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정의 TECH+] 그래픽 카드도 복고풍? 구형 카드 다시 출시한 엔비디아의 속사정

2021. 12. 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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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나우뉴스]

지포스 RTX 2060.(사진=엔비디아)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첨단 전자기기는 일반적으로 제품 수명이 짧습니다. 10년 된 자동차나 20년 된 가구와 달리 몇 년만 지나면 성능이 월등히 좋은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물론 3~4년 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제품 자체는 이미 단종된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컴퓨터 부품 중에서는 CPU나 그래픽 카드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일반적인 상식에 역행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최근 엔비디아는 구형 모델인 RTX 2060의 2021년 버전인 RTX 2060 12GB를 다시 공개했습니다. RTX 2060 자체는 2019년 1월에 출시되었으며 RTX 2060의 업그레이드 모델인 RTX 2060 슈퍼는 그해 7월에 생산됐습니다. 엔비디아가 2020년 하반기부터 RTX 3000 시리즈를 내놓았기 때문에 구형 모델인 RTX 2000 시리즈는 지금쯤 단종 수준을 밟으면서 이제는 RTX 4000 제품 소식이 들려오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입니다. 상당히 수명이 짧아 보이지만, GPU 기술이 그만큼 빠르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정상적인 제품 주기를 뒤집은 힘은 바로 암호 화폐 채굴 수요입니다. 비정상적인 채굴 수요로 인해 그래픽 카드 가격이 고공 행진을 하면서 현재 RTX 2060은 80만원 이상, RTX 2060 슈퍼는 10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초기 출시 때보다 몇 배나 껑충 뛴 가격에도 물량이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극심한 그래픽 카드 품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엔비디아는 고육지책을 내놓았습니다. 생산량을 늘리기 힘든 최신 공정인 8㎚ 대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구형 공정인 12㎚ 웨이퍼를 이용해 그래픽 카드 생산을 늘리기로 한 것입니다. 대신 메모리 수급은 안정적이므로 메모리 용량을 RTX 2060의 두 배인 12GB로 높였습니다.

RTX 2060 시리즈는 모두 TU106 칩 기반으로 108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고성능 GPU입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RTX 2060 12GB의 스펙이 메모리 용량과 192bit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제외하고 사실 RTX2060 슈퍼와 똑같다는 것입니다. RTX 2060 12GB는 2176개의 쿠다 코어와 272개의 텐서 코어, 34개의 RT 코어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RTX 2060 슈퍼와 같습니다. 메모리를 8GB에서 12GB로 늘리고 대신 대역폭은 448GB/s에서 336GB/s로 줄인 게 유일한 차이입니다. 따라서 전체적인 성능은 RTX 2060 슈퍼와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격은 미정이지만 출시 가격은 RTX 2060의 349달러와 RTX 2060 슈퍼의 399달러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픽 카드 품귀 현상이 지속하는 한 출시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판매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PC 업계에서는 물량 공급이 늘어나면서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래픽 카드 품귀로 게이밍 PC 소비자들이 컴퓨터 구매나 업그레이드를 뒤로 미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RTX 2060의 복귀는 기본적으로 그래픽 카드 품귀 현상 때문이지만, 한 가지 다른 해석도 가능합니다. 바로 새로 그래픽 카드 시장에 뛰어드는 인텔에 대한 견제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게임이 엔비디아의 지포스 시리즈에 최적화된 점을 생각하면 인텔 아크 그래픽 카드는 초반에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때마침 찾아온 암호 화폐 채굴 수요 덕분에 인텔 아크는 예상보다 더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채굴 성능은 별로인데 그래픽 성능이 우수하면 단숨에 지포스의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엔비디아가 RTX 2060을 시작으로 구형 그래픽 카드를 복귀시키면 매출 증대는 물론 인텔 아크 시리즈에 대한 견제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에는 인텔이 큰 위협이 아니지만, 미래는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초반부터 적극적인 견제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에는 인텔의 시장 참여와 RTX 2000 시리즈의 부활로 그래픽 카드 시장이 정상을 찾아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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