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 3명 찾아가 읍소..'김종인 수락' 막전막후

이원석 기자 2021. 12. 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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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李 울산 회동서 총괄선대위원장직 전격 수락한 金
오해 쌓였으나 권성동·김재원이 적극 설득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1월2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만찬 회동을 위해 종로구에 위치한 달개비 식당에 권성동 사무총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갈등 상황을 벌이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울산 회동은 둘 사이의 갈등 봉합뿐 아니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 수락이라는 예상 밖의 성과까지 도출한 드라마였다. 정치권에선 지난 11월24일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종로구 식당 달개비 만찬 이후 양측이 결별한 것으로 봤다. 무엇이 김 전 위원장의 마음을 돌린 걸까. 시사저널 취재와 주변 관계자들의 여러 전언에 따르면, 권성동·김재원 등 여러 조력자들의 물밑 설득 노력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순탄치 않은 과정의 연속이었다. 당초 달개비 만찬을 통해 김 전 위원장의 불만 요소 중 하나였던 김병준 공동선대위원장의 역할 조정 등 양측의 갈등 문제가 모두 해소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합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선대위 한 관계자는 "두 분의 기본적인 방향은 같았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약간의 오해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은 식사를 마치며 "12월6일 선대위 출범식까진 시간이 있으니 고민해보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부정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곧 양측의 오해는 커지고 또 커졌다. 먼저 다음 날 윤 후보 측의 일 인사들이 언론을 통해 김 전 위원장을 향해 수위 높은 말을 쏟아낸 것이 김 전 위원장의 심기를 건드렸다.

윤 후보 측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예우해드릴 만큼 해드렸다.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김 전 위원장을 비판했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취재진에게 "(윤 후보가) 나한테 무슨 최후통첩을 했다고 신문에 주접을 떨어놨던데, 내가 그 뉴스를 보고 잘 됐다고 그랬다"며 격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언론 인터뷰로 김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를 향해 부정적 발언을 쏟아낸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들로 인해 이른바 '윤핵관' 논란까지 번졌다.

아울러 지난 11월29일 윤 후보의 선대위 첫 공식 일정이 김병준 위원장과의 2박3일 충청권 방문이었던 것 역시 김 전 위원장을 불쾌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세종 등을 거치는 충청 일정을 윤 후보가 김병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했다. 김병준 위원장이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충청 일정은 이준석 대표의 나흘 잠행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충청 일정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며 '패싱'에 불만을 표한 바 있다. 실제 여러 원인 중 이 대표의 결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도 해당 부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권성동·김재원·정진석, 김종인 찾아가 "총괄선대위원장이 '원톱'"

켜켜이 쌓여가는 오해 속에서 당 중진들은 양 측의 관계를 풀기 위해 물밑에서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의 최측근이자 소통 창구인 권성동 사무총장은 계속해서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을 각각 설득했다. 오해로 인해 윤 후보도 중간중간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섭섭함이 생겼으나, 그때마다 권 사무총장이 '김 전 위원장을 반드시 모셔야 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사무총장과 함께 적극적으로 역할을 한 것은 김재원 최고위원이다. 김 최고위원은 달개비 만찬 이후 권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김 전 위원장을 오랫동안 알았으니 한 번 역할을 해보겠다"고 했다고 한다. 김 최고위원은 언론에 주목을 많이 받는 권 사무총장 대신 양측의 소통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석 대표가 잠행에 들어간 지 3일째였던 지난 12월2일 밤, 권 사무총장과 김 최고위원,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김종인 전 위원장의 사무실을 찾았다. 당시 캠프엔 '김 전 위원장을 모셔오는 것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라는 시각이 강했다. 다만 그 전날엔 김 전 위원장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정치권이 술렁이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까지 네 사람은 함께 앉아 와인을 마셨다. 당의 중진인 세 사람은 그 자리에서 김 전 위원장의 합류를 간곡히 요청했고, 기류가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세 분이 간곡하게 합류를 부탁드렸고, 김 전 위원장의 마음이 많이 풀렸다고 한다. 다만 그날 김 전 위원장이 확답을 주진 않았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후보가 12월3일 밤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저녁 만찬을 가진 뒤 포옹하며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성동 사무총장은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12월2일에 마지막으로 좀 김 전 위원장을 설득할 생각으로 갔으나 (수락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진 못했다. 김 전 위원장에게 '위원장님이 빨리 오셔서 저희들을 지도해주시길 원합니다. 윤 후보 역시 같은 생각이고,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는 선대위를 총괄하는 명실상부한 선대위의 원톱입니다'라고 했고, 김 전 위원장은 웃으시면서 '판단해보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다음 날인 12월3일 윤 후보는 일부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갈등을 풀기 위해 지방을 도는 이 대표를 직접 찾아 나섰다. 울산에서 두 사람은 만났고, 만찬 자리를 가졌다. 만찬 도중 김 전 위원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에게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겠다'고 알렸다. 윤 후보는 만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기구 장으로서 당헌과 당규에서 정한 바에 따라 대통령 선거일까지 당무전반을 통할·조정한다. 선거대책기구를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원톱 체제'를 직접 못 박은 것으로 풀이됐다. 

선대위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내년 대선 정권교체를 바라는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결단 및 중진들의 물밑 노력들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 화합이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이제부턴 하나가 돼 남은 3개월 최선을 다해 국민들에게 진심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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