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 24시간 함께 한 정.. 김준태, 블롬달 응원한 이유[샤름WC]

강필주 입력 2021. 12. 5. 06:33 수정 2021. 12. 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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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준태(왼쪽)와 토브욘 블롬달 /파이브앤식스 제공

[OSEN=샤름 엘 셰이크(이집트), 강필주 기자] '앵그리버드' 김준태(경북, 세계랭킹 24위)가 '당구황제' 토브욘 블롬달(스웨덴, 4위)을 조용히 응원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준태는 4일(한국시간) 오후 이집트의 파크 리젠시 샤름 엘 셰이크 리조트에서 열린 '마술사' 세미 사이그너(터키, 10위)와 블롬달이 펼친 '2021 샤름 엘 셰이크 3쿠션 당구월드컵' 4강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경기 후 만난 김준태는 "솔직히 블롬달을 응원했다"고 털어놓았다. 선수가 마음 속으로 다른 선수의 승리를 기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누구를 응원한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김준태는 전날 열린 사이그너와 8강전에서 아쉽게 고배를 들었다. 8이닝까지 14-13으로 앞서던 김준태였다. 하지만 테이블 적응이 늦어진 김준태는 주춤했고 결국 사이그너에게 37-50으로 역전패했다. 사이그너를 이겼다면 당연히 블롬달과 맞대결하고 있었을 김준태였다. 

사이그너에 패한 아쉬움 때문에 블롬달의 승리를 원했던 것일까. 김준태는 "사이그너에 졌기 때문에 블롬달을 응원한 것이 아니라 블롬달이 내게 보여준 그동안의 배려에 감사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김준태는 지난 10월 네덜란드서 열린 베겔 월드컵(네덜란드) 출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베겔 월드컵 후 닷새 만에 스위스에서 열릴 로잔 빌리어드 마스터스(LBM)까지 염두에 둔 만큼 귀국하지 않고 유럽에서 훈련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비행기표 구매에 앞서 평소 존경하던 블롬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베겔 월드컵 후 LBM 때까지 함께 훈련하고 싶은 데 괜찮겠냐는 내용이었다. 블롬달은 흔쾌히 전화로 김준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김준태는 "처음 당구를 시작할 때부터 블롬달을 좋아했다. 국내 선수 중에는 고(故) 김경률 선배를 좋아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준태는 "브롬달이 거절할 수도 있다 생각했는데 고맙게도 허락을 해줬다"면서 "주변 호텔을 숙소로 잡을 생각이었는데 블롬달이 본인의 집에서 지내게 해줘 편했다. 베겔에서 블롬달의 집이 있는 슈투트가르트(독일)까지 블롬달의 차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김준태에게 블롬달과 보낸 닷새는 많은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평소 유럽 톱 랭커들은 어떻게 연습하고 대회에 나서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준태는 "6시간 내내 운전해서 피곤했을텐데 그날 저녁을 먹고 바로 개인 연습장에 갔다. 집에서 900m 정도 떨어진 장소에 테이블 1개가 들어가 있는 공간이었는데 3시간 정도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어떤 연습을 했을까. 김준태는 "특별한 연습은 없었다. 그저 한 번씩 번갈아 치는 연습을 했다. 그러다 스웨덴 축구국가대표 경기를 봤다. 아침 먹고 3시간, 저녁 먹고 또 연습했다. 보통 한 번 연습할 때 적게는 3시간, 많게는 6시간 함께 연습했고 닷새 동안 24시간 내내 함께 붙어 있었다. 집이 3층에 있었는데도 평소 계단을 이용하며 체력을 유지하더라"라고 놀라워했다.

LBM 후 다시 슈투트가르트로 향한 김준태는 블롬달이 한국 음식을 직접 요리해줘 감동을 받기도 했다. 김준태는 "한국 음식 먹고 싶은 게 있냐고 해서 김치찌개라고 말했는데 유튜브를 보면서 정말 만들어줘 감동했다. 블롬달이 한국 음식을 좋아해 다음날은 불고기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면서 "나는 외식할 때 가끔 샀다. 공항까지 배웅해줘서 고마웠다. LBM에서 블롬달과 대결에서 하이런 상금을 받았는데 그걸로 밥을 사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준태는 4강에서 블롬달과 격돌하고 싶어했다. 함께 훈련한 동지끼리 승패를 겨뤄 보는 꿈을 꾼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준태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또 블롬달은 30-50으로 사이그너에 무너졌다. 사이그너는 김준태와 블롬달을 발판 삼아 결승에 진출, '세계 1위'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마저 꺾고 통산 7번째 월드컵 정상에 섰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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