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예언대로 '시행착오 겪은' 정윤주, 아쉬움과 가능성 함께 남겼다[장충에서]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입력 2021. 12. 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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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의 박미희 감독(왼쪽)과 정윤주. ⓒ한국배구연맹(KOVO)

[장충=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떠오르는 샛별' 정윤주(18·흥국생명)가 아쉬움이 남는 경기를 펼쳤지만 앞으로의 가능성도 함께 보여주며 다음을 기약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도드람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의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25-27, 25-27, 16-25)으로 패배했다. 셧아웃 패배로 승점 추가에 실패하며 승점 9점으로 5위에 머물렀다. 4위 한국도로공사와는 승점 14점차로 많이 벌어져 있는 상황.

흥국생명은 지난 1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길었던 6연패를 끊었다. 당시 승리의 일등공신은 루키 정윤주였다. 20득점을 기록하는 동안 공격성공률은 51.61%를 찍었다. 올해 지명받은 새내기임에도 다부진 경기력을 선보이며 연패 탈출의 선봉장을 자처했다.

정윤주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도 양 팀 감독의 핵심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비단 페퍼저축은행전 활약만이 근거는 아니었다. 지난달 26일 펼쳐진 현대건설과의 맞대결에서도 정윤주가 15득점을 올리며 두각을 나타냈다. 역대 최초 개막 12연승을 달리고 있는 압도적 1위팀을 상대로 위축되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낸 것.

그렇기에 이날 많은 관심이 정윤주에게 쏠렸다. 박미희 감독은 "컨디션은 좋은 상태"라며 선발 출전을 예고했고, 상대팀 수장 차상현 감독은 경기 전 "(정윤주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며 그를 향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정윤주가 보여준 경기력은 앞선 두 번의 활약과는 달랐다. 차상현 감독의 노련한 대처에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경기 전 차 감독은 "1차 서브 공략, 2차 계획된 블로킹 등으로 정윤주의 공격성공률을 낮추면 흥국생명 분위기가 가라 앉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차 감독의 계획대로 이날 정윤주의 공격성공률은 13.04%까지 떨어졌다.

지난 페퍼저축은행전에서 승리하고 축하받는 정윤주. ⓒ한국배구연맹(KOVO)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경기 전부터 정윤주에게 쏠릴 압박감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어디에도 막내가 이끄는 팀은 없다"라며 "어린 선수니까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제 막 프로생활을 시작한 정윤주에게 좋은 흐름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 것.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정윤주를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는 사실이 어린 정윤주의 마음을 짓누를 수 있다. 하지만 박 감독의 말대로 낙담할 것은 없다. 이날 부진했지만 이제 갓 프로에 지명받은 전도유망한 선수임은 분명하다. 박 감독도 “지금은 부담을 주지 않는게 맞다”라며 제자를 감싸기도 했다.

긍정적인 점이 아예 없던 것도 아니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리시브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차상현 감독이 밝힌 것처럼 GS칼텍스는 1세트 초반 정윤주에게 노골적으로 서브를 집중시켰다. 휘슬이 울리고 7개의 서브 중 6개가 정윤주를 향했다. 정윤주는 6번의 리시브 중 4개를 리시브정확으로 만들었다. 리시브 범실은 없었다.

차 감독의 계획대로라면 정윤주가 리시브에서 흔들리면서 GS칼텍스가 초반 기세를 잡았어야 했다. 그러나 정윤주의 안정적인 리시브로 경기는 7-7로 팽팽하게 이어졌다. 그러자 GS칼텍스의 서브는 김미연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정윤주는 이날 경기 리시브효율 37.5%를 기록했다.

차 감독도 경기가 끝난 후 정윤주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차 감독은 “우리 서브가 약하지 않다. 그런데 (정윤주가) 리시브를 어느 정도 세터 머리 위로 띄우는 것을 보고 좀 더 경험을 쌓으면 리시브 쪽도 잘할 수 있는 선수라 느꼈다”고 전했다.

대구여고 선후배 사이인 권민지(왼쪽·GS칼텍스)와 정윤주(흥국생명). ⓒ한국배구연맹(KOVO)

한편 이날 GS칼텍스 승리의 수훈선수로 선정된 권민지도 중·고등학교 후배 정윤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권민지는 “후배가 너무 잘해줘서 감동 받았다. 같은 대구여고 출신이라 멀리 있어도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라고 말하며 웃음지었다.

이어 그는 “(정)윤주가 성격도 밝고 잘해줘서 고맙다. 시합 전에 잠깐 만나서 잘하고 있다고, 지금처럼 안 다치고 선수 생활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했다”라고 밝히며 전도유망한 후배를 응원하기도 했다.

흥국생명 출신 6번째 신인왕 타이틀에 도전하는 정윤주다. 배구계의 선배들과 지도자들도 그를 향한 기대를 보내고 있다. 허나 앞으로 박미희 감독이 언급한 ‘시행착오’들은 더 나올 것이다. 그러나 정윤주는 확실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각인시켰음은 분명하다. 정윤주가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 것인지가 주목된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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