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내향)가 있네, 친구 없지?"..MBTI 열풍에 마음고생 "재미로만 보세요"

이윤희 입력 2021. 12. 4. 22:03 수정 2021. 12. 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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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4가지 선호 지표 기준으로 16개 유형 분류
청년층 폭발적 인기…기업 채용에도 활용
우려 시선도…"MBTI 때문에 탈락하면 억울"
전문가들 "이해하기 쉽지만 단순화 지나쳐"

[서울=뉴시스]홍연우 수습기자 = 성격유형검사 MBTI의 16가지 성격유형도표. (사진=어세스타 MBTI 검사 전문해석 보고서 캡처). 2021.12.04. hong15@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홍연우 수습기자 = #1. 취업준비생 신모(28)씨는 올여름 면접에서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고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면접관이 갑자기 MBTI 검사 결과를 물은 것이다. 다행히 MBTI 검사를 해본 터라 답변했지만, 당시 느꼈던 당혹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면접에서 탈락한 그는 "MBTI 탓에 떨어진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2. 대학생 김모(24)씨는 인턴 근무 도중 들은 상사의 말을 잊지 못한다. 상사는 "MBTI에 'I'가 들어가네. 친구 많이 없지?"라고 물었다. 김씨는 그 이후 MBTI가 대화 주제로 오를 때마다 상대방이 쉽게 자신을 판단할까봐 불편함을 느낀다고 한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MBTI 문화가 폭발적으로 확산한 가운데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MBTI는 심리학자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을 근거로 캐서린 브릭스와 그의 딸 이사벨 마이어스가 개발한 성격유형검사다. 여러 문항을 통해 개인이 외향(E)과 내향(I), 감각(S)과 직관(N), 사고(T)와 감정(F), 그리고 판단(J)와 인식(P) 등 4가지 선호지표 중 어떤 특성을 더 선호하는지 파악해 분류한다.

4가지 지표의 조합을 통해 총 16가지 유형으로 성격을 구분한다. 한국에 도입된 것은 1988~1990년이지만, 최근 2~3년간 온라인에서 비공식적인 검사법이 확산하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MBTI 자체가 하나의 유행이 되다보니 기업체가 직원 채용 과정에서 참고 지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종합식품회사 아워홈은 올해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MBTI 유형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사례로 들어 소개하시오'라는 문항을 넣었다. 브랜드마케팅회사 서울기획 101과 주식회사 애드나인 등은 채용 공고 우대사항에 'MBTI가 'E'로 시작하는 사람'이라고 적시하기도 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MZ 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문항이다. 자신의 장단점을 조금 더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준다는 취지"라며 "단순 참고적 요소지, 절대적 요소는 아니다. 인적성 시험, 면접 등과 함께 지원자 파악에 활용하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홍연우 수습기자 = 성격유형검사 MBTI의 성격 분류 기준이 되는 4개 지표. (사진=어세스타 MBTI 검사 전문해석 보고서 캡처). 2021.12.04. hong15@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일각에서는 MBTI 검사가 사람을 판단하는 주된 잣대로까지 쓰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모(29)씨는 "내 MBTI 앞글자가 'E'가 아니라는 이유로 (채용에서) 떨어진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 기업들은 참고용이라고 하는데 결과에 영향을 줄까 봐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간호사 홍모(28)씨도 "안면만 있던 직장 동료와 친해지려고 여러 주제로 얘를 나누던 중 동료가 내 MBTI를 묻더니 대뜸 자신과 잘 안 맞는 유형이라며, 우리 곧 싸우는 거 아니냐고 말해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고 털어놨다.

박모(31)씨는 최근 소개팅을 하려했지만 "상대가 외향적인 사람이 좋다며 'I'인 사람은 자신과 맞지 않을 것 같다며 만나지도 않고 거절 의사를 밝혀 황당했다"며 "실제 만나서 얘기를 해보지도 않고 MBTI만으로 판단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MBTI가 참고지표 중 하나이며 무비판적 수용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재형 한국 MBTI 연구소 연구부장은 "MBTI는 개인의 선천적 선호 경향성을 파악하는 검사라 개인의 모든 부분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나라는 사람은 심리검사 결과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더 입체적이고 독특한 사람이다'는 관점을 기본적으로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MBTI는 칼 융의 이론만을 근거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충분한 연구를 거친 MMPI(다면적 인성검사), NEO-PI(5요인 성격검사)등에 비해 신뢰도 타당도가 떨어진다"며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4개 지표로 사람의 성격을 범주화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고 설명했다.

개인이 진행한 MBTI 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MBTI검사는 전문가 설명과 해석이 필수적인데, 대부분이 온라인 무료 검사를 이용하다보니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문가 도움이 없다면 'E 성향 99%, I 성향 1%'인 사람과 'E 51%, I 49%'인 사람은 같은 'E'성향으로 생각하기 쉽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재미삼아 검사해 보고, 대화 주제로 활용하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재밌자고 시작했는데 사회가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 버린 것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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