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꼬인 대출시장' 은행 열리는데 2금융권 막혀..서민 날벼락

국종환 기자,민선희 기자 2021. 12. 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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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총량규제에 '풍선효과' 부작용..서민들 사채로 내몰릴까 걱정
'가계대출금리 3.46%>기업대출금리 2.94%' 금리왜곡 현상도 잇따라
시중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민선희 기자 =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로 대출시장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은행권은 가계대출을 옥죄면서 연말까지 간신히 대출여력을 확보했지만 그사이 2금융권에선 대출 수요가 몰려들어 한도가 소진되면서 서민·중저신용자들의 돈줄이 막혀버렸다.

또 가계대출에만 규제 포화를 가한 결과 가계대출금리가 기업대출금리보다 크게 오르는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했고, 사업자대출을 주택구매에 사용하는 편법이 횡행하는 등 시장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은행 연말까지 대출여력 9조, 최악은 면해…농협·하나 속속 대출재개

5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1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2조3622억원 늘어난 708조688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폭은 2개월 연속(9월 4조729억원, 10월 3조4381억원) 줄었다. 지난해말 대비 잔액 증가율은 5.75%를 기록 중이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압박에 못 이겨 8월부터 대출을 중단하고, 금리인상, 한도축소 등 대출 문턱을 높인 결과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다.

여기에서 4분기 신규 전세대출(7조4293억원)을 제외하면 가계대출 잔액은 701조2587억원, 잔액 연증가율은 4.64%로 낮아진다. 금융당국은 실수요 보호를 위해 4분기에 취급되는 전세대출은 가계대출 총량한도에서 제외해주기로 했다.

이를 감안하면 5대 은행이 연말까지 취급할 수 있는 가계대출 여력은, 금융당국이 권고한 가계대출 증가율(최대 6%대) 하한선 6.00%에 맞춰도 9조1045억원이 남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1~10월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이 월평균 7조원가량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규모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당국과 협의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당국이 제시한 권고치 상한선 6.99%에 꽉 채우기보단 6% 이내로 안정적으로 관리하려 할 것"이라며 "이를 감안해도 연말까지 추가 대출중단 없이 간신히 올해를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출 여력이 생긴 은행들은 한시적으로 중단했던 가계대출 상품 판매를 재개하기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11월23일부터 모바일 대출상품과 영업점 신용대출, 부동산담보대출을 순차적으로 재개했고, 농협은행도 12월1일부터 무주택 실수요자에 한해 주담대를 재개했다. KB국민은행은 전세·잔금대출 한도를 다시 높였다.

대출이 재개되더라도 대출액수가 큰 주담대의 경우 신청부터 실행까지 한 달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연말까지 은행 가계대출잔액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시내 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News1 안은나 기자

◇ 풍선효과로 2금융 대출중단, 서민들 '불똥'…가계대출금리가 기업대출보다 비싸

반면 은행 대출 집중 규제에 따른 불똥은 이제 2금융권으로 번지고 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중단한 사이 대출수요가 2금융권에 대거 넘어오는 '풍선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새마을금고와 신협은 대출한도가 예상보다 빨리 소진되면서 지난달 말부터 일부 가계대출을 중단해 대출이 절실한 서민·중저신용자들의 돈줄이 막혀버렸다.

상호금융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중단에 따른 풍선효과로 고신용자들까지 2금융으로 넘어오면서 9월부터 대출 잔액이 빠르게 늘었다"며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2금융권의 가계대출 제한 움직임은 확산될 전망이다. 상호금융(새마을금고 제외), 여신전문금융회사, 보험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가계대출 여력은 9월말 1조1400억원에서 10월말 6400억원까지 줄어 사실상 바닥이 났다. 2금융권이 대출 문을 닫으면, 은행에서도 소외당하는 저소득·저신용자들은 대부업이나 불법 사채시장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에만 족쇄를 채우면서 금리 왜곡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 은행의 가계대출금리는 3.46%로 기업대출금리 2.94%보다 0.54%포인트(p) 높아졌다. 1년 전만 해도 기업대출금리가 2.68%로 가계대출금리 2.64%보다 높았는데 이후 역전된 뒤 격차가 더 벌어졌다. 가계대출금리가 기업대출금리보다 0.5%p 이상 높아진 상황은 카드사태로 가계대출을 조였던 2003년 4월(0.53%p 차이) 이후 18년 만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을 받은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려고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낮추면서 벌어진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선 서류상 회사를 세운 뒤 사업자금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편법 행위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시장을 금융논리로 보지 않고, 부동산을 잡기 위한 정치적인 수단으로 접근해 무리하게 옥죄다 보니 풍선효과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과도한 규제에 서민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결국 공급자우위의 시장을 만들어 가격(금리)을 올리고, 서민들이 대부업, 사채로 밀려나는 등 여러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며 "총량규제만을 내세워 귀를 닫을 것이 아니라 시장 대출 상황을 살피면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정책기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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