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망가진 책 수선하기
“나는 망가진 책의 기억을 관찰하고, 파손된 책의 형태와 의미를 수집한다. 책 수선가는 기술자다. 그러면서 동시에 관찰자이자 수집가다. 나는 책이 가진 시간의 흔적을, 추억의 농도를, 파손의 형태를 꼼꼼히 관찰하고 그 모습들을 모은다.”
이번주 출간된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위즈덤하우스) 중 한 구절입니다. 책 수선 공방을 운영하는 배재영씨가 파손된 책의 모습, 소중한 책에 얽힌 의뢰인의 기억, 책이 수선돼 재탄생하는 과정 등을 기록했습니다.
어릴 때 좋아했던 동화책이나 소설책 수선을 맡기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데 이들은 대개 “책 속에 남아 있는 낙서는 지우지 말아달라”고 요청한다네요. 저자는 추측합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들에게 낙서는 책에 대한 훼손이 아니라 기억이고 추억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책을 읽던 순간을 기억해내고, 책의 내용을 떠올리고, 더 나아가 본인의 어린 시절까지 추억할 수 있게 해주는 낙서들은 그 책을 읽는, 아니 그 책을 경험하는 또 하나의 방법인 셈이다.”
어느 의뢰인은 1970년대 계몽사판 동화책 ‘유리구두’(엘리너 파전 지음)를 수선해 달라며 맡깁니다. 종이가 누렇다 못해 갈색으로 변해버리고, 찢어진 채 방치된 페이지도 많으며 곳곳에 기름 성분으로 추정되는 오염 자국이 있는 책을 고치며 저자는 적습니다. “나는 이 파손들을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단 종이가 갈색으로 변할 만큼 긴 세월 동안 잊지 않고 간직해 온 사랑, 곳곳에 이런저런 낙서를 했을 만큼 늘 가까이에 두었던 사랑, 그리고 아마도 좋아하는 과자와 함께여서 더 즐거운 독서 시간이 되었을, 그런 사랑들 말이다.” 이런 사랑, 여러분의 기억 속에도 한두 권 있지 않나요?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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