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의 달달하게 책 읽기] '유전자 가위 쌍둥이' 만든 죗값, 징역 3년
최근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등 기술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다. 사는 게 힘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평소에 안 읽던 과학 책을 읽으면, 약간 현실 도피 효과가 생긴다. 집중해야 뭐라도 좀 따라갈 수 있으니까, 생각하기 싫은 현실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 한 권만 더, 한 권만 더, 하면서 결국 최근의 유전 공학 책까지 내리 몇 십 권을 읽었다. 과학 책은 중독성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배운 게 많은 책을 한 권만 꼽자면 케빈 데이비스의 ‘유전자 임팩트’(브론스테인)이다.
이 책의 미덕은 학계 인사이더들만 알 수 있는 관련 연구자의 내밀한 모습과 창업 과정을 소설처럼 읽을 수 있게 부드럽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중국의 과학자 허젠쿠이가 주도한 ‘크리스퍼’라는 기술을 사용하여 생식 세포를 편집한 쌍둥이의 탄생은 거의 영화 같은 시퀀스 구조를 가지고 박진감 있게 서술되어 있다. 그는 결국 징역 3년형을 받았는데, 그 뒷모습을 이렇게 생생하게 보여준 것은 이 책밖에는 없을 것 같다.
“기존의 크리스퍼 기술이 분자 가위이고 염기 편집 기술은 그보다 정밀한 지우개라면, 프라임 편집 기술은 DNA의 알파벳에서 어떤 오자든 찾아 바꾸기가 가능한 워드프로세서….” 이는 크리스퍼, 염기 편집 기술, 그리고 최근의 프라임 편집 기술이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가장 쉽게 표현한 문장이다. 크리스퍼 기술은 유전자의 한 문단을 삭제하고, 거기에 새로운 문단을 채워 넣는 방식이다. 반면 가장 최근의 프라임 편집 기술은 정말로 글자 단위로 유전자를 바꿀 수 있게 해준다.
기술은 얼마든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결국은 윤리와 제도 문제를 만나게 된다. 인간을 복제할 수 있을 것인가, 혹은 ‘유전자 쇼핑’처럼 특정 유전자만을 고른 아이를 태어나게 할 수 있을까? 유전자 변형 식품 같은 것은 이미 과학 영역을 넘어서 사회·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다. 시험관 아기에 대해서는 초기에 많은 반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난임 치료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환영받는 기술이 된 지 오래다. 유전자 조작 기술은 분야별로 수많은 사회적 난관을 만나게 될 것인데, 과연 이 사회는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고, 어디까지 금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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