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는 잡으면서 대출금리는 외면하는 금융당국
박슬기 기자, 강한빛 기자 2021. 12. 5. 07:53
[머니S리포트-혹한기 맞은 카드사의 복잡한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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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올해도 어김없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시즌이 돌아왔다. 이달 말 3년마다 돌아오는 카드 수수료 개편안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카드사와 금융당국은 수수료 인하 여부를 둘러싸고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카드사는 비용 등을 감안할때 더 이상 낮출 여지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일 치솟는 대출금리에는 개입하지 않으면서 카드 수수료율에는 적극 개입하는 금융당국의 모습에 이중잣대 지적도 제기된다. 카드 수수료로 더 이상 돈벌기 힘들어진 카드사는 카드론 금리를 올리며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어 서민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정부가 시장가격인 (대출) 금리 결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세부적인 부분을 협의하고 있고 연말까지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금융당국이 연일 치솟는 대출금리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을 두고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대출금리 급등과 관련해선 시장금리 상승 영향으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카드수수료율의 경우는 3년마다 재산정 작업을 거쳐 직접 손질하고 있다.
시장 가격을 임의대로 바꿀 수 없다면서도 카드 수수료율에는 적극 개입하며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금융당국을 향해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불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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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수수료까지 정해주는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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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선 “한국카드공사를 만드는 게 낫겠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고 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는 대통령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카드사들은 2007년 이후 10여차례에 걸쳐 4.5%였던 카드 수수료율을 현재 1.97~2.04% 수준으로 낮췄다.
금융당국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로 2012년 개정한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꼽고 있다.
여전법에 따르면 3년마다 ‘원가분석 및 적격비용 산출 작업’을 거쳐 이듬해 변경된 수수료율이 반영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카드 수수료 문제는 정부가 개입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어 대출금리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사실상 모든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해주며 직접 통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이 금리, 수수료 등 시장가격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수수료율과 금리 모두 시장가격인데 법의 유무에 따라 금융당국의 개입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관련 법규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해당 법규를 개정하거나 폐지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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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카드대출 금리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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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당국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통제하면서도 대출금리 급등에는 손놓고 있으면서 서민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커졌다.
신한·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 등 카드사 7곳의 지난 10월 말 카드론(장기카드대출) 평균금리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말 대비 오른 곳은 4곳에 이른다. 특히 우리카드는 연 11.61%에서 연 14.43%로 10개월만에 무려 2.82%포인트나 뛰었다.
롯데카드는 0.84%포인트 오른 연 14.73%에 달해 7개 카드사 중 가장 높은 금리수준을 보였다. 국민카드는 연 13.81%, 현대카드는 연 13.13%로 각각 0.59%포인트, 0.28%포인트 올랐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경우 지난해 12월말과 비교하면 소폭 떨어졌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직후인 지난 8월 말과 비교하면 각각 0.59%포인트, 0.13%포인트 오른 연 13.13%, 연 13.73%로 집계됐다.
고신용자의 카드론 금리 상승세도 뚜렷하다. 신용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자가 신한카드에서 받은 카드론 평균금리는 지난 8월말 7.67%에서 10월말 9.14%로 1.47%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는 1.45%포인트 오른 10.30%를 기록했다.
카드론 금리가 오르는 데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금리의 상승 영향도 있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카드사가 고객에게 제공했던 우대금리를 축소한 영향이 컸다. 실제로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롯데카드와 삼성카드 등은 조정(우대)금리를 ‘제로(0)’로 낮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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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금리 인하로 이자부담 낮춰준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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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부는 지난 7월 법정최고금리를 연 24%에서 연 20%로 4%포인트 내리면서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카드론 금리가 지속 상승하면서 법정최고금리 인하 혜택의 효과가 반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사는 수수료 인하로 악화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카드론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8개 카드사의 카드론 수익은 2조1629억원으로 전년동기(2조309억원)대비 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드론 이용액은 28조9000억원으로 13.8% 늘어 규모가 커진 이유도 있지만 카드론 금리 인상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두드러질 전망이다. 특히 내년 1월부터 DSR을 산정할 때 카드론 잔액도 포함되는데다 카드사의 DSR 기준도 60%에서 50%로 낮아지는 만큼 카드론의 시장은 더욱 쪼그라들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카드사의 카드론 취급액이 20~3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카드사는 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수익성 방어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정책실장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부담은 높아지고 있다”며 “여기에 가맹점 수수료는 인하되고 내년부터 카드론도 규제를 적용 받는 등 쌍끌이 규제로 카드사는 사실상 카드대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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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인하' 반복되는 과거에 멍드는 카드사·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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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율 재산정 결과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수수료 인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금융권에선 지난 12년간 13번째에 이어 이번에도 소상공인 부담 경감을 위해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올해는 소상공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침체라는 직격탄을 맞아 인하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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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 13번 내리막길… 올해도 인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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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2012년 여신금융전문법 개정에 따라 3년마다 '적격비용'을 재산정하고 있다. 적격비용은 신용카드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VAN(카드결제중개업자) 수수료 ▲마케팅비용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결제 원가를 말한다. 각종 지표로 적격비용을 따져 수수수료를 내릴 지 결정하는 것이다. 적격비용이 낮아지면 그만큼 수수료율을 낮출 여력이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달 안에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해 수수료율 재산정을 앞두고 카드업계에서 적격비용 재산정 시기를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제도와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의 여러 의견이 있어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청취해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2년 동안 연이어 13번 인하됐다. 내리막길 끝에 현행 가맹점 수수료율을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은 0.8%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가맹점은 1.3%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가맹점은 1.4%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 가맹점은 1.6%의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카드 노조는 최근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카드 노조는 "카드사들이 수수료율 인하 조치로 인력 감축, 투자 중단, 내부 비용통제를 통해 허리띠를 졸라 매면 이 같은 노력은 고스란히 원가에 반영돼 수수료율 인하의 근거로 산출된다"고 설명했다.
아직 개편안이 발표되기 전이지만 금융권은 올해 역시 인하를 점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의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아지면서 수수료율을 낮춰 고통을 분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월 전국 소상공인 6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소상공인의 85.4%는 현행 신용카드 수수료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카드사들이 전전긍긍하는 이유는 또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순이익은 2조264억원으로 전년동기(1조6463억원) 대비 23.1%(3801억원)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엔 1조4944억원으로 전년동기(1조1181억원) 대비 33.7%(3763억원) 늘었다. 정부는 그동안 카드사의 실적개선을 근거로 수수료율을 인하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마른 수건을 쥐어짠 결과라고 토로한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매년 줄고 있고 본업인 카드수수료 부문 수익이 아닌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자동차할부금융 등 부업으로 실적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수수료율이 0.1% 인하될 경우 내년 카드사 합산 영업이익은 520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카드사의 실적이 증가한 이유론 코로나19 영향으로 카드론 등 대출 수요가 늘었고 카드사 자체적으로 마케팅비용을 아끼고 디지털화에 나서는 등 자구노력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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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인하 효과 제한적… 모두에게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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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는 연 매출 10억원 이하 영세상공인의 실질 카드 수수료 부담은 사실상 '제로'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수수료율 인하로 소상공인 부담 경감이라는 정책적 목적은 이미 달성했으며 수수료율이 추가로 인하될 경우엔 오히려 소상공인, 소비자, 카드산업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카드업계는 카드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비용부담으로 2018년 308개였던 카드사 영업점포를 지난해 180개만을 남기고 정리했으며 과거 10만명에 달하던 카드모집인은 올해 8500명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카드사가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 중 하나로 고객에게 돌려주는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이면서 '알짜 카드'도 모습을 감추고 있다.
여기에 지난 6월 전라도 광주에서 열린 만민토론회에서 한 소상공인은 수수료율이 인하되면서 무상으로 받던 영수증 출력 종이 등이 유료화됐다고 토로했다. 수익이 줄어든 카드사가 VAN사에 주던 수수료를 줄이게 되면서 자영업자들이 무료로 받던 서비스들이 유료화됐다는 설명이다. 카드 노조는 추가 인하가 확정될 경우 신용카드 결제를 중단하는 '결제 셧다운' 수준의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카드사는 소비자에게 캐시백, 이벤트 등을 제공해 소비를 유도하고 소비자는 카드를 써 가맹점까지 이득을 보게 하는 네트워크 방식을 통해 서로가 '윈윈'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지만 카드사의 지속된 수수료율 인하로 혜택이 줄면서 이 같은 구조가 어려워졌다"며 "카드사와 소상공인, 여기에 소비자 또한 연결됐다는 점을 고려해 최선의 합의점을 도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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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김에 이리저리… 관치·정치금융에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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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업계 의견을 수렴하되 법에 근거하겠다는 입장만을 밝힌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의 비용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과 카드업계 수익 악화 등을 고려해 더 수수료율을 낮춰서는 안 된다는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충돌하다 보니 결국 적격비용에 근거해 수수료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 입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대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으로 수수료율이 인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17년 대통령 후보들은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내세웠고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엔 '카드 수수료 0원'이 공약으로 등장한 바 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지난해부터 수수료율을 내리고 우대 가맹점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카드 노조는 "실효성 없는 정치 놀음의 희생양이 돼 생존권 사수를 위해 카드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와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카드산업이 더 이상 표심을 얻기 위한 각종 선거 도구로 악용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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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기자, 강한빛 기자 oneligh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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