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문화] 시력 잃어가는 송승환.."그래도 내가 있을 곳은 무대뿐"
[앵커]
주말앤문화 시간입니다.
'난타' 공연의 제작자이자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으로도 활약한 배우 송승환 씨가 고향과도 같은 연극 무대로 돌아왔습니다.
최근 대본을 읽을 수 없을 만큼 시력이 나빠졌지만, 특유의 열정과 카리스마로 여전히 무대를 장악하고 있는데요.
정연욱 기자가 송승환 씨를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제2차 세계대전의 와중이던 1942년 영국.
227번째 '리어왕' 공연을 앞둔 노배우는 갑자기 첫 대사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첫 대사가 뭐냐고!"]
공연을 취소하려는 극단과 어떻게든 노배우를 무대에 세우려는 의상 담당.
이 한바탕 소동을 통해 인간이 늙음과 상실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줍니다.
영국의 대배우 앤서니 홉킨스와 이언 매켈런이 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로널드 하우드의 희곡 '더 드레서'는 배우 송승환이 지금 꼭 연기하고픈 작품이었습니다.
[송승환/배우 : "저도 나이가 60대 중반을 넘어섰고. 또 나이가 들면 할 수 있는 멋진 역할들이 있거든요. 이 역할도 그런 역할 중에 하나인데."]
시력이 점점 나빠져 시각장애 4급 판정을 받았지만, 100장이 넘는 대본뿐 아니라 무대 동선까지 외우는 '완벽주의'로 맞섰습니다.
[송승환/배우 : "대본을 보지는 못하지만 들으면서 외웠는데. 하다 보니까 굉장히 효과적이더라고요. 그래서 대사 외우는데도 별문제가 없었고. 연극은 연습을 오랜 기간 하거든요."]
연극 무대뿐 아니라 안방극장에서 선보였던 익살 넘치고 수다스러운 연기.
[목욕탕집 남자들 : "저 아직 끝낼 때 안됐어요. 저 사람 더 혼내야 해요. 어머님 빠지세요. 저 사람 혼내주려고 이러는 거 아닙니다."]
갑작스레 닥친 시련까지도 자신의 연기처럼 낙천적으로 이겨냈습니다.
[송승환/배우 : "시력이 좀 나쁘지만 다른 건 다 멀쩡하니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방법을 찾기 시작했더니 의외로 또 방법이 많이 있더라고요."]
연극 무대가 집보다 더 편하다는 천생 배우 송승환.
연기를 향한 한결같은 열정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송승환/배우 : "이 작품에서 제가 코델리아를 들어 올리는 장면이 있어요. 이순재 선생님이나 오현경 선생님은 못 드십니다. 저도 그 나이 되면 못 들어요. 그래서 노역도 좀 기운이 있을 때 노역을 해야지."]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김종우/영상편집:이웅/그래픽:기연지
정연욱 기자 (donke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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