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되기 전 대기업 사표 내고 제주도行.."15년째 물만 연구중" [인터뷰][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입력 2021. 12. 4. 19:03 수정 2021. 12. 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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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개발공사 강경구 R&D센터장 인터뷰

[방영덕의 디테일] 1위 업체는 안주하기 쉽다. 더욱이 2위 업체와 시장점유율이 30%포인트 가까이 차이 난다면 더욱 그럴 법하다.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42%를 차지하며 23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주삼다수 얘기다.

제주삼다수는 안주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 라벨을 뗐다. 라벨 대신 품질로 승부를 보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굳이 따지 않아도 되는 '먹는물 수질검사 공인기관 자격'을 취득했다. '품질 초격차'를 목표로 조직에 긴장감을 잔뜩 불어넣고 있다.

초대 제주개발공사 R&D혁신센터장에 오른 강경구(54·사진) 센터장과 관련 얘기를 나눠봤다.

강경구 제주개발공사 R&D혁신센터장
-최근 '먹는물 수질검사 공인기관' 자격을 취득했다는데.

▷그렇다. 지난 10월 22일 제주개발공사는 환경부로부터 지하수와 먹는 샘물 등에 대한 수질검사 공인기관 자격을 땄다. 국내에서 생수를 생산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생산업체 61곳 중 제주개발공사가 처음이자 유일하게 수질검사 공인기관 자격을 취득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 자격인가.

▷말하자면 공사 내부에서 삼다수 품질검사를 시행하는 것에 국가적 공인, 공신력을 확보한 셈이다. 우리가 생산하는 물에 대해 생산단계, 품질관리, 유통 도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관련한 분석 절차 및 결과의 신뢰성을 국가가 인정해준 것이다.

-23년째 1위 업체인데, 너무 늦게 딴 자격 아닌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굳이 따지 않아도 되는 자격이다. 먹는 샘물은 어느 규격 이상이면 통과가 되니까. 그러나 먹는물 수질검사 기관으로 등록되면 1년마다 환경부의 현장 실사를 받아야 한다. 또 3년마다 재지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모든 과정 자체가 실무진에게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안 받아도 되는 인증을 받은 후 자칫 재취득에 실패라도 하면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품질관리 능력이 향상되면 제품 품질이 더 높아지고, 이는 곧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져 무형의 가치인 연구개발(R&D)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사진제공 : 제주개발공사]
실제로 제주개발공사 품질관리팀은 현재 제주삼다수 품질을 위해 3시간마다 시료를 샘플링해 분석하고 24시간 생산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먹는물관리법에서 정한 기준(연간 2272건) 대비 940%을 웃도는 연간 2만1324건의 공사 자체 수질검사를 진행해 우수한 품질 안정성을 확보했다. 현재 실력 있는 연구원 53명이 R&D혁신센터에 포진해 있다.

-고향이 제주라고 들었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 대학을 서울로 가기 전까지 20년간 살았다. 그리고 육지에서 20년 가까이 지내다가 고향에 돌아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39세 때였다. 당시 다니던 LG화학에 사표를 내자마자 제주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고향에서 특별히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나.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도 좋지만 고향인 제주에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제주의 자부심인 지하수의 가치 창출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수가 개발되기 전까지 사실 제주도는 살 곳이 못 됐다. 하지만 지하수는 화산지질 특성으로 복받은 생명수 노릇을 톡톡히 했고, 이 지하수를 통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

제주삼다수 생성과정 그래픽 [사진출처 : 제주개발공사]
그의 진정성을 엿본 제주개발공사는 바로 합격시켰다. 2007년부터 제주개발공사에서 일한 그는 연구개발팀장, 전략기획팀장, 경영기획본부장을 거쳐 초대 R&D혁신센터장 자리에 올랐다. 15년째 먹는 물만 연구하고 있다.

-제주삼다수 물의 생성 지역은 정확히 어디에 있나.

▷제주시 조천읍 삼다수 취수원(해발 440m)보다 약 1000m 높은 해발 1450m 이상의 한라산국립공원 진달래밭대피소(1475m) 인근 지대에 있다. 오염 요소 등 인위적 영향이 거의 없는 청정지역이라고 자부한다. 특히 국내 유일의 화산암반수다. 지하 420m까지 18년간 화산송이와 현무암이 분포된 지층을 통과하며 자연 정수된 물이다. 따라서 수원지에서 취수해 단순 여과와 자외선 살균만을 거쳐 생산하고 있다.

-천혜의 요건인데, 그럴수록 취수원 관리가 매우 중요할 것 같다.

▷그렇다. 우선 제주삼다수는 취수원을 관리하기 위해 취수원 주변 토지를 1996년부터 꾸준히 매입해 왔다. 투수성이 좋은 제주지역의 지질 특성상 주변에서 발생한 잠재 오염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매입한 토지가 축구장 87개 규모인 61만8613㎡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라 취수원 주변에 관측망 113개를 설치해 해당 지역 지하수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측하고 있으며, 1시간 간격으로 지하수위와 수온, 전기전도도, PH 등 4개 항목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한다. 최근 5년간 취수원 주변 지역 조사, 연구, 관측망 구축 등에 16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사진출처 : 제주개발공사]
-삼다수 물맛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물맛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 물맛은 지역이나 나라마다 다르다. 일례로 유럽의 물맛은 그 지역에 석회암이 많이 발전해 있다 보니 칼슘 위주의 센 맛이 난다. 목 넘김이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제주 지하수는 국내 유일의 화산암반수로 미네랄 성분이 많이 녹아 있다. 따라서 물맛이 산뜻하고 불쾌감이 없을 뿐 아니라 청량감이 높다.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으며 '연수(Soft water)'로서 커피와 차를 우려내는 데 적합한 물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스님들이 칭찬해 주시기도 했다. 삼다수에 녹차를 우려먹으면 정말 좋다고(웃음).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공사가 처음 삼다수를 생산했던 때만 해도 누가 물을 돈을 주고 사 먹겠냐던 시대였다. 불과 20여 년이 지난 지금 연간 1조원을 내다보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똑똑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품 품질에 대한 욕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제품의 혁신을 다시 기본인 품질에서 찾기 위해, 품질의 초격차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향후 수년 내에는 국제공인시험기관 인증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미 제주삼다수는 미국, 일본 등 그 나라 수질 기준에 부합하는 물인지를 분석받아 객관적 공신력을 확보해왔다. 세계적인 수준의 시험분석기관으로 도약해 제주 지하수의 우수성을 전 세계로 알리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강경구 제주개발공사 R&D혁신센터장
1995년 서울대 농화학과 학사와 동 대학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는 LG화학 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2007년부터 제주개발공사에서 근무하며 연구개발팀장, 전략기획팀장, 경영기획본부장을 거쳐 올해 7월 R&D혁신센터장이 됐다. 제주대 농학과에서 토양지하수화학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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