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항모예산 오락가락한 당정, 文대통령 의중에 결국 관철

박대로 입력 2021. 12. 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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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경항모 예산 72억이 607조 국가 예산 좌우
文대통령 의중과 달리 국회는 예산 삭감
靑 이철희 정무수석 국회에 文 의사 전달
이재명 재난지원금 철회…경항모예산 확보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1회국회(정기회) 13차 본회의에서 2022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2.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국회 예산 논의 과정에서 대폭 삭감됐던 경항공모함 예산이 정부안대로 원상 복구돼 국회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해 오락가락했던 국방 당국과 여당이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문 대통령의 의사를 전달 받은 뒤에야 경항모 예산을 처리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약 607조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은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하루 넘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예산안은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본회의에서 반대표와 기권표를 던졌다.

여야 간 이견의 원인은 경항모 예산이었다. 72억원짜리 사업이 607조원 규모 국가 예산을 좌지우지한 셈이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항모 기본설계 등을 위한 예산 약 72억원을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임기가 2~3개월 남은 문재인 정부가 대규모 국책사업인 경항모 사업을 '알박기 식'으로 내년 예산에 담으면 안 된다며 반대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1일 국회 본청에서 국방위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군인사법 개정안등 법안을 의결했다. (공동취재사진) 2021.12.01. photo@newsis.com

야당은 애초부터 경항모 건조를 반대했다. 이번 예산 심의 과정에서 태도를 바꾼 것은 여당이었다.

지난달 국회 국방위원회는 방위사업청이 제출한 내년도 경항모 예산 72억원 중 5억원만 남기고 나머지를 삭감했다. 5억원을 기본설계 비용으로 전용해서는 안 된다는 부대조건까지 달렸다. 사실상 경항모를 만들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는 여야가 합의한 사항이었다.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 여당 의원 대부분이 야당의 삭감 주장에 동조했다. 경항모를 시급하게 건조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경항모에 실을 함재기를 미국산 F-35B가 아닌 국산으로 해야 한다 등이 여당 의원들이 제시한 예산 삭감 이유였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서욱(왼쪽) 국방부 장관과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이 16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16. photo@newsis.com

국방위가 예산을 삭감하면서 경항모 건조 계획은 사실상 무산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이때부터 청와대가 움직였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를 찾아 여야 의원들을 잇따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석의 방문은 문 대통령의 경항모 추진 의지를 국회에 전달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문 대통령은 국방 분야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왔다. 문재인 정부 하 국방 당국은 북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매년 국방 예산을 증액했다. 역대 첫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발사,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4 지대지 탄도미사일 개발 등 국방 분야 전력 강화가 이어져왔다. 경항모 건조 사업 역시 이 정부 대선 공약이자 국정 과제로 중요하게 다뤄져왔다. 이 같은 전력 증강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두고 한국군의 능력을 의심하는 미국 정부를 설득하려는 의도와도 연계돼있었다.

이 수석이 국회에 다녀간 뒤 여당 내 기류가 급변했다. 문 대통령이 경항모 예산 삭감에 우려를 표한 것이 기정사실화되자 국회 국방위 여당 의원 등은 일제히 국방 당국을 성토했다. 여당 의원들은 국방 당국을 향해 '문 대통령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야당과 예산 삭감에 합의했다'며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예산 삭감에 극렬 저항하지 않는 국방 당국의 태도를 보며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구나' 하는 짐작을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철희 정무수석이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차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10.26. bluesoda@newsis.com

여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계획을 철회한 점도 여당의 방향 선회에 영향을 미쳤다. 이 후보가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계속 주장했다면 경항모를 포함해 각종 예산을 삭감해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해야 했지만, 이 후보가 스스로 계획을 접으면서 여당으로서는 72억원 수준인 경항모 예산을 굳이 깎을 필요가 없어졌다.

이에 따라 여당은 경항모 예산 사수 방침을 정하고 야당과 최종 협상에 나섰다. 야당은 자당 국방위원들의 의견대로 경항모 반대 입장을 유지했지만 수적 열세 속에 경항모 예산 통과를 허용해야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경항모 설계 작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경항모 반대에 앞장서온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예산 통과 직전까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시스] 경항모 영상. 2021.11.08. (사진=해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신 의원은 지난 3일 예산안 수정안에 대한 반대토론에서 "이 삭감안에 정부 측도 동의했고 결국 국방위가 이 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다수당이 일방적인 수의 횡포로 국방위의 심사 결과를 뒤집은 것은 상임위의 예산심사권을 박탈하는 폭거나 다름없다"며 "도대체 배후에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있기에 이런 나쁜 선례를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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