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초 편지' 황대권 등 간첩 누명 피해자들에 국가 배상 판결
[경향신문]
전두환 정권 때 ‘구미(歐美)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누명을 쓰고 십수년간 옥살이를 했던 이들이 국가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박석근 부장판사)는 황대권(66)·이원중(58)씨와 그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1985년 전두환 정권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는 이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유학할 당시 ‘북괴’에 포섭돼 국내에서 간첩 활동을 했다며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당시 황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3년 2개월을 복역했다. 황씨는 수감 생활 중 옥중 서신을 통해 야생 풀에 대한 글을 썼는데, 이를 묶어 2002년 <야생초 편지>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씨는 당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도 10개월을 감옥에서 살았다.
두 사람은 함께 기소된 양동화(63)·김성만(64)씨와 2017년 간첩단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들은 올초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안기부 수사관들이 영장없이 이들을 체포하고, 고문과 협박으로 자백을 받아낸 점 등을 들어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황씨에게는 3억2000여만원, 그 가족 8명에게는 각 4400만~2억30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씨에게는 5300여만원, 이씨의 가족 3명에게는 940만~26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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