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불평등의 미래, 지도를 보면 보인다

장혜수 2021. 12. 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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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0년
앞으로 100년
이언 골딘·로버트 머가 지음
권태형 등 옮김
동아시아

원서 제목은 『Terra Incognita』, 우리말로 ‘미지의 땅’이다. 현존 문헌상 이 용어가 처음 등장한 건 서기 2세기 지리학자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가 제작한 지도책 『지리학』에서라고 한다. 가보지 않은 육지를 지도에 그려 넣은 뒤 그렇게 표기했다. 번역서 제목인 『앞으로 100년』이 가보지 않은 그곳, 바로 ‘미지의 땅’이다. 인류는 이제 그곳으로 가야 한다. 어떻게 찾아갈까. 번역서의 부제인 ‘인류의 미래를 위한 100장의 지도’가 그 길잡이다. 책은 “낡은 지도로는 새로운 세상을 탐험할 수 없다(You can’t use an old map to explore a new world)”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명언으로 시작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100년’이라는 ‘미지의 땅’을 탐험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지도는 어떤 것인가.

서기 150년에 제작된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에 수록된 세계 지도. [사진 동아시아]
지도는 구체(球體)인 지구의 표면을 축소해 평면에 옮긴 것이다. 구체의 표면을 평면에 옮기는 과정에는 왜곡이 따른다. 인류는 그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물이 다양한 도법(圖法, map projection)이다. 메르카토르, 골 페터스 등의 도법이 발명됐다. 21세기 들어 인공위성과 디지털 3차원 그래픽 기술은 지도와 도법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왜곡을 최소화한 지도가 등장한다. 대표적인 게 ‘구글맵’으로 불린 구글의 3차원 지도다. 구글맵에서는 지구 전체부터 지구 위 한 지점을 사진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사 사진 형식의 지도가 등장했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데 필요한 새 지도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도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

책 속의 한 주제다. 제목 ‘불평등’. 새로운 지도를 통해 설명한다는 게 어떤 방식일까. 저자들은 지구 위 두 지점을 선택했다. 나이지리아 라고스주와 미국 뉴욕주. 면적이 비슷한 두 지역 모두 바닷가이고, 인구는 2000만명 안팎이다. 2016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찍은 밤 사진을 비교한다. 축적, 지명이 찍힌 ‘사진 지도’다. 불야성의 뉴욕주와 그렇지 못한 라고스주. 저자는 “충격적일 정도의 에너지 불평등이 존재한다”며 그 결과를 나열한다. 전기 부족으로 등유와 양초에 의존하고, 요리와 청소할 시간이 부족하고, 공부도 더 많이 할 수 없고, 결국 빈곤으로 이어진다. 문제 해결사례와 효과를 덧붙인다. 전기가 공급되면 가로등을 켜고, 범죄가 줄고, 공부할 시간이 늘고, 음식을 냉장 보관하고, 소매업이 번성하자, 소득과 고용률이 오른다.

저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100장의 지도를 통해 ▶세계화 ▶기후 ▶도시화 ▶기술 ▶불평등 ▶지정학 ▶폭력 ▶인구 ▶이주 ▶식량 ▶건강 ▶교육 ▶문화 등 13개 주제를 다룬다. 책 속의 지도는 우리가 그간 걸어온 길과 ‘미지의 땅’으로 가는 길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도 외에도 다양한 도표가 이해를 돕는다. 13개 주제를 모두 다룬 뒤 저자들은 마지막 결론에서 독자에게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그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번역서의 옮긴이가 13명이다. 짐작건대 13개 주제를 하나씩 나눠 맡은 듯하다. 일부 눈에 띄는 오자와 비문이 이 좋은 책의 작은 흠집이다. 다음 판에서는 바로잡을 거로 기대한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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