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동물의 길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 김영민 [북적북적]

조지현 기자 입력 2021. 12. 5. 07:06 수정 2021. 12. 2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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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319 : 정치적 동물의 길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 김영민
정치는 권력욕을 주체 못하는 중늙은이들에게 맡겨놓은 채 애착 인형을 끼고 그저 숨이나 쉬고 있기란 얼마나 편한 일인가. 짙어진 풀냄새를 맡으면서 아무도 없는 산책길을 고적하게 걷는 일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조용히 은거하면서 자기 삶의 안위와 쾌락만을 도모하다가 인생을 마치는 일은 얼마나 유혹적인가. 그러나 폴리스 시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던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 아테네 사람들은 공적인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초탈한 사람이라고 존경하지 않고, 쓸모 없는 인간으로 간주한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中

12월의 첫번째 일요일, 책 읽어 드리는 팟캐스트 '북적북적' 에서는 김영민 교수의 신간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를 소개하고 읽습니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전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희망할 수 있는 것》,《공부란 무엇인가》 등을 통해 김 교수의 뼈 있고 위트 있는 글을 믿고 읽어온 독자라면 이번 책 역시 기대감으로 펼쳐 들 것입니다. 더욱이 김 교수의 전공 분야인 '정치'에 대한 책이고, 지금이야말로 정치의 계절이니까요.

저자는 이 책을 〈정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글로 시작합니다. 세상은 그냥 굴러가지 않으며 저절로 잘되는 일은 없으니, 인간이 천사가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고, 상황을 개선하거나 적어도 유지라도 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하는 것, 욕심 가득한 인간들과 어떻게든 함께 살아내는 것, '티끌 모아 좀 더 큰 티끌을 만들어나가는' 것, '당연해 보이는 것을 낯설게 보는' 데에 정치가 있다고 말합니다. 한 마디로,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이며, 그 문제를 다루는 데 정치가 있다'고요. 랩 같기도 판소리 같기도 한 리듬감 넘치는 이 글은 이번 북적북적에서 맛보기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정치가 어디에 있는지, 즉 넓은 의미의 정치 안에서 우리가 숨쉬고 살아간다는 글을 시작으로, 권력은 무엇이고 권력자가 노리는 것은 무언지,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국민주권, 대의정치 등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또 '세계 0위' 같은 수치에 도취되지 말고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과 '정치'로 해결해야 할 우리 사회 각종 이슈에 대해 넓고 쉽지만 가볍지 않게 생각해 보는 책입니다. 선거를 앞둔 지금 시점에서는 투표, 선거, 정치연설 등의 글도 흥미진진하게 읽게 됩니다.

저자는 인간이 고도의 문명을 만드는 능력도 있지만, 야만 상태로 빠르게 회귀하는 능력도 있음을 강조합니다.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을 예로 드는데, 당시 트럼프 지지자는 "그는 판을 흔들어놓을 것. 사과수레를 엎어버릴 인물"이라고 말하곤 했지요. 이에 대해 미국 소설가 스티븐 킹은 이렇게 평했다고 합니다. "과일 수레를 차서 엎어버린 다음에 그냥 자리를 떠버리고 싶은 욕망이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이제 우리 모두 길에 굴러다니는 사과를 주워 담아야 할 겁니다." 이렇게 판을 엎어버리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경계해야 할 것은 또 있습니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글의 한 부분을 옮겨봅니다.
 
오히려 쉬운 답이 있는 것처럼, 자기는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문제 뒤에 어떤 거대한 음모가가 존재하고 그 음모가만 없애면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 문제의 원인만 쉽게 도려낼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 다른 사람은 무관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 막연하게 이건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퉁치는 사람, 자기는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약을 파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모든 대안은 그 나름의 부작용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사람, 일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것을 감안하고 있는 사람, 기회비용까지 고려하고 있는 사람, 일시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 그러기에 다음 세대만큼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끔 양질의 선택지를 마련해주려는 사람 말을 경청해야 한다. 우리 자신에게 좋은 선택지는 아마 이미 소진되어버렸음을 인정하면서.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中

넓은 주제를 다루는 책이고 저자의 시각이 뾰족한 만큼, 독자마다 공감하거나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도 다 다를 겁니다. 그러나 냉소하든 열광하든 정치는 우리에게 공기 같은 존재이고, 이 공기가 어떤 것인지 들여다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냥 사는 인생이나 마냥 권력을 쥐려는 정치가 아니라 반성된 삶과 숙고된 정치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정치적 동물의 길》은 바로 그러한 삶과 정치에로 초청하는 작은 손짓이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하나의 문제이며, 정치는 그에 대한 응답이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프롤로그 中

*출판사 어크로스의 낭독 허락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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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현 기자fortun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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