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는요? 멘붕"..되돌아간 방역지침에 괴로운 기업들
"당장 한 달 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2'가 문제다. 2년 만의 전시 참여인데 출장 인원을 필수인원으로 최소화해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이 크다."
코로나19(COVID-19)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확산 우려로 국내외 방역조치가 강화되면서 재계에서 이런 하소연이 나온다. '위드코로나'를 맞아 운신의 폭을 점차 넓히면서 도약할 것을 기대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경영 활동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면서 불확실성 고민이 깊어진 분위기다.
당초 이 행사는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현지 오프라인 행사를 2년만에 재개하면서 매년 참가했던 삼성이나 LG 외에 현대중공업 등이 처음으로 전시장을 꾸리기로 하는 등 업계의 기대감이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CES를 불과 한 달 여 앞둔 상황에서 오미크론 확산 우려에 각국이 빗장을 다시 걸어잠그면서 전시 준비에 나선 기업들은 매일 외신을 점검하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CES 참여 예정인 한 대기업 관계자는 "그야말로 '멘붕'(멘탈붕괴)인 상황"이라며 "촉박해진 출국 전 PCR(유전자증폭) 검사 절차나 한국으로 입국 후 10일 간 자가격리 등이 모두 CES 참석 인원을 제약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라 어느 선까지 출장 인원에 포함시켜야 할지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6일부터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은 출발 시간 전 24시간 안에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존 '72시간 이내'에서 '24시간 이내'로 요건이 강화됐다. 대부분이 출국 당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촉박한 상황이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일단 한국으로 귀국 후 10일 자가격리 조치는 12월 중순까지라 1월 열리는 CES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오미크론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2주 정도 걸린다고들 하는 데다 그 사이 국내외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전혀 예측치 못하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CES 참석 가능성이 거론됐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나 최태원 SK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사장 등 그룹 총수들의 참석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지난 3일 정부 새 방역지침이 나오면서 재계의 후속 대응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10명까지 허용해 왔던 사내 회식을 6일부터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해외 출장도 경영상 필수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허용하기로 했다.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 출현이 처음 보고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부 지역은 출장 자체를 금지했다.
삼성전자는 사적 모임도 최대한 자제해줄 것을 임직원들에게 요청했다. 피트니스 시설을 비롯해 야외 휴게공간, 실외 체육시설, 편의시설 등 사내 복지시설 운영도 다시 중지했다.
LG그룹도 정부의 특별방역대책에 맞춰 6일부터 재택근무 비율을 현행 30%에서 40% 이상으로 상향조정키로 했다. 집합교육과 회의도 20명 이하로 제한하는 등 각종 행사의 참석가능 인원을 축소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직원들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정부 지침을 충분히 고려한 방역 지침을 지속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새 지침에 따르면 기존 50명까지 허용해 왔던 교육·회의·세미나는 최대 30명으로 줄어든다. 재택근무도 부문별 상황에 맞춰 현행 수준 대비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사내 라운지 이용도 최대한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 중인 유럽 등 다른 발생국으로의 출장은 재검토하거나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이밖에 두산, GS, 효성 등도 강화된 방역 지침을 내놨거나 세부 사항을 검토중이다.
한 재계 인사는 "회사별로 대부분의 방역강화 조치가 연말까지 시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송년회식 등은 엄두도 못 내는 분위기"라며 "정부 정책상 수도권에서 6명까지 사적모임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혹시라도 감염이 발생할까봐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처음 코로나19 발발부터 델타 변이, 이번에는 오미크론 변이까지 나오면서 업계 피로도가 매우 큰 상황"이라며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더 조심할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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