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혐오로 병든 21C.. 그래도 미래는 나아질 것"
유석재 기자 2021. 12. 4. 05:06
우리 시대의 병적 징후들
도널드 서순 지음 | 유강은 옮김 | 뿌리와이파리 | 384쪽 | 2만원
성(性)차별적 요소가 거의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2018년 1월 런던 도체스터 호텔에서 열린 ‘자선 갈라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가, 부동산 재벌, 영화 제작자, 정치가 등 남성 360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고용된 여성 130명이 그들과 함께하며 성추행을 당했다. 이 ‘세계적 지도층 인사’들이 ‘섹스에 굶주린 잡놈’들처럼 행동했다는 것이다.
‘세계가 더 자유롭고 공정하며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20세기의 믿음은 이제 좌절된 것처럼 보인다. 영국의 대표적 역사학자로 꼽히는 저자는 21세기에 다시 증폭된 외국인 혐오, 불평등, 정치적 불확실성, 극우 포퓰리즘, 환경 파괴 같은 퇴행적 요소들을 추적한다. 냉전에서 승리하면서 영원히 앞으로 나아갈 것만 같았던 이 세계는 20세기 후반부터 경제적 불평등이 확대됐고, 차별과 배제는 나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병든 시대엔 거인의 어깨 위에 오르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지금은 거인들의 기억을 잃은 난쟁이들의 시대”라고 짚는다. 그러나 이렇게 병든 시대라도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의지의 낙관주의를 포기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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