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회장님 자서전, 누가 써줬을까
이호재 기자 2021. 12. 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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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쏟아지는 신간들 가운데 이상한 궁금증이 생기는 책들이 있다.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인의 이름으로 출간된 자서전들이다.
이후 출마를 앞둔 정치인이나 경영 철학을 밝히고 싶은 기업인의 자서전을 써 왔다.
언젠가 한 기업 회장이 죽기 전에 자신의 어록집과 자서전을 꼭 펴내고 싶다고 해서 대필 작가 10여 명이 달려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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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리치/고스트라이터 지음/435쪽·1만8000원·빈티지하우스
매주 쏟아지는 신간들 가운데 이상한 궁금증이 생기는 책들이 있다.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인의 이름으로 출간된 자서전들이다. 전업 작가가 쓴 듯 유려한 문장을 볼 때마다 어떻게 이렇게 달필인지, 언제 바쁜 시간을 쪼개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원고를 썼는지 의문이 들었다. 혹시 이들이 따로 대필 작가를 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됐다.
이 책은 현직 작가가 자신의 대필 경험을 담은 에세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글 쓰는 솜씨가 남달랐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자기가 쓴 동화를 사람들이 기성 작가의 동화로 착각할 정도란다. 그런 그는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 우연히 대필 업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출마를 앞둔 정치인이나 경영 철학을 밝히고 싶은 기업인의 자서전을 써 왔다. 이런 작가가 이름을 밝히기는 힘들 터. 작가의 필명인 고스트라이터 역시 유령 작가라는 뜻의 가명이다.
사실 이 책의 주제는 대필하며 만난 부자들에게 배운 부자가 되는 법이다. 하지만 책 곳곳에 녹아 있는 대필 작가가 사는 세상에 더 눈길이 갔다. 업계에서 제법 인정받는 축에 들어간 대필 작가는 원고를 다듬는 윤문 1건당 500만∼1000만 원을 받는다. 기업인이 빠른 대필을 통해 자서전을 내고자 할 때는 대필 비용이 오르고 작가도 여럿 붙는다. 언젠가 한 기업 회장이 죽기 전에 자신의 어록집과 자서전을 꼭 펴내고 싶다고 해서 대필 작가 10여 명이 달려들었다고 한다. 일주일 만에 500페이지짜리 책 두 권을 냈는데, 1인당 1억 원씩 받았다는 소문이 대필 업계에 떠돈다.
그렇다고 대필 작가가 마냥 공돈을 받아가는 것은 아니다. 보통 자서전을 쓰기 위해선 그 주인공이 될 ‘회장님’과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사우나도 다니면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문제는 정작 회장이 바빠서 만나지도 못할 때다. 회장 집에 가서 온 가족들을 취재하고, 비서나 기업의 창업 공신을 붙잡고 에피소드를 샅샅이 찾아내야 한다. 회장이 수십 년 전에 만났다는 지인들의 비위를 맞추며 이야기를 들어야 할 때도 있다.
대필이 마냥 선한 일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스펙에 저자 타이틀을 추가하기 위해 ‘아빠 찬스’를 써서 대필 작가를 구하고 출판사에 출판을 요구하는 청년이 있을 만큼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 대필 업계다. 다만 누군가를 만나 삶의 궤적을 듣고 그들의 삶에서 장점을 찾아내는 대필 작가의 생활을 읽다 보니 누군가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기를 지닌 사람이라면 대필도 결과적으론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인 이야기에 감동을 받은 이들이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 정치인의 글을 읽은 이들이 올바른 정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듯 말이다.
이 책은 현직 작가가 자신의 대필 경험을 담은 에세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글 쓰는 솜씨가 남달랐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자기가 쓴 동화를 사람들이 기성 작가의 동화로 착각할 정도란다. 그런 그는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 우연히 대필 업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출마를 앞둔 정치인이나 경영 철학을 밝히고 싶은 기업인의 자서전을 써 왔다. 이런 작가가 이름을 밝히기는 힘들 터. 작가의 필명인 고스트라이터 역시 유령 작가라는 뜻의 가명이다.
사실 이 책의 주제는 대필하며 만난 부자들에게 배운 부자가 되는 법이다. 하지만 책 곳곳에 녹아 있는 대필 작가가 사는 세상에 더 눈길이 갔다. 업계에서 제법 인정받는 축에 들어간 대필 작가는 원고를 다듬는 윤문 1건당 500만∼1000만 원을 받는다. 기업인이 빠른 대필을 통해 자서전을 내고자 할 때는 대필 비용이 오르고 작가도 여럿 붙는다. 언젠가 한 기업 회장이 죽기 전에 자신의 어록집과 자서전을 꼭 펴내고 싶다고 해서 대필 작가 10여 명이 달려들었다고 한다. 일주일 만에 500페이지짜리 책 두 권을 냈는데, 1인당 1억 원씩 받았다는 소문이 대필 업계에 떠돈다.
그렇다고 대필 작가가 마냥 공돈을 받아가는 것은 아니다. 보통 자서전을 쓰기 위해선 그 주인공이 될 ‘회장님’과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사우나도 다니면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문제는 정작 회장이 바빠서 만나지도 못할 때다. 회장 집에 가서 온 가족들을 취재하고, 비서나 기업의 창업 공신을 붙잡고 에피소드를 샅샅이 찾아내야 한다. 회장이 수십 년 전에 만났다는 지인들의 비위를 맞추며 이야기를 들어야 할 때도 있다.
대필이 마냥 선한 일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스펙에 저자 타이틀을 추가하기 위해 ‘아빠 찬스’를 써서 대필 작가를 구하고 출판사에 출판을 요구하는 청년이 있을 만큼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 대필 업계다. 다만 누군가를 만나 삶의 궤적을 듣고 그들의 삶에서 장점을 찾아내는 대필 작가의 생활을 읽다 보니 누군가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기를 지닌 사람이라면 대필도 결과적으론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인 이야기에 감동을 받은 이들이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 정치인의 글을 읽은 이들이 올바른 정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듯 말이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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