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친문' 성지였는데..與 당원 게시판 문 닫은 진짜 이유

한영익 입력 2021. 12. 5. 05:01 수정 2021. 12. 5.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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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일 권리당원 게시판 운영을 잠정 중단하면서 당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게시판 폐쇄기간은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로 사실상 무기한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올린 공지문을 통해 “게시판 내 당원간 분쟁이 과열되고 있다. 추가로 발생하는 법적 갈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폐쇄 이유를 설명했다.


“이재명 공격 도움 안돼”…후유증 남긴 게시판 폐쇄


11월29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운영중단 공지글. 권리당원 게시판 캡처
게시판 폐쇄의 실제 이유를 두고는 ‘대선을 앞두고 당내 원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란 의견이 많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反)이재명 분들이 그동안 게시판 상당 부분을 지배해왔다. 이분들이 이재명 후보를 거칠게 공격하니까 이건 도움이 안 되는 거 아니겠나. 그래서 일단 폐쇄를 한 상태”라고 말했다.

게시판 폐쇄는 내부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권리당원들은 홈페이지 불편사항 접수 게시판의 ‘안내글’에 집단적으로 항의 댓글을 달고 있다. “당비 내고 홈페이지에 이용할 게 하나도 없는데 당원의 의견을 어떻게 개진하느냐” “더불어독재당” 등 게시판 폐쇄에 대한 항의는 물론, “이재명 후보는 조국 사과하지 말고, 본인 문제나 사과하라”며 이 후보를 향한 공격성 댓글도 상당수다.

민주당 지도부는 6일 최고위에서 게시판 폐쇄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최고위에는 정확히 보고가 안 돼서 6일 논의를 할 것”이라며 “분쟁이 문제라면 자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이 옳지, 이렇게 통째로 닫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 역시 권리당원 게시판 폐쇄 당일인 1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매우 부적절한 잘못된 결정이다. 빨리 원상회복하라”고 비판했다. “대선을 앞두고 당론분열에 대한 지도부의 판단과 우려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당원에게 동등한 발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다.


2019년 문 열었을 땐 “전자민주주의 한 발짝” 기대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의원, 당직자들이 2019년 6월 5일 오전 국회에서 확대간부회의에 앞서 열린 당원게시판 오픈 시연 행사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권리당원 게시판이 처음부터 이렇게 애물단지 취급을 받은 건 아니다. 2019년 6월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친문(親文)의 성지’로 각광 받았다. 당 현대화추진특위(위원장 박주민)의 주도 아래 21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룰 투표 등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이해찬 당시 대표는 게시판이 오픈된 뒤 “이제는 권리당원 인증만 거치면 온라인 투표도 가능해졌다. 민주당은 플랫폼 정당과 전자민주주의에 한 발짝 다가섰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대선이 가시권에 들어온 올해 초를 전후해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의 열성 지지자들이 기싸움을 벌이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1월에는 이 전 대표의 이명박·박근혜 사면 발언을 계기로 ‘(이낙연) 대표 퇴진 찬반 투표’가 게시판에 올라오며 논란이 시작됐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이에 ‘이재명 출당을 위한 권리당원투표’로 응수했다.

대선 경선 기간에는 양측 지지자들의 기싸움이 심화되며 당원 게시판이 당 지도부의 근심거리가 됐다. 게시판에서 지지자들 사이 막말 공방이 당원 간 고소ㆍ고발로까지 번지자, 민주당은 지난 8월 19~20일 당원 게시판 ‘잠시 멈춤’ 기간을 운영하기도 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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