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쉽] 오미크론은 왜 돌파감염이 더 잘 될까?..지금까지 알려진 과학적 사실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오미크론 변이가 이번주 전 세계를 혼돈에 빠뜨렸다. 이 변이의 유전자 정보가 공개된 것은 지난 11월25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의학자들에 의해서였다. 처음 오미크론 변이 의심환자가 발견된 것은 11월초, 같은 남아프리카의 보츠와나였다. 11월말부터 전세계가 여행제한과 입국자 통제에 나섰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이미 그 전에 각국에 들어가 있었을 것으로 보는 게 전문가 다수의 견해다.
오미크론 이전에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러가지 변이종을 선보이며 인간을 괴롭혔다. 그 중에는 람다 변이처럼, 전세계를 위협할 듯 하다가 큰 파장 없이 밀려난 것들도 있다. 이번 오미크론이 전세계를 놀라게 한 이유는 유전자 정보의 변형이 델타때보다도 훨씬 심했고, 전파 속도도 더 빨랐기 때문이다.
증상은 일단 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른기침, 열, 심한 피로감, 두통 등이 나타나지만 델타변이 코로나에 따르는 호흡곤란이나 미각, 후각상실 등은 보고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다른 돌연변이를 많이 지닌 바이러스가 인체에 들어왔을때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초기의 혼란을 키웠다. 기존의 백신을, 심지어 부스터샷까지 맞은 사람도 오미크론에 감염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 또한 사람들의 경계심을 높였다.
유럽 질병통제예방센터(ECDC)는 내년 봄이면 유럽에서도 오미크론이 코로나 변이 중 우세종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1. 변이는 왜 생기나? - 오미크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설명
바이러스는 혼자 떨어져 있는 상태로는 자신을 복제하여 숫자를 불릴 수 없다. 살아있는 세포에 침투해 들어가야 자기 복제를 할 수 있다. 세포가 그냥 어서옵쇼 하고 문을 열어주지는 않기 때문에, 바이러스로서도 뭔가 장치가 필요하다.
바이러스 표면에는 '스파이크 단백질'이라는 것들이 돋아나와 있다. 이것이 세포의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한다. 인간의 세포에는 '수용체(receptor)'라는 것이 있다. 세포의 문에 달린 자물쇠라고 생각하면 쉽겠다. 바이러스가 세포에 다가와서 수용체에 딱 맞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들이밀면 세포의 문이 열리고, 바이러스는 인간 세포 안으로 들어가서 자신을 마구 복제할 수 있다.
복제된 바이러스들은 밖으로 나와 다시 다른 세포를 감염시키며 이 과정을 반복한다. 이렇게 감염된 세포가 늘어나면, 우리 몸은 증상을 일으키고 아프게 된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자신을 복제해 무수히 많은 카피본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인간의 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처럼 정밀하지 않다. 빠르게 많이 대충 복사를 하다보니, 유전정보 카피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에러가 점점 늘어난다. 말 전하기 놀이를 생각해 보면 된다. 처음엔 비슷하게 말을 전해 나가다가 줄 끝에 다다르면 전혀 엉뚱한 말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에러가 누적되면 '변이'가 된다.
문제는, 이런 변이가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속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우리 몸 속 세포들을 공략하게 되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그 바이러스를 무력화하기 위한 '중화항체'를 만들어 낸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별로 맞춤형으로 만들어진다. (간염 바이러스를 무력화하기 위한 중화항체와 감기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는 다르게 만들어진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열쇠(스파이크 단백질)를 덮어씌워서, 바이러스가 우리 세포의 문을 열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변이종 바이러스는, 기존 중화항체를 속이고 우리 세포의 문을 열 수 있는 스파이크단백질을 갖고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자동방범시스템에 "눈 가린 복면한 놈이 강도다. 잡아라."라고 입력을 해 놨는데, 강도가 눈 가린 복면 대신 입 가린 복면을 하고 나타나는 거다. 방범시스템은 이 침입자를 '강도'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통과시키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런 비슷한 일이 우리 몸 속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처음 델타 변이가 등장했을 때도 기존 백신이 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바로 이 때문이다.
2. 오미크론 변이가 항체를 더 잘 속이는 이유
그런데 문제는,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보다 훨씬 많은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아래 그림은 이탈리아 로마의 밤비노 제수(아기예수) 병원 연구진이 오미크론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델타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비교한 그림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 표면에 다닥다닥 붙은 돌기같은 것으로, 인간 세포의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한다. 앞선 그림 참조)
왼쪽이 델타, 오른쪽이 오미크론인데, 굳이 의학지식이 없어도 바로 느낌이 오게끔 시각화되어 있다. 오미크론이 갖고 있는 50개 이상의 돌연변이(mutation)중 30개 이상이 스파이크 프로틴에 들어있다.
바이러스의 겉표면에 달라붙은 스파이크 단백질에서도 끝부분에는 '리셉터 바인딩 도메인(RBD)'이라는 부분이 있다. 인간세포의 수용체와 직접 맞닿는 부위다. 오미크론은 이 부위에 유독 돌연변이가 많다. 델타의 경우, RBD에 생긴 3개의 돌연변이만 갖고도 사람 몸 속의 항체를 속이며 전세계로 신속하게 퍼졌는데, 오미크론은 RBD에만 15개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고 한다.
3. 오미크론은 증상이 약하다던데?
국제적으로도 오미크론으로 인한 위중증이나 사망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미크론이 이미 지배종이 되어 급속 확산중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도 일단은 가벼운 증상이 대세를 이룬다.
남아공의 최근 지표를 보면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9월말 이후 최근까지 남아공에서는 인구1백만명당 신규확진자가 31% 이상 늘었는데, 같은 기간 신규 사망자는 오히려 79%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11월 이후의 남아공 상황 그래프를 보면 신규확진자 그래프가 급속하게 우상향한다. 이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탓으로 보이는데, 해당 기간의 사망자 그래프는 정체상태를 보인다.
현재 남아공의 인구 1백만명당 신규 사망자 추이는 남아공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고, 우리나라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오미크론 감염이 시작된 뒤 아직 충분한 시일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4. 낙관론과 신중론의 충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강력한 낙관론을 설파한 사람으로는 독일의 감염병학자 출신 국회의원 칼 로터바흐 교수를 들 수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독일 차기 보건부장관 유력 후보인 로터바흐 박사는 "오미크론이 남아공 의사들이 말한 것처럼 비교적 덜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경우, 코로나19팬데믹의 종식을 앞당길 수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는 숙주가 죽으면 자신을 복제할 수 없으므로 전파력은 강해지면서 독성은 약화하는 쪽으로 진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미크론이 바로 그렇게 등장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질병 발병 분석 및 모델링그룹 책임자인 닐 퍼거슨 교수는 의회 자문위원회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가벼운 증상의 질병으로 진화했을 거라고 속단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과거 일부 바이러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상이 약해지는 방식으로 진화했지만, 모든 바이러스가 항상 그런 건 아니었다"는 것이다. 퍼거슨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호흡기에서 빨리 증식해 도로 나가는 데에만 관심이 있지, 숙주가 된 사람이 열흘 이상 지난 뒤에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퍼거슨 교수는 "초기에 전파 제한을 위한 선제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 기존 백신, 맞아야 하나?
이런 기사들을 접하는 일반인들, 특히 백신을 아직 맞지 않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뭐야, 무용지물이네? 맞지 말아야겠네? 오미크론 대응 백신으로 업데이트 될때까지 기다려보든지 해야겠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한다. 일단, 지금은 여전히 델타 변이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정말로 오미크론이 가벼운 증상만 일으키는지, 올겨울 안에 오미크론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세종이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로 델타에 걸리면 위중증으로 갈 가능성이 백신을 맞은 경우보다 훨씬 높다. 그러니, 백신은 지금이라도 접종 완료하는 게 이득이다.
그리고, 백신은 항체 형성을 촉진하기도 하지만 그 외의 여러 면역기능에도 관여한다. 백신을 맞은 사람은 일단 세포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다른 면역기능이 2선 3선에서 작용해 병을 이겨낼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남아공 의사협회장 쿠체 박사도 환자들을 보면서 이런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미국 방역당국의 수장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에 대해 어느 정도의 보호효과는 낼 것이라면서, 오미크론 맞춤형 백신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 부스터샷을 맞으라고 권고했다. 파우치 소장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신종 변이에 특화해 설계한 백신이 아니어도 우리 몸의 면역반응을 충분히 증진시키면 신종 변이에 어느정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델타가 우세종으로 등장하던 시기에도 나타났던 일이다. 지난 5월 발표된 잉글랜드 공중보건국의 연구에 따르면, 그때까지 쓰이던 기존 백신이 새롭게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델타 변이에 대해서도 60~80%의 증상발현 예방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던 바 있다.
파우치 소장은 제약회사들이 오미크론 대응형으로 백신 설계를 변형해야 할지 연구하고 있으며, 그런 '변형 부스터샷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지금 빨리 맞으라는 것이다.)
6. 기존 치료제, 오미크론에도 통할까?
2020년 10월2일, 트럼프 당시 미국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고령인 그의 건강이 어떻게 될지 전세계의 관심사였는데, 당시 그는 'REGN-COV2'라는 항체치료제를 투여받고 회복해 1주일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코로나 완치자의 혈액 속 항체 중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항체만 선별한 뒤, 이를 치료제로 활용한 약제였다. 이 항체치료제는 고농도 산소치료를 받는, 이미 중증인 환자에 대해서는 별 효과가 없어 중증 이행 이전단계에만 쓰도록 긴급승인됐다.
이 항체치료제를 만든 생명공학회사 리제네론은, 자사 치료제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는 치료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항체치료제는 항체가 특정 항원에 결합해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기전이기 때문에 결합부인 스파이크에 변이가 나타날 경우 효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7. 지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델타' 대응이 더 시급하다
(구성 : 이현식 선임기자, 장선이 기자 / 디자이너 : 명하은, 박정하)
이현식 기자hyunsi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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