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수의 삼라만상 45] "올해 두 권의 책을 내자"

정리=박명기 기자 2021. 12. 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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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찾아갔다.

책 속에 묻혀 작업을 하는 책 냄새가 가득 묻어나는 두 사람의 전문 기획자 앞에 신문을 받는 사람처럼 앉아 있다가 나왔다.

그들은 올해 두 권의 책을 내자고 했다.

세상에 나올 두 권의 책, 그리고 애니메이션 작품 하나, 올해는 그 두 가지만으로도 산모의 배가 부르고 살이 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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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의 아이처럼 내 책이 세상에 나온다는 건 모험이고 두려움

출판사를 찾아갔다. 책 속에 묻혀 작업을 하는 책 냄새가 가득 묻어나는 두 사람의 전문 기획자 앞에 신문을 받는 사람처럼 앉아 있다가 나왔다.

그들은 올해 두 권의 책을 내자고 했다. 나는 작가로서 자격이 있는지, 그동안 써 놓은 글과 그림을 다시 보았다. 

그렇다. 출판사 대표가 출판 계약 이야기를 꺼낼 때 비로소 '책을 만드는 게 사실이구나'하며 현실의 인지를 했다.

만약 세상에 책이 나온다면 내 글과 그림이 인쇄된 처녀의 책이 서점에 쌓인 책 무리에 끼어 쇼윈도의 상품처럼 사람들을 유혹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들이 내 책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가며 만지직거리고 책 속을 해부하듯 펼쳐 볼 때 얼마나 창피할까?

그 그림과 글을 보며 한 여인이 살아온 과정을 보듯 내 삶의 궤적이 정말 남에게 보여줄 정도의 두께가 될까...라는 머리 위로 만화처럼 의문부호를 계속 띄우고 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두 번의 출판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나 출판 이야기가 산부인과에서 낙태를 하듯 그 시간이 사라졌다. 다시 내가 좋아하는 작가 두 분의 도움으로 잉태를 했다.

뱃속의 아이처럼 내 책이 세상에 나온다는 건 모험이고 두려움이라는 걸 비로소 깨우쳤다.

잉태는 축복이지만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버려져 헌책방에서 팔리길 기다리는 늙어가는 시간도 오겠지 하며 글을 쓰고 그렸던 시간을 다시 돌아보았다.

세상에 나올 두 권의 책, 그리고 애니메이션 작품 하나, 올해는 그 두 가지만으로도 산모의 배가 부르고 살이 찐다. 

겨울까지 두 권의 책이 나오면 마초 같은 소개자는 흰 눈이 내릴 때 뽀드득 눈을 밟으며 정종을 마시는 마실을 가자고 한다. 그날은 반드시 내가 풀 대접을 할 것이다.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 sisi9000@naver.com

연말에 출간된 주홍수 작가 '토닥토닥 쓰담쓰담'

주홍수 감독은?

주홍수 감독은 30년 가까이 애니메이터로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다. 현재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여러 작품을 기획 중이며 12월 예정된 산문집이 나와 서점에 깔렸다.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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