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전수방위 원칙 위배한 日 군비 증강에..주변국 우려

박대로 2021. 12. 5. 09: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일본 총리,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 시사
북한·중국 대응 이유로 전수방위 허물어
핵탄두 6000개 제조 가능한 플루토늄량
짧으면 6개월 길면 5년 안 핵개발 가능
장거리 순항 미사일 개발, 경항모 개조
평화헌법, 일본 반핵 여론 등이 안전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취임 이래 처음으로 27일 도쿄 북부 아사카 자위대 육군 기지를 시찰했다. [AP/뉴시스] 2021.11.27.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일본의 군비 증강이 심상치 않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전수방위(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을 위배하면서까지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방위력 강화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특히 일본은 6000개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어 결심만 하면 6개월~1년, 최대 5년 안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본의 군비 증강이 자칫 중국·북한과의 핵 군비 경쟁을 야기해 한반도에 전운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7일 육상자위대 아사카 주둔지에서 열린 사열식 훈시를 통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검토해 필요한 방위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적 기지 공격 능력'이란 적이 일본에 대한 공격을 시사하며 탄도미사일 발사에 착수했을 경우 사전에 적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기시다 총리는 적 기지 공격 능력을 갖추려는 이유로 북한과 중국을 제시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을 겨냥해 "극초음속 무기와 변칙 궤도 미사일 등 새로운 기술의 개발·향상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충분한 투명성을 결여한 채 군사력을 강화하고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을 환영하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5일 기시다 총리 취임 후 첫 통화에서 일본의 방위비 증액 방침에 기대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AP/뉴시스]지난 27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도쿄 아사카 육상자위대 기지에서 사열하고 있다. 2021.11.29.

기시다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움직임은 엄밀히 말하면 일본 헌법 위반이다. 적 기지 공격은 일본 평화헌법 상 전수방위 원칙에 위배된다. 무력 행사를 금지하며 상대방에게서 공격을 받았을 경우에만 필요 최소한의 자위용 방위력 행사만 가능하다는 전수방위 원칙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군사적 잠재력 역시 주변국의 우려를 자아낼 만하다.

조비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최근 세종연구소 발간 계간지 '국가전략'에 기고한 '동아시아 비핵국가들의 Plan B: 핵잠재력 확보를 통한 잠재적·보험적 억제력 구축' 논문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연말 기준 국내외에 플루토늄 46.1t을 보유하고 있다.

[오쿠마=AP/뉴시스]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 소재 후쿠시마 다이이치(제일) 원자력 발전소의 2월14일 전경. 10년 전 대지진으로 원자로 3기가 녹아버린 이 원전 부근은 전날 진도6강의 큰 지진이 감지되었다. 그러나 22일 원전 운영업체 도쿄전력이 3호기 원자로에 설치됐던 지진계가 지난해 7월 호우로 고장난 것을 알고도 수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판 받고 있다. 2021. 2. 22.

일본은 국내 민간 핵시설에 약 10t 정도의 플루토늄을 비축하고 있으며 국외인 영국과 프랑스에 약 36t 정도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총량 기준으로 약 6000개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일본은 동아시아 비핵국가 중 가장 많은 수의 민간 핵시설(원자로 54기)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은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P5)인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를 제외하면 무기용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기술(완전한 핵연료 주기)을 갖춘 유일한 나라다.

일본은 결심하기만 하면 6개월~1년, 최대 5년 안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내부에서 수행된 2006년 연구는 핵물질의 탄두화·소형화까지 최소 3~5년이 걸릴 것으로 계산했다.

【 AP/뉴시스】일본 정부는 18일 해상자위대가 보유 중인 이즈모급 호위함을 사실상 항공모함(항모)로 개조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방위계획대강(방위대강)을 각의(우리의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사진은 2017년 5월 이즈모 함의 모습. 2018.12.18

일본은 재래식 응징(보복)능력 부분에서도 타격 능력을 확대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유사시 적의 요격미사일 사거리 밖에서 발사해 지상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약 1000㎞의 스탠드오프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해 예산 335억엔(약 3487억원)을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미사일이 개발되면 북한 전역을 포함해 중국과 러시아 일부 지역도 사정권에 들어간다.

일본은 재래식 전력 투사력도 확대하고 있다.

【 AP/뉴시스】일본 정부는 18일 해상자위대가 보유 중인 이즈모급 호위함을 사실상 항공모함(항모)로 개조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방위계획대강(방위대강)을 각의(우리의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사진은 2017년 5월 항모로 개조되는 이즈모함에 탑재된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 .2018.12.18

일본은 헬기를 탑재할 수 있는 휴가급·이즈모함급 호위함 4척을 건조해왔다. 이즈모함은 배수량(배가 물에 떠 있을 때 밀어낸 물의 중량)이 2만4000t으로 헬기 14기와 대잠헬기 7기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다. 갑판 개조를 통해 헬기 외에 보다 다양한 투사력을 제공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탑재할 수 있다.

2023년까지 일본의 계획대로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 22대가 도입되면 이를 개조된 이즈모함에 탑재해 실질적인 경항모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의 호위함 개조는 전수방위 방침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 조비연 연구원은 "그동안 일본 정부는 자국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군사력을 보유하는 것은 금지하지 않았지만 공격을 위해 사용되는 무기는 보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며 "대륙 간 탄도미사일이나 경항모는 허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이달 8일 일본 고치(高知)현 아시즈리미사키(足摺岬) 앞바다에서 훈련 중에 민간 상선과 충돌해 안테나 기둥 등이 손상된 해상자위대 잠수함 소류의 모습. (사진출처: NNN 영상 캡쳐) 2021.02.10.

이 외에도 일본의 1만4000t급 오오스미급 대형 수송함은 수송헬기, 공기부양정, 육상자위대 전차, 병력을 탑재할 수 있다. 이 대형 수송함은 도입 중인 MV-22 오스프리 수직 이착륙기와 신형 수륙 양용 장갑차를 유사시 전개하기 위해 갑판 강도를 높이고 함미문과 승강기를 개조했다.

일본의 잠수함 능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4000t급(소류급) 잠수함을 비롯해 일본은 잠수함 22척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잠수함은 핵추진 잠수함이 아닌 디젤 잠수함이지만 비핵잠수함 중 소음이 가장 작은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일본이 핵무기 등을 앞세워 다시 세계를 위협하지 않게 하는 안전판은 남아 있다.

【서울=뉴시스】23일 도쿄 시부야(渋谷)구에 위치한 요요기 공원에서 (주최측 추산)약 2만5000명의 시민이 모여 안보 법안과 원전 재가동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출처: NHK) 2015.09.23.

평화헌법 9조를 기반으로 한 전후 전수방위 원칙, 1967년 사토 에이사쿠 총리가 발표한 핵무기를 만들거나 보유하거나 반입하지도 않는다고 선언한 '비핵 3원칙' 등은 일본 핵기술의 무기화를 제약하는 요소다.

1988년 7월 발표된 미일 원자력 협정 역시 일본이 핵무기에 전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하고 있다.

핵폭탄 두 발을 맞아본 경험이 있는 일본 대중은 뿌리 깊은 핵 기피 인식을 갖고 있다. 일본 국민의 핵 기피는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더욱 심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로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안이 심화되면서 재난 발생 직전까지 가동되던 총 54기의 원자로(일본 전력의 30% 공급)가 2012년 5월부터 약 2년간 모두 중단됐다.

조비연 연구원은 "일본에서 실시된 2017년 한 설문에서는 약 69%가 일본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더라도 비핵국가로 남아야 한다고 답변했다"며 "가장 최신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75%가 일본이 유엔의 핵무기금지조약에 서명하고 국회가 비준하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