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보다 위대한 사랑' 쓰러진 골프 황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다

김현지 2021. 12. 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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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현지 기자]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힘, 바로 사랑의 힘이다. 또 다시 쓰러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일으킨 것은 다름 아닌 '부정'이다.

지난 2월 전 세계 골프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충격적인 사고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고 현장은 처참했다. 우즈는 도로 옆 낭떨어지에 걸려 전복된 차 안에서 발견됐다.

당시 그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호스트로 대회 직후에도 바쁘게 남은 일정을 소화중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급하게 서두르던 그는 결국 대형 교통 사고를 당했다. 우즈는 사고 당시 기억이 없지만, 현지 경찰은 사고 원인을 과속으로 추정했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같던 사고. 우즈는 이 교통사고로 인해 오른쪽 발목뼈는 물론 정강이뼈와 종아리뼈까지 산산조각나는 복합 골절상을 입었다. 결국 정강이뼈에는 철심을 박고, 발과 발목뼈는 핀으로 고정했다.

최근 우즈는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와 인터뷰에서 "사고 후 의료진이 다리를 절단하는 것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논의했다. 자칫하면 다리 하나로 병원에서 나올 뻔 했다"며 당시 심각했던 부상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번 사고 이후 우즈의 복귀를 전망하는 시선은 냉담했다. 그는 데뷔 이후 부상으로 이미 10차례 이상 필드를 떠난 바 있다. 즉, 긴 재활 끝에 필드에 다시 올라선 것도 이미 10차례를 넘겼다는 것이다. 이 사고 이전에도 무릎과 허리 등 수술을 10차례나 받은 바 있다.

몸 곳곳에 이미 철심이 박힌 상태다. 지난 2017년 5월에는 약물에 취해 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당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던 우즈에게서 검출된 약물은 THC(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 재낵스, 딜라우디드 등 5가지다. 이 중 THC는 마리화나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우즈는 약물에 취해있던 이유에 대해 진통제, 신경 안정제를 복용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마리화나 역시 마찬가지다. 우즈가 거주하는 플로리다주에서는 의학적으로 마리화나를 먹는 것은 합법이다.

당시 체내에서 알코올은 따로 검출되지 않아 우즈의 주장대로 통증으로 인해 약물을 복용했다는 것에 어느 정도 무게가 실렸다. 투어 선수들 역시 "우즈가 평소에도 진통제나 신경 안정제를 먹지 않으면 엄청난 고통을 호소할 정도로 힘든 상태다. 투어를 뛰면서도 꾸준히 진통제를 복용해야할 정도다"라고 입을 열기도 했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해야만 통증을 잊을 정도로 심각했던 우즈의 몸상태. 약물 사건 직후 우즈의 최측근조차 "우즈는 다시 복귀하기 힘들다"라고 했지만, 우즈는 보란듯이 투어 복귀에 성공해 '명인열전' 마스터스 우승을 포함 3승이나 쓸어담으며 기적을 써내려갔다.

기적을 써내려갔다한들 우즈 역시 사람이다. 이미 엉망인 몸 상태에 담당 의사마저 다리 절단 여부를 고심할 만큼 심각한 사고를 당했다. 일각에서는 "제대로 걷지 못할 수도 있다. 목발이 없이는 걷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라는 추측도 나돌았다.

하지만 모두가 간과한 한 가지 사실은 그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라는 것이다. 무려 9개월 만에 골프 채를 들고 스윙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아이언 클럽에 이어 우드 클럽까지 들고 풀 스윙했다. 비록 그간 보여줬던 파워풀한 스윙은 아닐지언정 누가봐도 '골프 황제'임이 분명한 깔끔한 스윙이었다.

또 다시 쓰러진 우즈를 일으켜 세운 것은 마약성 진통제보다 더 강한 약물이 아니다. 바로 사랑이다.

'골프 황제'의 새로운 별명은 '아들 바보'다. 지난해 우즈는 이벤트 대회인 'PNC 챔피언십'에서 경기력이나 승부욕은 물론 걸음걸이나 제스쳐까지 자신을 쏙 빼닮은 아들 찰리 우즈를 공개한 바 있다.

사실 이번 사고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그가 종종 모습을 드러낸 곳은 바로 찰리 우즈가 있는 곳이다. 아들의 대회장이나 연습장을 찾아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일반인들의 SNS를 통해 공개되고는 했다.

우즈는 "힘든 재활을 참아낼 수 있었던 것은 아들 찰리와 다시 골프를 치고 싶다는 생각 덕분이다"라고 하며 "그동안 아들 찰리의 경기를 지켜본 것이 큰 힘이 됐다. 밖에 나가 아들 찰리가 연습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러한 순간들이 그리웠다"고 이야기했다.

우즈 역시 아버지 얼 우즈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 아버지의 사망 이후 한 동안 필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로 끈끈한 부정이다. 곁에 있는 찰리 우즈 뿐 아니라 아버지 얼 우즈를 떠올리며 힘든 재활을 견디고 있다.

우즈는 "(미군 특수부대 출신) 아버지는 아무리 긴 고통이라도 조금씩 잘라서 견뎠다"고 하며 "9개월 간 지옥같았지만, 하루 2~3시간 정도는 견딜만 했다. 아버지의 방식을 따라 2~3시간 견디는 것을 반복하다보면 몇 주가 되고, 몇 달이 된다. 그게 쌓이고 쌓여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바쁜 스케쥴 속에서도 우즈의 집을 찾아 함께 식사를 하고 말동무가 되어준 동료 선수들 역시 힘이 됐다. 우즈의 광팬이자 이웃 사촌인 저스틴 토머스(미국)나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등 후배 선수들도 빼놓을 수 없다. 우즈는 "수 많은 동료 골퍼와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며 감사를 표했다.

대형 사고 직후 9개월 만에 다시 골프채를 들고 '골프 황제' 다운 면모를 과시한 타이거 우즈. "불운하지만 앞으로 정상에 오르지는 못할 것 같다. 그게 나의 현실이다"라며 더이상 우승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타이거 우즈다. 아직 PGA 투어 복귀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역시 언젠가 다시 복귀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PGA 투어 통산 최다승 타이 기록 보유자이자 세계 골프계의 판도를 뒤바꾼 타이거 우즈. 그의 기록이 다시 한 번 이어지는 날이 머지 않아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사진=타이거 우즈와 아들 찰리 우즈)

뉴스엔 김현지 928889@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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