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도적으로 집값 올렸나"..음모론 다시 등장한 까닭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김익환 입력 2021. 12. 4. 13:24 수정 2021. 12. 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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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정부가 집값을 의도적으로 올린 것 아닌가요."

문재인 정부가 정책을 낼 때마다 되레 집값이 뛰면서 등장한 '부동산 음모론'은 최근 들어 다시 싹트고 있다.

물론 정부가 집값·물가 상승을 내심 반긴다는 음모론을 선듯 믿기는 어렵다.

나라 밖에서는 찰스 굿하트 영국 런던 정경대 명예교수와 올리비에 블랑샤르 올리비에 블랑샤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작년 발간한 논문을 통해 비슷한 이유로 정부가 집값 등 물가 상승을 반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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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난 종부세에 세수 급증
물가 상승에 정부부채 실질부담 하락
팍팍한 가계, 세수 불어난 정부
'재정 인플레' 이론 굳어지나
"그런 공무원 세상에 없다"
정색하는 관료들
'정책 실패' 인정부터
서울 도봉구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었다. 사진=연합뉴스

"이쯤되면 정부가 집값을 의도적으로 올린 것 아닌가요."

'음모론'이 국민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활개치고 있다. 그동안 집값을 되레 들쑤신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이 음모론으로 진화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정책을 낼 때마다 되레 집값이 뛰면서 등장한 '부동산 음모론'은 최근 들어 다시 싹트고 있다.  

이런 주장이 퍼진 것은 눈덩이처럼 커진 정부부채와 관계가 깊다. 2017년 36%이던 한국의 국가채무(정부부채) 비율은 내년에는 50%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6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정부부채) 비율은 66.7%를 기록해 올해 말보다 15%포인트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주요 선진국 35개국 가운데 가장 증가폭이 컸다.  

집값을 비롯한 물가가 뛰면 정부 살림살이는 뚜렷하게 좋아진다. 집값이 뜀박질하면서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세금 수입이 늘어난다. 여기에 집값과 전월세 등 물가가 오름세를 보일수록 정부부채의 실질부담(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부채 부담)은 줄어든다. 

물론 정부가 집값·물가 상승을 내심 반긴다는 음모론을 선듯 믿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학계에서는 중요한 국가재정 이론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 등이 지난 2012년 발간한 저서《부채경제학과 한국의 가계 및 정부부채》에서도 정부가 과다부채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고인플레이션'을 꼽았다. 이 책에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채의 실질 가치를 하락시켜 정부의 채무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나라 밖에서는 찰스 굿하트 영국 런던 정경대 명예교수와 올리비에 블랑샤르 올리비에 블랑샤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작년 발간한 논문을 통해 비슷한 이유로 정부가 집값 등 물가 상승을 반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경제학자는 논문에서 "정부부채 비율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확대되고, 국채공급 증가로 국채금리가 상승한 상황에서 부채의 실질가치 하락을 위해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선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고지된 종부세 세액이 대폭 늘어난 것도 이 같은 이론과 음모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2021년 종부세 납부액은 5조7000억원으로 지난해(1조8000억원)와 비교해 세 배 이상 급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주인들이 종부세 부담을 전·월세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종부세가 늘고 집값이 늘뛰면 국민 살림살이는 팍팍해지지만 정부 살림살이는 나아진다. 그만큼 음모론의 설득력도 불어난다. 

"집값을 의도적으로 올리는 나쁜 정부는 어디도 없다"고 기획재정부 관료들은 입을 모은다. 격무에 시달리며 애국심으로 버틴다는 관료들도 적잖다.

하지만 반성하거나 정책 실패를 인정하려는 공무원은 눈에 띄지 않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집값이 폭등한 올들어 수차례 '집값 고점론'을 펴는 데 그쳤다. 지난달 30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 연례협의단과 만난 자리에서는 집값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정책 실패에 진정성 있는 사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같은 태도가 음모론을 배양한 '숙주'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관가에서도 곱씹어 봐야 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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