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교육부, 지금이라도 혁신위 오만을 바로 잡아라 [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1. 12. 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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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교육부는 최근 대한체육회에 ‘학생 선수 결석 허용일수 축소’ 방침을 알렸다. 올해 초등 10일, 중등 15일, 고등 30일(2020년 초등 20일, 중등 30일, 고등 45일)에서 내년에는 초등 0일, 중등 10일, 고등 20일로 더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체육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경기단체, 시도체육회 등 소속회원단체들과 함께 축소안을 전면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한탁구협회는 교육부 방침 반대 서명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이고 있다. 한국여자축구연맹도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저항은 가속화하리라 예상된다.

체육계는 학습권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선수가 되겠다고 진로를 결정한 만큼 운동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달라는 것, 학생선수가 향후 관련 업계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맞춤형 수업을 해달라는 것, 학습권을 과도하게 요구하면서 운동부가 학교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것을 원한다. 한국 공교육 위상 추락, 직업 교육소로 전락한 안타까운 한국교육 현실, 국토는 좁고 자원은 없고 인구는 많은 데서 비롯된 치열한 취업경쟁 등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충분한 주장들이다.

학업 공부가 중요하지만,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은 이미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교육부는 학습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는 투다.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입시 과목 수업을 강요하는 꼴이다. 학생선수가 학업성적이 부진할 경우 대회 출전도 불허하겠다는 전근대적 방침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학생선수보다 성적이 더 나쁜 일반 학생은 모두 퇴학이라도 시키겠다는 뜻인가.

교육부에 묻고 싶다. 지금 학교가 학생들의 다양한 꿈을 다 담을 수 있나. 현재 교육부 지침으로 학생이 마주할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자신이 있나. 학교 공부가 전부인가. 운동능력은 춤, 노래, 수학, 언어, 기계처럼 개인이 가진 재능이 아닌가. 전체 학생 중 1% 미만인 학생선수보다는 체육을 외면하는 일반 학생을 위해 체육수업을 제대로 하는 게 급선무가 아닌가. 운동부 지도자가 잘못하는 것을 제어하기 위해 학생들을 지렛대로 이용하는 데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가.

최저학력제 등으로 인해 운동과 학습을 병행하기 힘든 학생선수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방송고에 들어가서 오히려 수업을 등한시하는 현상이 축구, 골프 등 주요 종목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현재 등록된 고등학교 골프 학생선수 837명 중 방송고 선수가 264명이다. 프로축구단 18세 이하 유스클럽 중 방송고 학생들이 대부분인 클럽도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방송대로 가는 경우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방송고, 방송대는 일반 학생들과의 생활도 못 하고 선후배 관계 및 유대감 형성도 어렵다. 인터넷 수업을 형제, 부모가 대신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학생선수가 제도권 밖으로 이탈하는 모습이 교육부가 원하는 그림인가.

규정상 졸업은 수업일수 3분의 2만 채우면 가능하다. 3분의 1 일수는 학생들이 학부모와 의논해서 학교에 출석하지 않고 다른 활동을 해도 된다. 그렇게 학생들은 대입보다는 재능개발과 취업 준비에 결석 허용일수를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시험성적이 0점인 학생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중학교는 의무교육이지만 고등학교부터는 아니다. 유독 학교 운동부만 옥죄는 방침이 치졸하고 비열한 고사 작전으로 비치는 이유다.

이를 해결할 주무 부처는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다. 교육부는 스포츠혁신위원회가 권고한 것을 이행했을 뿐인데 체육계가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혁신위는 3년전 현장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탁상공론 투성이 권고안을 내놓았다. 정치권력을 등에 업은 혁신위는 문체부, 교육부, 사법당국까지 협조부처로 동원해 권고안을 사실상 강제했다. 스스로 “권고안은 권고일 뿐”이라고 말하면서도 여러 루트를 통해 권고안 이행을 촉구했다. 문체부는 혁신위 논의 초기에는 혁신위를 존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혁신위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깊어졌다. 혁신위가 현실을 거의 무시한 채 내놓은 권고안이 너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혁신위가 초래한 행정 폭력을 주무 부처들이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혁신위 탓, 혁신위 핑계를 댈 수도 없고, 대서도 안 된다. 혁신위 발표 내용은 권고일 뿐이다. 그걸 현장 중심 행정으로 실현하는 것은 교육부, 문체부 업무다. 혁신위가 하라고 해서 그대로 하고 있다는 말은 영혼 없고, 책임감 없는 공무원임을 자인하는 발언이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낙오자 한 명도 없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볼 수 있도록 학교를 유토피아로 만들어야 한다. 문체부는 학생선수들이 꿈을 이루는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교육부 방침에 무조건 따라가는 것은 주무 부처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교육부, 문체부 모두 네탓 공방, 핑계 대기만 한다면 정부 부처로 있을 이유가 없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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