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향곡선 그리는 집값..곳곳서 균열 신호

강세훈 입력 2021. 12.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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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2년 만에…2·3분위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
부동산원·KB 주택 선행지표 줄줄이 '우하향'
미분양 적고, GTX 호재 "계속 상승" 전망도
고가 아파트 여전히 '꼿꼿'…양극화 조짐도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서울 강북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작년 6월 이후 1년 반 만에 상승세가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고점에 가까워졌다는 인식 확산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이 맞물려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급격히 가라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값 전망을 보여주는 각종 선행지표도 줄줄이 하락하고 있어 주택 시장이 변곡점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다섯째 주(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10%로 최근 6주 연속 축소됐다. 특히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강북구는 0.0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첫째 주 이후 약 1년 반 만에 상승세가 멈춘 것이다.

관악구(0.01%), 광진구(0.03%), 금천구(0.04%) 등도 보합 직전까지 상승폭이 쪼그라들었다. 실수요자들이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먼저 피로감을 노출하며 매수세가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이다.

2년 만에…2·3분위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

일부 주택 가격 통계는 이미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KB부동산은 아파트 가격을 다섯 구간으로 나눈 1~5분위 평균 가격을 발표하고 있는데 11월 통계에서 2분위(하위 20~40%)와 3분위(40~60%)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분위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10월 8억7909만원에서 11월 8억7104만원으로 805만원 떨어졌다. 이 가격이 하락한 것은 지난 2019년 10월 이후 약 2년 1개월 만이다.

또 3분위 아파트 평균가격도 10월 11억126만원에서 11월 11억70만원으로 56만원 떨어졌다. 이는 2019년 6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하락한 것이다.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실거래가 하락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금천구 관악산벽산타운5단지 전용 84㎡는 지난 10월21일 7억800만원(7층)에 최고가를 찍었지만 한 달 만인 11월에는 8일과 11일에 각각 6억9800만원(5층)·6억8000만원(13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중랑구 상봉태영데시앙 전용 84㎡는 지난 10월23일 9억9000만원(25층)에 신고가를 찍었는데 한 달 뒤인 11월 19일에는 9억원(5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동대문구 래미안미드카운티 전용 84㎡ 경우 지난 8월24일 15억5000만원(5층)에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11월에는 5일과 8일에 각각 14억9000만원(11층)·14억7000만원(5층)으로 떨어졌다.

주택 가격 선행 지표 줄줄이 '우하향'

[서울=뉴시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주(11월29일 기준)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6주 연속 상승폭이 축소됐다. 지난주 0.02% 상승한 강북구는 이주 상승률이 0.00%를 기록하며 1년 반 가량 이어지던 상승세를 멈췄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아파트 가격의 선행 지수로 여겨지는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이번 주(29일 기준) 98.0으로 지난주(99.0)보다 0.6포인트 하락하며 3주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이 지수가 3주 연속 기준선을 넘지 못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이다. 매매수급지수는 0~200 사이에서 0에 가까울수록 을 팔려는 '매도자'가 사려는 '매수자'보다 많은 상황을, 200에 가까울수록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많은 상황을 뜻한다.

서울에 이어 경기 지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지난주 100.1에서 이번주 99.5로 기준선 밑으로 떨어졌고, 서울과 경기를 포함한 수도권도 100.0에서 99.3으로 떨어졌다.

KB부동산이 발표하는 11월 서울 매매가격전망지수도 94.1로 지난해 5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100 밑으로 떨어졌다. 이 지수는 전국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2, 3개월 후 집값 전망을 조사한 것으로 100을 밑돌면 집값 하락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11월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도 66.9로 지난달(96.5)에 이어 두달 째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이 지수가 60선까지 내려온 것은 지난해 5월(68.2) 이후 처음이다. 매수우위지수는 기준선인 100 미만이면 시장에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거래 절벽 심화...10월 거래량 2년7개월 만에 최저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 시장의 '거래 절벽'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2306건으로 지난 2019년 3월(2282건) 이후 2년7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또한 지난 3일 현재까지 신고 된 11월 매매건수는 767건으로 10월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아파트 거래는 계약 후 30일 이내에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11월 거래량은 이달 말 확정된다. 11월 자치구별 거래량을 보면 강북구(9건), 종로구(9건), 중구(8건) 등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시장에 매물도 늘어나면서 집값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4만5341건으로 한 달 전(4만2471건) 보다 6.9% 늘었다.

일선 현장도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추석 전후로 분위기가 좀 바뀐것 같다"며 "9월까지만 해도 매수 문의 전화가 좀 있었는데 10월 11월 들어서는 뚝 끊겼다. 다만 집주인들도 9호선 연장 기대감 때문에 선뜻 가격을 내리려는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남 고가 아파트는 여전히 꼿꼿…양극화 조짐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권은 여전히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원의 서울 자치구별 상승률을 보면 용산구(0.23%), 서초구(0.17%), 송파구(0.17%), 강남구(0.15%) 등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서울 한강변 최고가 아파트 중 하나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9㎡(34평형)는 지난달 15일 45억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새로 썼다.

[서울=뉴시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2308건으로 집값 급등 피로감과 금리인상, 대출규제 등의 여파로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2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지난 9월 말 같은 면적 매물(15층)이 42억원에 거래되며 첫 국민평형 40억원 돌파 기록을 썼는데, 두 달 만에 또 3억원이 오른 것이다.

3.3㎡ 당 금액으로 환산하면 1억3235만원 수준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세금 중과 등의 이유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강남권 고가 아파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양극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효과로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흔들리고 있지만 고가 아파트는 이에 대한 영향이 덜하기 때문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통해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아파트 거래가 줄면서 상승폭이 둔화되는 장세가 지속될 수 있다"며 "다만 이전부터 대출이 금지돼 현금부자들만 매수 가능했던 초고가 아파트 시장의 경우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라 주택시장이 양극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미분양은 줄어…"내년에도 계속 상승"

미분양 주택은 집값 선행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계속 줄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늘지 않는다는 점은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1만4075가구로 전월(1만3842가구) 대비 1.7%(233가구) 증가했지만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1290가구로 전월(1413가구) 대비 오히려 8.7%(123가구)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불안한 전세시장과 내년 대통령선거·지방선거 등 언제든 다시 매매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은행 대출금리가 오르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구매여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여러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관망세로 돌아서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라며 "전세시장 불안 등 변수가 많아 주택수요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민간경제연구소들도 내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인플레이션 심화 가능성, 대통령 선거·지방선서 등 정치 변수 등을 이유로 내년 전국과 수도권 매매가격이 각각 2%, 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미분양 재고가 적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개발 호재가 많다는 점을 근거로 내년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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