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지거나 미치거나.. 자유를 꿈꾸며 스러진 미얀마의 '나비'
나비
띳싸니 지음|소대명 옮김|안녕|240쪽|1만8000원
미얀마인 주인공은 책상 위에 죽어 있는 검은 나비를 본다. 미얀마에 사는 나비 종만 100여종. 대수롭지 않게 나비를 집어 창문 밖으로 던진다. 여느 날처럼 찻집에 나가 친구들을 만난다. 원치 않은 결혼을 한 알코올중독자, 담배로 혈관이 좁아지는 병을 얻어 한쪽 다리를 자른 골초, 승려가 되려 했던 농사꾼이다. 농사꾼 친구가 죽은 나비를 화제로 삼는다. “평생을 살면서 나비들이 이렇게 떼로 죽어 있는 모습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여기저기 죽은 나비가 많아지고 사람들은 불안해진다. 급기야 ‘나비 사망 조사단’이 만들어진다. 수집가 노인, 포획망 가게 주인, 꽃꽃이 학원 선생 등 애먼 사람들이 범인으로 거론되고, 공장 매연부터 바이러스, 사악한 마법까지 온갖 음모론이 고개를 쳐든다. 일주일이 지나 조사단은 해체된다. “나비들이 죽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지만 죽음에 사람들 관심이 시들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떼죽음은 친구들에게 어떤 상흔을 남긴 것처럼 보인다. 골초는 남은 다리마저 잘라냈고, 농사꾼은 승려가 되어 도시를 떠났다. 알코올중독자는 술에 취해 아내를 총으로 쐈다. 주인공은 나비가 되는 악몽을 꾼다.
국내에 처음 소개된 미얀마 문학 작가 띳싸니(75)의 소설집. 표제작 속 죽은 나비는 1988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 희생자 7000여 명을 상징한다. 24개 단편 주인공들은 현대 미얀마의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정치·사회적 억압과 끊임없이 길항한다. 그래서 우울해지거나 미치거나 우스꽝스러워진다.
단편 ‘케이지(우리)’ 속 인물은 동물용 쇠창살을 만들다 그 속에 들어가 30년을 산다. “다시 자유롭고 싶지 않으냐”는 말에 답한다. “모두 자신의 케이지를 만들어 그 안에 갇혀 살고 있지 않나요? 다만 케이지가 눈에 보이느냐 안 보이느냐 그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민주화’란 단어가 일부 사람들에겐 조롱과 비하 표현으로 쓰이는 민주화 이후의 대한민국 사회. 민주주의와 자유로운 삶은 주어진 결과일 수 없으며, 끊임없이 관심을 쏟고 돌봐야 하는 상태일 뿐이라고 소설은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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