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방사청 '예산' 반성은 진심?..삭감 한파에 '정광선 기' 놀음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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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답지 않습니다.
방위력개선비의 기록적 감액에 대한 비판이 비등할 때에도 아랑곳 않고 한국형 전투기 KF-21 2호기에 방사청 사업단장 이름을 붙이던 방사청입니다.
하지만 국방위 삭감 참사 6일 만인 지난달 22일 강은호 방사청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KF-21 2호기에 방사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 정광선의 이름을 붙이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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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이 확정된 그제(3일) 방사청은 '2022년 방위력개선 예산 국회심사 결과 관련'이란 제목의 입장자료를 냈습니다. 방사청은 입장자료에서 "방위력개선비가 이례적으로 6천448억 원 대규모 감액된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방을 위해 불철주야 노고를 아끼지 않는 군 관계자들에게 송구함을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상 최대 방위력개선비 삭감에 대한 방사청의 반성문으로 풀이됐습니다.
예산 삭감 한파에 '정광선 기' 놀음
그제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 예산이 확정되기에 앞서 지난달 16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방위력개선비 삭감의 윤곽이 잡혔습니다. 국방위가 방위력개선비 정부안 중 삭감한 액수는 6천122억 원이었습니다. 방사청 개청 이래 최대의 삭감이라며 놀라는 이들도 많았고, 이 모양으로 일을 처리한 방사청을 탓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정상적인 공무원들이라면 이런 분위기에서 자중하고 성찰합니다. 하지만 국방위 삭감 참사 6일 만인 지난달 22일 강은호 방사청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KF-21 2호기에 방사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 정광선의 이름을 붙이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기록적 국방비 삭감의 와중에 전투기 개발 역사상 유례없는, 살아있는 공무원의 이름을 전투기에 붙이는 기행(奇行)을 벌인 것입니다.
반성보다는 자화자찬의 방사청
KF-21 인도네시아 공동개발 분담금 재협상 결과도 심각한 반성의 대상인데 방사청은 자화자찬입니다. 방사청은 재협상에서 미납 분담금 8천억 원에 대한 이자를 얼마로 매길지 손도 못 댔고, 분담금 1조 6천억 원의 30%를 팜유와 같은 현물로 받기로 했습니다. 둘 다 시한폭탄입니다. 특히 현물 납부는 두고두고 다른 수출 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인도네시아와 잠수함 3척 건조를 계약하고 2년이 넘도록 계약금을 못 받은 대우조선해양은 계약금을 현물로 받게 될까 봐 벌써 근심입니다.
이런 사정인데도 지난달 11일 강은호 방사청장은 재협상 결과에 대해 "120%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 KF-21의 이름이 될 뻔한 정광선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은 며칠 뒤 기자들에게 "강은호 청장이 차장 때부터 열심히 뛰어줘서 신속한 결과가 있었다"고 말하며 강 청장 띄우기에 힘썼습니다.
현재도 방사청은 한-인니 KF-21 분담금 재협상 결과에 자화자찬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방위력개선비 삭감에 대한 방사청의 반성이 방사청의 진심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방위력개선비 삭감 삭풍이 부는 와중에 'KF-21 정광선 기' 명명을 토의한 것을 봐도 방위력개선비 삭감을 대하는 방사청의 본래 생각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2022년 방위력개선 예산 국회심사 결과 관련'이란 이름으로 내놓은 방사청의 그제 반성문은 아무래도 가짜 같습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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