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수의 삼라만상 45] "올해 두 권의 책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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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찾아갔다.
책 속에 묻혀 작업을 하는 책 냄새가 가득 묻어나는 두 사람의 전문 기획자 앞에 신문을 받는 사람처럼 앉아 있다가 나왔다.
그들은 올해 두 권의 책을 내자고 했다.
세상에 나올 두 권의 책, 그리고 애니메이션 작품 하나, 올해는 그 두 가지만으로도 산모의 배가 부르고 살이 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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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찾아갔다. 책 속에 묻혀 작업을 하는 책 냄새가 가득 묻어나는 두 사람의 전문 기획자 앞에 신문을 받는 사람처럼 앉아 있다가 나왔다.
그들은 올해 두 권의 책을 내자고 했다. 나는 작가로서 자격이 있는지, 그동안 써 놓은 글과 그림을 다시 보았다.
그렇다. 출판사 대표가 출판 계약 이야기를 꺼낼 때 비로소 '책을 만드는 게 사실이구나'하며 현실의 인지를 했다.
만약 세상에 책이 나온다면 내 글과 그림이 인쇄된 처녀의 책이 서점에 쌓인 책 무리에 끼어 쇼윈도의 상품처럼 사람들을 유혹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들이 내 책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가며 만지직거리고 책 속을 해부하듯 펼쳐 볼 때 얼마나 창피할까?
그 그림과 글을 보며 한 여인이 살아온 과정을 보듯 내 삶의 궤적이 정말 남에게 보여줄 정도의 두께가 될까...라는 머리 위로 만화처럼 의문부호를 계속 띄우고 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두 번의 출판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나 출판 이야기가 산부인과에서 낙태를 하듯 그 시간이 사라졌다. 다시 내가 좋아하는 작가 두 분의 도움으로 잉태를 했다.
뱃속의 아이처럼 내 책이 세상에 나온다는 건 모험이고 두려움이라는 걸 비로소 깨우쳤다.
잉태는 축복이지만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버려져 헌책방에서 팔리길 기다리는 늙어가는 시간도 오겠지 하며 글을 쓰고 그렸던 시간을 다시 돌아보았다.
세상에 나올 두 권의 책, 그리고 애니메이션 작품 하나, 올해는 그 두 가지만으로도 산모의 배가 부르고 살이 찐다.
겨울까지 두 권의 책이 나오면 마초 같은 소개자는 흰 눈이 내릴 때 뽀드득 눈을 밟으며 정종을 마시는 마실을 가자고 한다. 그날은 반드시 내가 풀 대접을 할 것이다.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은?
주홍수 감독은 30년 가까이 애니메이터로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다. 현재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여러 작품을 기획 중이며 12월 예정된 산문집이 나와 서점에 깔렸다.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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