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허경민의 24시..장거리 쇼트트랙 같은 'FA 게임'

안승호 기자 2021. 12. 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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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두산 허경민. 이석우 기자


지난해 12월10일, 두산이 내부 FA 첫 계약 소식을 전했다. 3루수 허경민과 7년(4+3년) 최대 85억원에 계약했다는 내용이었다. 허경민은 정수빈, 오재일, 최주환 등 굵직한 내부 FA 4명과 시장에 함께 나와 있었다. 두산 입장에선 우선 잔류 대상으로 분류한 허경민과 협상에 총력전으로 나선 끝에 산뜻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그 당시 허경민의 결정을 두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후일담이 전해졌다. 허경민이 조금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던 NC 이적 대신 두산 잔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다만 같은 상황을 두고, 그 배경을 달리 전하는 관계자들이 몇 있다.

관계자 A는 NC가 절차상 마지막 결재만 남겨둔 사이 두산이 속도를 내 계약을 끝냈다는 것이다. 두산이 허경민의 잔류 사실을 알리자 NC에서는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하루만 더 기다렸으면…”이라는 NC측의 푸념과 어필이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두산 주요 자원들이 NC로 거듭 유출되는 점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했다. 관계자 B의 얘기로, 앞서 포수 양의지가 4년 총액 125억원에 NC로 이적하는 등 두산 주요선수들이 NC로 떠나는 일이 종종 있었던 것이 일종의 제어장치가 됐다는 진단이다. 거래 과정에서 은연중에 ‘상도’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허경민 스스로 이따금 하는 얘기로 선수의 잔류 의지가 컸다는 시각이다. 90년생 동기이자 친구인 정수빈·박건우 등과 함께 뛰고 싶은 의지가 계약의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허경민이 지난해 FA 잔류 계약을 한 것은 한국시리즈 종료 뒤 16일 뒤의 일이었다. 지난해 두산은 허경민을 비롯해 굵직한 내부 FA만 4명을 두고 있었다. 허경민의 잔류 계약은 신호탄 같았다. 정수빈(두산 잔류), 오재일(삼성), 최주환(SSG) 등의 진로도 차례로 정리됐다.

FA 계약 양태는 빙상의 ‘장거리 쇼트트랙’과 비슷할 때가 많다. 1500m 이상의 쇼트트랙 게임을 보면 주자들이 서로를 살피며 천천히 트랙을 돌다고 몇 바퀴만 남기고 급가속을 붙이며 스퍼트를 한다. 또 한 선수가 먼저 속도를 내고 대열에서 이탈하면 빠르게 다른 선수들이 따라붙는다.

허경민이 두산 잔류을 확정할 때도 그랬다. 밖으로는 협상 흐름에 별 진전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하루 이틀 사이에 영입 경쟁에 제대로 불이 붙던 중이었다.

올해의 시장 흐름도 비슷하다. 포수 최재훈이 원소속구단 한화와 잔류 계약을 한 뒤 시장 전체가 조용해 보이지만 중량급 FA 한명의 계약이 성사되면 전체 시장이 빠르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올해는 국가대표급 외야수만 6명이 시장에 나와있는 등 특정 포지션 집중 현상이 두드러진다. 또 특정 에이전트가 주요선수 협상의 키를 쥐고 움직이고 있다. 어떤 실마리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에이전트 입장에서도 한 선수의 계약 규모를 다른 선수 몸값과 연동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시장이 언제 스퍼트를 할지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다만 그 때가 그리 멀어보이지는 않는다. 올해도 한국시리즈 종료 뒤 17일째가 흐르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보면 이번 주중에는 뭔가 움직임이 나올 때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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