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마크 박물관 눈길 끄는 '올림픽 수도' [박윤정의 원더풀 스위스]

입력 2021. 12. 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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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 또 다른 문화 느끼게 하는 로잔
레만호수 건너편 佛 에비앙 보여
옛 건물·현대식 건물 조화
언덕 위 노트르담성당 '랜드마크'
IOC박물관엔 안산·김재덕 선수
로빈후드 화살 전시.. 큰 자부심
1993년 처음 로잔에 세워진 올림픽 박물관은 2014년 현대적으로 내부를 갖춘 뒤 재개관했다. 올림픽 역사를 훑어볼 수 있다.
이른 새벽 눈을 떴다.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열어본다. 잠에서 깨어나는 호수의 서늘한 공기가 뺨을 스친다. 기지개를 켜듯 조금씩 차오르는 물안개를 바라보니 꽃단장하는 새색시 아침맞이 준비 같다. 고운 모습을 넋 놓고 지켜보다 어깨에 내려앉은 차가운 공기에 하루 채비를 시작한다. 바다 같은 호수와 알프스를 배경으로 둔 자연의 품속에서 몽트뢰의 아침을 시작한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1층 재즈카페에서 재즈가 들려온다. 아침부터 울리는 재즈는 조금 낯설지만 조용하게 퍼지는 음악이 공간과 제법 어울린다. 어제까지 먹던 독일식 빵과 다른 프랑스식 빵으로 아침을 연다. 버터향이 짙은 크루아상이 코끝에 행복을 실어다 준다. 같은 스위스이지만 다른 문화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레만호수 주변에는 우리가 들어봄직한 두 도시가 있다. 올림픽 본부가 있는 로잔과 생수가 유명한 에비앙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양궁 대표 선수들이 만들어낸 로빈 후드 화살이 도쿄올림픽에서 화제가 되었다. 화살 위에 화살이 꽂히는 진귀한 장면이 올림픽에서 연출되고 이 화살을 박물관에 보관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것을 결정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IOC박물관이 스위스 로잔에 있다. 그래서 로잔을 올림픽 수도라고 부른다.

또 다른 도시, 호수 남쪽 프랑스 땅에 있는 에비앙은 레만호수 건너편에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맑은 공기로 시야가 좋아 조그마하게 보인다. 이곳까지 왔으니 레만호수의 도시 로잔과 에비앙을 둘러보기로 한다.
몽트뢰에서 로잔까지 차로 약 30분, 기차로 약 20분, 배를 타면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배를 타고 레만호수의 다른 마을들을 정거장처럼 들르면서 여유롭게 다녀오라는 호텔 안내를 받았지만, 에비앙까지 다녀올 계획으로 혹시나 시간이 빠듯할까봐 기차를 타기로 했다. 표를 검사하는 역무원을 만나지 못한 채 기차에 오른다. 빈자리에 앉아 검표원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는다. 우리나라 완행열차 타는 기분으로 왼편에 호수를 두고 오른편 포도밭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열차 풍경을 즐긴다.
작은 기차의 낭만을 안고 도착한 로잔역은 도시의 분주함으로 관광객을 맞이한다. 넓은 도로와 현대식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사이사이 익숙한 브랜드 상점들이 보인다. 스위스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 스위스에 도착해 처음으로 느끼는 도시 분위기이다. 번화한 도심을 따라 걷다 보니 언덕 위로 첨탑이 보인다. 도시 어디서나 보일 듯한 첨탑은 로잔을 상징하는 노트르담성당이란다.
13세기에 지어진 로잔 대성당은 스위스를 대표하는 고딕양식 건축물이다. 화려한 조각으로 장식된 정문과 길게 뻗어 있는 내부, 2003년 디자이너에 의해 새롭게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 종탑에서 바라보는 전경 등 매력적인 요소가 풍부하다.
이정표로 삼아 성당에 다다른다. 3세기에 지어진 성당은 도시 랜드마크이자 스위스를 대표하는 고딕양식 건축물이다. 정문은 화려한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고, 안으로 들어서니 길게 뻗어 있는 내부가 어마어마하다. 밖에서 봤을 때와는 달리 상당히 크다. 2003년에 완공된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눈에 띈다. 디자이너가 설계한 최초의 오르간으로 7000개의 파이프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오르간 연주를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움을 가득 안고 한참을 서성인다. 예정된 연주회가 없다는 안내를 듣고서야 아쉽게 돌아서서 조심스레 첨탑 계단을 오른다. 200개가 넘는 계단을 오르니 통로처럼 사각형으로 이어져 있는 넓은 종탑 정상부가 나온다. 로잔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옛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이 색다른 매력으로 어우러져 있다. 확 트인 시야 너머 에비앙이 보인다. 계단을 오르며 차오르는 숨을 고르고 웃음 지으며 에비앙 생수를 들이켜 본다.
종탑에서 바라보는 전경
종탑과 언덕에서 내려와 호수가 있는 낮은 지대를 향해 걷는다. 호숫가 넓은 부지에 익숙한 오륜마크가 눈에 들어온다. 올림픽 박물관이란다. 1993년 처음 세워져 2014년 현대적으로 내부공사를 마친 후 재개관되었다고 한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전시공간을 훑어보며 올림픽 역사를 만난다. 곳곳에 우리나라와 관련된 전시물도 보인다. 앞으로는 이곳 어딘가에 안산과 김재덕 선수의 로빈 후드 화살도 멋지게 전시되고 있으리라. 로잔에서 한국을 떠올리는 반가운 순간이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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