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위에 자연" 예술 거장들이 제주에 끌리는 이유

홍지연 2021. 12. 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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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최대 규모 아트페어 '아트제주'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11월 25일 3시간 동안 진행된 VIP 프리뷰에서만 7억원 어치 거래가 발생했다. 11월 25일부터 28일까지 방문객은 총 7000여 명, 약 25억원의 미술품이 거래됐다. 아트제주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섬아트제주가 주관한다. 올해 아트제주에는 국내외를 포함해 1000여 점으로 쿠사마 야요이, 무라카미 다카시, 나라 요시토모, 알렉스 카츠 등 해외 유명 작가들과 이우환, 김창열, 박서보, 백남준, 변시지, 이왈종 등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현장에서 강민 섬아트제주 이사장과 만났다. 중문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그는 제주를 예술섬으로 만들기 위해 2016년부터 아트제주를 진행하고 있다.

강민 사단법인 섬아트제주 이사장 [아트제주 제공]

Q 자기 소개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사단법인 섬아트제주 이사장, 주식회사 아트제주 대표 강민입니다. 갤러리 운영 등 아트제주에서 번 돈과 도 지원금으로 2016년부터 아트페어를 하고 있어요.

아트제주 현장

Q 제주아트페어 어떤 행사인지 취지와 의의를 말씀해주세요.

A 아트페어는 미술품 박람회입니다. 작가님들이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화랑을 통해서 아트페어에 오세요. 국내 화랑, 해외 화랑, 제주 화랑 등 다양합니다. 제주 개인 작가들은 특별전을 통해서 참여하고 있고요. 박람회가 꾸려지면 작가 간의 교류, 작가와 화랑 간의 교류가 일어나요. 아트페어를 통해서 도외로 나가 전시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일종의 플랫폼 역할도 하는 거예요. 기자들, 화랑, 에이전시, 기업 문화공간을 기획하는 사람 등 미술에 관심있는 분들이 모이는 교류의 장이 됩니다. 물론 만나서 판매도 이루어지고요.

아트제주 현장

아트제주는 올해로 5회째를 맞는다. 2016년 시작해 2020년은 코로나 때문에 쉬어갔다. 1, 2회는 중문에서 열렸다. 럭셔리 여행객을 타깃으로 여름 극성수기 7월에 진행했다. 제주 시내로 장소를 옮긴 건 2018년부터다.

"1, 2회 때 코로나 이전에는 해외 화랑도 많이 왔어요. 중문 풍경을 참 좋아하셨거든요. 제주시로 옮긴 건 기업인들, 예술 관심 있는 사람이 제주시에 많다는 걸 깨닫고 나서였어요. 글래드 호텔에서 배례와 지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메종 글래드 호텔 특징이 굉장히 로컬적이에요. 제주 내 기업인 행사, 결혼식도 많고 제주 사람들에겐 굉장히 친숙한 공간이죠. 장소가 주는 분위기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미술이라는 게 아직까지는 문화 장벽이 높다고 느끼거든요. 익숙한 공간에 문화예술이 녹아드는 것이 관람객 입장에서 좀 더 편하죠. 공항이 가깝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아트제주 현장

Q 제주아트페어의 위상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세요.

A 아트제주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어요. 처음엔 예술인이 아니면 모르는 브랜드였는데 요즘엔 많이 알려졌어요. 아무래도 점점 홍보도 많이 됐고 도에서도 문화예술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세요. 올해는 도에서 많이 지원을 해주셨고 앞으로 꾸준히 관심 갖겠다고도 하셨어요. 실제로 현장에 도의회 의원들과 문화정책과에서 오셨어요. 아트제주는 부티크 아트페어를 추구해요. 많은 갤러리가 참여하고 싶어 하지만 심사를 통해 페어에 참가할 갤러리, 작가, 작품을 선정합니다. 100여 개를 모집하면 최종 선택되는 갤러리는 30여 개 정도. 좋은 화랑들이 아트제주에 참가시키고 작가들이 어우러지는 분위기 속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주 곶자왈 [비짓제주]

Q 제주가 대한민국의 프로방스 같아요. 많은 예술가들이 남프랑스를 동경하고 그곳에서 작업을 했던 것처럼 국내 작가들도 제주로 이주하거나 작업장을 마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사장님이 보기에 예술가들이 왜 제주에 매료될까요?

A 이중섭, 김창열, 이왈종, 변시지 등 정말 국내를 대표하는 기라성같은 예술가들이 제주에서 작품 활동을 했어요. 제주에서 예술보다 우위에 있는 게 자연환경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들이 보통 기가 세다고 하죠. 에너지가 쎈 부류예요. 그런데 그 위에 더 센 게 자연이에요. 제주 예술이 늦게 발전한 이유가 바람 자연환경을 극복하면서 살아야 했기 때문이에요. 자생력을 키우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요. 지금은 그나마 도시화가 진행돼 자연과 어우러진다고 표현하지만 전에는 안 그랬어요. 예술가들은 항상 새로운 영감을 찾는 사람들이에요. 남프랑스로 갔던 건 결국 태양을 따라서 간 거였잖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을 찾아 당연히 제주로 오게 돼있어요. 제주 예술 붐이 조금 늦을 뿐이지 폭발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주는 에너지가 넘쳐요. 박형근 선생님 사진을 보면 빨려 들어갈 것 같아요. 곶자왈 사진이 너무 무서워서 살짝 빗겨서 보게 돼요. 저는 제주 토박이거든요. 그런 거 보면 예술가들이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는 것 같아요. 작가들 자신도 사진 작품을 보면서 스튜디오 안에서 힐링하고 영감을 찾는 거예요.

기당미술관 [홈페이지]
김창열 미술관 [홈페이지]

Q 앞으로 제주가 예술섬으로 자리를 굳히는데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A 도 관계자들 다양한 분들에게 문화예술을 지원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어요. 사실 예술이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서 무심코 스쳐 지나갈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를 겪으면서 저희 모두 느꼈잖아요. 밥만 먹고는 못 살아요. 밖으로 나가서 산책하고 신선한 공기도 마셔야 해요. 사람에게 에너지를 주고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하는 게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페어를 알리고 페어의 질을 더 높여서 페어를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제주 예술 여행에 대해 관심이 늘어난 것이 느껴지는지.

A 굉장히 많이 느껴요. 도 정책토론회에 갔는데 특수목적관광시대라는 말을 들었어요. 저는 10년 전부터 이 생각을 했어요. 롯데호텔에서 20년 넘게 관광객을 만나면서 아트페어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우리가 이것저것 소비를 하잖아요. 의식이 높아지다 보면 결국 문화예술을 소비하게 돼요. 자연과 문화예술이 같은 급이라고 생각해요. 제주 관광도 점점 자연과 복합문화공간 쪽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사람들이 단순히 소비하는 게 아니라 영감을 얻기를 원해요. 감정을 해소하고 다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예술이죠.

본태박물관 [홈페이지]
월정아트센터 [비짓제주]
월정리 [비짓제주]

Q 제주 토박이로서 예술적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나 스폿을 소개해달라.

A 본태박물관은 건축물도 좋고 주변 환경도 너무 아름다워서 첫 번째로 추천해요. 최근에 오픈한 월정아트센터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이에요. 공연예술, 전시 등이 진행되는 아트센터입니다. 요즘 감성에 맞게 편하게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분위기에요. 아트센터 앞바다에서는 서핑도 할 수 있고요.

왈종미술관 [홈페이지]
이중섭거리 [비짓제주]
이중섭 미술관 [비짓제주]

강민 대표는 2021 파리 아트페어 현장에 다녀왔다. 하루 10시간이 넘도록 걸어서 크고 작은 갤러리와 박물관들을 구경했다. 올해 5월 문을 연 피노 컬렉션도 구경하고 크리스토프 자바체프의 은빛 천으로 개선문 전체를 덮는 설치 예술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왔다.

"도시 전체가 문화공간이라는 점을 느꼈어요. 제주도도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식당 카페 작은 공간만 있으면 문화예술이 들어가야 해요. 파리에서는 개인 갤러리, 기관, 카페 등 다양한 곳에 '아트페어파리'라는 팻말을 붙여놓고 모두 함께 하는 분위기에요. 제주도도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어요. 아트제주가 문화축제가 됐으면 좋겠어요. 제주도에 꽃 축제가 많잖아요. 유채 축제 이런 거처럼 사람들이 격 없이 와서 작품 감상하고 사서 집에 걸어두고 했으면 좋겠어요."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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