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투자사 직원은 자기 돈을 어디에 투자할까?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2021. 12. 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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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한상엽 소풍 대표 /사진=이민하

며칠 전은 월급날이었다. 예전 같으면 지인들과 삼삼오오 모여 '플렉스'를 하거나 가족들과 치킨 한 마리를 뜯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그간 눈여겨봤던 재생에너지 분야의 주식을 몇 주 샀다. 최근 회사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투자를 준비하면서 나부터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오던 차였다.

회사 임직원들은 급여를 받으면 어떻게 투자를 하는지 궁금해졌다. 저금리 시대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기도 하고, 투자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니 실제로 어떤 식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현대 사회에서 돈은 곧 생존과도 직결된 이야기다. 누가 어디에 투자해 돈을 벌었다거나 벌 수 있다는 이야기는 현대인들에게 본능적으로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답은 예상 외로 제각각이었다. '왜 거기에 투자했느냐'는 질문에는 더 다양한 답변이 돌아왔다. 특정 산업에 대한 낙관주의나 현재의 추세에 대한 비관주의부터 자신만의 논리나 전문가 인용까지 미래를 내다보려는 각자의 시선들이 교차한다. 회사에서 투자를 진행하는 스타트업이 있으면 관련 분야의 주식을 산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예 예·적금만 한다는 사람도 있어서 내심 놀랐다. 개인마다 투자 여력이 다르기도 하겠지만 투자를 '할 수 있는 데'가 없다는 말에 생각이 더 복잡해졌다.

투자를 할 수 있는 데가 없다는 말에는 개인의 가치관을 지키려는 고민이 담겨 있었다. 투자와 가치관이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가치관은 인간이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견고한 지향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비건'(채식주의)을 실천하는 사람이 동물실험을 하거나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건 모순적인 결정이다. 비건주의자는 투자를 하고 싶어도 가치관을 지키려면 투자를 안 하는 게 더 속편할지 모른다. 이런 모순 때문에 투자를 포기하는 것은 비단 비건뿐만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벤처투자는 두 번 중 한 번은 완전히 실패한다. 벤처투자의 50%는 원금조차도 회수하지 못한다. 열 배 이상의 투자 수익을 가져다주는 경우는 아무리 낙관적으로 계산해도 10% 미만이다. 하지만 그 열 번 중 단 한 번이라도 성공한다면 다른 투자손실을 만회할 뿐 아니라 어떤 때는 남은 인생을 바꿀 만큼의 큰 보상이 주어진다. 이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최소 두 번 중 한 번은 결정이 틀렸다 할지라도 벤처투자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벤처투자의 원칙을 개인에게 적용한다면 어떨까? '보유 자금 중 50%는 무조건 손실이 날 것이고, 10%는 대박의 기회가 있지만 이 역시 보장은 안 된다'라고 제안할 때 실제로 투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개인들의 투자는 손실회피를 추구한다. 10%의 가능성에 베팅을 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성공 확률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한 설령 열 배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더라도 돈을 넣기가 쉽지 않다. 비건이나 환경주의자 같이 가치관이 분명한 사람은 '생존'을 건 투자 결정이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예·적금도 이들의 모순을 해소할 수 있는 해결책은 아니다. 사실 한 개인이 은행에 예금한 돈이 어떤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쓰이는 지를 일일이 알기는 대단히 어렵다. ETF 등 펀드 상품만 해도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 백 개의 기업에 투자가 진행되는 터라 이를 모두 분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투자 대상을 점검하고 분석 통계를 알려야 하지만 의무가 아니다보니 될 리가 만무하다. 어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는 석탄발전소나 석유 시추 기업 등에 투자한 것이 뒤늦게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들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개인들의 가치관을 투영할 수 있는 '임팩트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임팩트 투자는 수익뿐 아니라 투자자의 가치관까지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기본 원칙이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거나 '가난한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에 돈을 쓰고 싶다'고 하면 이에 맞는 투자처를 발굴하고 수익을 만든다. 이 때문에 국내외에서 수조원대 부를 일군 대기업 일가나 창업자들이 임팩트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나아가 일반 은행처럼 여·수신이 모두 가능한 '사회적 은행'의 설립도 진행 중이다. 개인들의 가치관과 투자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야 말로 금융투자의 다음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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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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