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누나 살해한 동생, 아들 2000대 때린 어머니..내 가족이 무섭다
지난해 12월 19일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 당시 26세였던 A씨는 친누나인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뒤 시신을 아파트 옥상에 10일간 방치하다 강화군 석모도에 있는 농수로에 버렸다. B씨의 시신은 사망 4개월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A씨는 누나가 살아있는 것처럼 속이거나 시신 운구 과정에서 영정사진을 직접 들기도 했다. 끔찍한 살해의 동기는 누나가 카드 연체를 지적했다는 이유였다.
자신의 가족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살해·강간 등 강력범죄 피해에 시달리는 친족 범죄는 꾸준히 발생해 오고 있다. 부부 간의 외도 의심이 살해로 이어지거나 가정 불화, 오랜 간병 생활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 등 원인도 다양하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들을 가혹하게 매질해 살해하거나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경우 등 범행 수법도 점차 잔혹해지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동거 중인 친족에게 범죄 피해를 당한 피해자는 3만 8042명에 달했다. 살인이나 강간, 강제추행 등 강력범죄를 당한 피해자도 773명이나 됐으며 폭력 범죄가 3만 1265건으로 가장 많았다. 함께 살고 있지 않은 친족에게 범죄 피해를 입은 경우도 8226건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친부모나 배우자의 직계존속(부모·조부모 등)을 살해하면 일반적인 살인죄의 형량(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보다 무거운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받는다. 그러나 형제자매나 계부·계모 등은 해당사항이 없으며 직계비속(자녀)를 살해했을 경우 일반 살인으로 분류돼 별도의 가중처벌이 없다. 패륜적 범죄의 처벌에 사각지대가 있는 셈이다.
지난달 24일 대구고법 제2형사부(양영희 부장판사)는 경북 청도의 한 사찰에서 아들의 머리와 몸을 대나무 막대기와 발로 2시간 30분에 걸쳐 2000여대 넘게 때려 숨지게 만든 어머니에게 징역 7년형을 선고했다. 이 어머니는 아들이 사찰 문제를 외부에 알리겠다고 하자 체벌을 위해 구타했으며, 아들은 폭행 당하는 동안 저항 없이 어머니에게 용서를 구했다. 유족인 아버지는 엄벌을 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얼굴을 자주 맞대는 친족간일수록 갈등이 누적되면 돌이킬 수 없는 범죄로 이어지기 쉽다고 진단한다. 가정 내 중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범죄로 치우치기 쉬운 가정이 늘어나고 있으나 형사법이 가정 내 손쉽게 진입하기 어려워 예방이 어렵다는 목소리다. 예비 징조를 타인이 포착하기 어려운 친족 간 범죄의 특징 상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때라는 주장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발적인 폭행·살인과는 다르게 친족 간 범죄는 오랜 시간 누적된 갈등이 표출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갈등이 지속적이고 해소가 어렵기 때문에 다른 범죄에 비해 과도한 양상으로 치달을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족 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감정의 역치를 낮출 수 있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변호사는 "패륜적인 존속상해·존속살인은 도덕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법원이 엄벌하는 기조가 있다"면서도 "성폭행을 참다 못해 아버지를 살해한 사례가 있는 등 가해자가 가정폭력·학대의 피해자일 수도 있어 단순한 접근보다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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