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언제까지 유재석 취향 가득한 음악 선곡만 반복할 텐가

정덕현 칼럼니스트 입력 2021. 12. 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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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의 딜레마, 새로움은 없고 과거로 회귀하는 예능의 한계

[엔터미디어=정덕현] 다시 음악 예능이다. MBC <놀면 뭐하니?>가 연말을 맞아 준비하고 있는 '도토리 페스티벌'은 이른바 '싸이월드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들을 소환해낼 예정이다. 그래서 지난주에는 윤하를 찾아가 과거의 추억들이 소록소록 묻어나는 노래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냈고, 특히 '우산'을 부르면서는 이 곡을 피처링한 에픽하이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이미 예고된 대로 에픽하이를 찾아 특유의 신나는 노래에 푹 빠져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 2010년 '밤 하늘의 별을'을 부른 노누와 양정승을 찾아 당시 싸이월드 명곡이 되어 지금껏 여러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된 곡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나눴다. 물론 이건 '도토리 페스티벌'을 위한 가수 섭외 과정이었다. 이미 <무한도전> 시절에도 익숙했던 이러한 페스티벌(혹은 가요제) 방식이고, <놀면 뭐하니?>에서는 싹쓰리부터 환불원정대 그리고 MSG워너비 프로젝트로 이어졌던 하나의 양식이 되어버린 방식이다.

여기에 유재석, 이미주, 하하가 결성한(?) 토요태의 데뷔(?)를 준비하는 과정도 더해졌다. 환불원정대 때 이미 인연이 있던 블랙아이드 필승(최규성, 라도)을 찾은 토요태는 지난주 노래를 의뢰했고, 한 주 만에 두 곡을 준비해 선을 보였다. 두 곡 다 미니홈피 감성을 자극하는 곡으로 한 곡은 마이너 감성의 절절한 발라드였고 다른 한 곡은 메이저지만 어딘지 슬픈 정조도 섞인 댄스곡이었다. 두 곡을 두고 무엇을 데뷔곡으로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 대립과 투표가 이어졌고 MBTI 성향까지 나뉘어져 격론을 벌이는 상황이 연출됐다.

사실 토요일 저녁에 음악을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훨씬 유리한 면이 있다. 감성적인 접근이 가능하고, 대단히 집중하지 않는다 해도 음악은 틀어 놓고 있기 편안한 지점이 있다. 만일 복고적 콘셉트의 음악이라면 더더욱 '과거 소환'의 추억이 가진 힘까지 더해진다. <놀면 뭐하니?>가 지난해 여름 싹쓰리 이후 연달아 환불원정대 그리고 MSG워너비까지 계속 음악을 소재로 하는 프로젝트를 이어온 건 그런 이유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실제로 이번 '도토리 페스티벌' 프로젝트 역시 최근 여러 아이템들로 시청률이 뚝뚝 떨어졌던 상황에서 반등의 기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문제는 그 방식이나 틀 심지어 출연자들까지 너무 익숙하고 새로움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블랙아이드 필승의 출연은 여러 모로 환불원정대의 느낌을 떠올리게 하고, 의뢰한 곡을 듣고는 "너무 좋다!"고 감탄하는 유재석의 모습 또한 너무 익숙하다. 노래가 나오는 전 과정을 조금씩 담아내고 그 리액션을 더하는 이 방식은 데뷔 순간 음원 차트 올킬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방송에서 몇 주 간을 계속 집중시킨 곡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놀면 뭐하니?>의 이번 도토리 페스티벌이 최근 나온 어떤 프로젝트보다 집중력이 있다는 건 장점과 더불어 이 프로그램이 가진 한계를 드러낸다. 음악이 가진 힘을 한두 번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야 시청자들도 반색할만한 일이지만, 음악이 아닌 다른 프로젝트의 성공사례를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어쩐지 <놀면 뭐하니?>가 점점 '음악 예능'으로만 굳어지는 느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음악예능도 색깔이 다르거나 다른 스토리를 담거나 한다면 모르지만, 대부분 그 방식도 유사하고, 음악적 스타일도 유재석의 취향이 가득 묻어나는 음악들을 반복해 선보이고 있고, 심지어 출연하는 이들도 너무 익숙하다. 새로움이 없는데다 추억을 소환하는 비슷한 방정식을 사용하는 음악예능의 반복은 <놀면 뭐하니?>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퇴행하는 인상을 만든다. 이것을 플러스(+)를 더하며 <놀면 뭐하니?>가 말했던 진화와 확장이라 볼 수 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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