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현대 임업의 발상지, 기후변화로 새 산림 관리법 찾는다

조승한 기자 2021. 12.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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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제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3일 표지로 독일 바이에른 국립공원을 가득 채우고 있는 독일가문비나무의 모습을 실었다. 생장이 매우 빠른 침엽수인 독일가문비나무는 푸르른 잎을 가득 달고 있어야 하지만 표지 속 나무는 회색 나뭇가지만 남은 모습이다. 공원을 가득 채웠던 독일가문비나무는 최근 급속도로 개체수가 늘어난 나무딱정벌레에 갉아먹히며 빠르게 고사하고 있다.

사이언스는 기후변화로 발생한 독일의 숲과 관련한 문제를 보도하며 “과학적 임업을 처음으로 발명한 국가인 독일에 발생한 엄청난 산림 고사 피해는 산림 관리의 미래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고 3일 소개했다. 독일은 2018년 이후 기후변화로 발생한 딱정벌레와 가뭄으로 인해 독일 전체 산림 면적의 2.5%의 나무가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숲을 재생시키는 방식을 놓고는 자연 치유를 주장하는 측과 새로운 품종을 심어야 한다는 측이 충돌하고 있다.

현대 임업을 처음 발명한 국가는 독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업 관리자였던 한스 폰 칼로비츠가 광업과 제련 수요로 발생하는 목재 부족 현상에 경각심을 갖고 1713년 숲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할 것을 제안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폰 칼로비츠는 목재 수확은 토지가 생산할 수 있는 양으로 제한하고 미래 공급을 위해 나무를 부지런히 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삼림은 지주들이 폰 칼로비츠의 접근법을 채택하며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후 독일은 최대 목재 생산을 위해 정확한 간격대로 나무를 심는 모델을 만들었다. 이 또한 국제적인 모델이 되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연합국에 배상을 위해 목재를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독일은 낙엽수들이 자라는 지역에 대신 빠르게 성장하는 상록수인 가문비나무와 소나무 등을 심었다. 서독이 빠르게 발전했음에도 목재가 부족한 적이 없었고 독일은 국가의 3분의 1이 산림인 나라가 됐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기상 패턴이 붕괴되며 독일 숲은 이제까지 경험해 오지 못한 현상을 겪었다. 가문비나무는 충분한 비와 시원한 온도에서 잘 자라지만 2018년부터 전례없는 가뭄에 땅이 마르기 시작했다. 가문비나무는 곤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끈적한 수지를 생산할 수 없었고 딱정벌레의 공격에 노출됐다. 독일 뿐 아니라 체코와 오스트리아, 프랑스, 폴란드 등 주변국 산림도 큰 피해를 입었다. 안드레아스 볼테 독일 튀넨연구소 연구원에 따르면 중부 유럽에서만 3억 ㎡의 산림이 훼손됐다.

독일은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뜻을 모았지만 방식을 놓고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황폐해진 숲을 자연적으로 다시 자라게 하면 생태계가 활성화돼 생물다양성 감소를 되돌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독일의 과학 임업이 목재 생산 최대화에만 집중해 극한기후에 매우 취약한 단순화된 산림을 만들었다는 것으로 자생림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숲을 재생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들은 독일 베를린에서 1시간 떨어진 소도시인 트로이엔브리첸의 예를 든다. 이곳은 2018년 400만 ㎡의 소나무숲이 불탔다. 까맣게 탄 나무는 제거되고 새로 심은 소나무로 대체됐지만 계속된 가뭄으로 작은 묘목들은 많이 죽었다. 그러나 숲에는 소나무 대신 포플러 묘목들이 3m 이상 높이로 빠르게 자라나고 있었다. 그대로 남은 지역에는 더 많은 식물과 곰팡이, 곤충 종이 나타났다. 독일 산림의 3% 정도만 이처럼 관리되고 있지만 독일 정부는 생태학점 이점을 근거로 이 수치를 5%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은 숲을 남겨둔다는 전략에 반대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너무 빠르게 일어나 인간의 도움 없이 토종 나무들이 기존 번성했던 곳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헨릭 하트만 독일 막스플랑크생지화학연구소 연구원은 유럽 산림의 절반 이상이 곤충과 폭풍, 화재와 같은 자연재해와 재해 조합에 취약하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이들은 산림 관리자가 전략적으로 더 기후변화에 탄력적인 나무 품종을 심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1800년대 후반 독일 서부 부퍼탈에 설립된 250만 ㎡의 수목원에 주목한다. 이곳에는 전 세계 약 200종의 나무가 심어졌는데 그중 100종은 여전히 자라고 있다. 나무가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장인 셈이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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