동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전조치라고 볼 수 있다.
한·중 관계에 밝은 외교소식통은 “양 정치국원의 ‘종전선언 지지’ 언급은 기본적이고 원론적인 중국의 입장 표명일뿐 종전선언 성사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이번 회담으로 남·북·미·중의 4자 종전선언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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