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에 브레이크는 없다.. 신고가 이어지는 강남 아파트

최상현 기자 입력 2021. 12. 5. 06:02 수정 2021. 12. 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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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로 집값 상승세가 꺾였다’는 인식이 퍼지는 가운데, 강남에서는 신고가 단지가 속속 나오며 온도차가 커지는 모습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 아파트는 애초에 대출 규제와 무관한 데다 최근 부과된 종합부동산세의 충격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점점 더 심해진 데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세워진 시세표. /연합뉴스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최고가 아파트 단지 중 하나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11층)는 지난달 15일 45억원에 손바뀜했다. 3.3㎡당 1억3258만원에 거래된 셈이다. 지난 9월 같은 면적의 직전 최고가인 42억원(15층)에서 3억원을 더해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아파트의 전용 84㎡는 올해 3월만 해도 최고 38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바 있다. 최고가 기준으로 불과 8개월 사이 가격이 6억5000만원이 뛰었다. 전용 129㎡의 경우에는 지난달 6일 60억2000만원(34층)에 거래됐는데, 이는 불과 두달 전의 거래가인 53억원(7층)에서 7억원 이상 솟구친 가격이다. 지난달 15일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도 직전 신고가보다 2억원 오른 38억원에 거래됐다. 3.3㎡당 1억1097만원 수준이다.

‘교육 1번지’인 강남구 대치동의 상승세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94㎡는 지난 10월 39억원(28층)에 거래된 데 이어, 지난달 12일에도 38억5000만원(15층) 거래가 나왔다. 3.3㎡당 1억296만원을 기록한 것이다. 이 아파트 같은 면적 주택은 지난 7월만 해도 36억9000만원(19층)에 거래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한 강남구 압구정 일대 재건축 아파트의 신고가도 이어지고 있다. 압구정동 신현대9차 전용 108㎡는 지난 10월 5일 36억원에 매매됐다. 평균 3.3㎡당 1억241만원 수준이다. 지난 1월 거래가액(30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9개월 새 5억5000만원이 올랐다. 현대8차 아파트 전용 107㎡ 역시 지난 10월 12일 36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연초 같은 면적이 27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9억원이나 높은 가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구의 평균 아파트값은 약 22억7500만원으로 서울 평균(약 11억4000만원)의 두 배에 달한다. 웬만한 수요자는 접근조차 힘든 시장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한 최근에도 강남구는 여전히 높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유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 3구 아파트는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하락기에도 강남 3구 아파트는 덜 떨어지고 부동산 상승기에는 더 오른다는 인식이 시장에 팽배하다”면서 “사실 대치동 은마아파트 같은 경우 고점 대비 반값까지 떨어진 적도 있는데 그런 점은 잘 부각이 안 됐다”고 했다.

교육환경이나 정주여건이 좋아 이사에 나설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도 공급이 많지 않은 이유다. 서울 대치동의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애들 교육을 다 시키고 대학까지 보냈으면 손바뀜이 될 만도 한데 조금 더 버텨서 손주들까지 교육시키겠다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이른바 ‘찐강남’으로 불리는 반포·대치·압구정은 정주여건 면에서 대체재가 없다”고 했다.

종부세 여파로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더 커지고 있는 것도 강남 아파트의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종부세는 과세표준 구간별로 2주택자 이하는 0.6~3.0%, 3주택 이상 혹은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1.2~6.0%가 적용된다.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주택을 정리해 똘똘한 한 채에 투자하는 편이 세금을 덜 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다만 강남 아파트의 상승세가 강북과 수도권으로 퍼질 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교수는 “1주택자의 비과세 상향(9억원→12억원)으로 갈아타기가 활성화되면 강남 아파트값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다가 다주택자 양도세까지 완화하면 강남 같이 오를 곳은 오르고, 그 외 내릴 곳은 내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를 테면 강북에 있는 아파트 두 채를 정리해 강남 한 채로 갈아타는 분위기가 커지면서 강남 이외 아파트엔 매물이 늘고 강남 아파트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중저가 시장은 고가 시장을 따라잡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강남이 10억 올랐다면 노·도·강도 3억은 오른다는 얘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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