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라오스 1035㎞ 잇는 고속철 개통 “중국 자본·기술로 식민지화 우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1. 12. 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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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대일로’의 핵심 프로젝트
7조원 투자, 쿤밍·비엔티안 연결
시진핑, 화상으로 개통식 참석
태국 등 주변 국가로도 확대 추진
중국·라오스 철도

중국 남부 윈난(雲南)성 쿤밍(昆明)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을 잇는 길이 1035㎞의 중국·라오스 철도가 3일 개통했다. 쿤밍에서 비엔티안까지 최고 시속 160㎞ 열차를 타고 10시간에 주파할 수 있어 양국 간 인적·물적 교류가 늘어날 전망이다. 동남아에서 대표적인 친중(親中) 국가로 평가되는 라오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룬 시술리트 라오스 국가주석이 화상으로 참가한 가운데 철도 개통식을 열었다. 중국·라오스 철도는 시 주석이 추진해 온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의 핵심 프로젝트다. 2015년 말부터 본격 추진됐다.

당장은 코로나 방역 때문에 여객 열차의 경우 국내 구간만 운영하고 화물열차만 양국을 오가게 된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여객 열차는 쿤밍에서 비엔티안까지 국경 통과 시간을 포함해 10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에는 중국 국경 도시인 윈난성 모한(磨憨)에서 라오스 비엔티안까지 차로 1일이 걸렸지만 새로 개통한 철도를 이용하면 3시간대에 도착할 수 있다. 화물열차를 이용하면 기존 도로 운송 대비 운송비가 30% 이상 절감될 전망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라오스 인민들의 철도 꿈[鐵道夢]을 싣고 달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라오스 관영 KPL방송은 이번 개통에 대해 “(라오스가) 쇄국 상태에서 연결된 내륙 국가로 바뀌게 됐다”고 했다.

중국·라오스 철도는 양국의 합작 프로젝트지만 중국이 돈을 빌려주고 건설⋅운영을 맡아 “라오스가 중국의 경제적 식민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노선의 라오스 구간에 투입되는 열차 ‘란창(瀾滄)호’는 중국 중처(中車)그룹이 제작했다. 란창은 라오스 고대 도시의 중국식 명칭이다. 객차 운영 역시 ‘중국철도 쿤밍지사’가 담당한다.

미국 윌리엄·메리대 분석에 따르면, 중국·라오스 철도 프로젝트엔 59억달러(약 7조원)가 투입됐다. 중국과 라오스가 7대3으로 부담하는 구조다. 중국과 라오스가 각각 7대3 지분으로 설립한 회사가 중국 금융기관에서 35억4000만달러를 대출받고, 중국과 라오스 정부가 각각 16억3000만달러, 7억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익명의 라오스 관리를 인용해 “라오스가 직접 투자한 7억3000만달러 가운데 4억8000만달러는 중국수출입은행에서 연 2.3% 이율로 빌린 것”이라고 보도했다.

59억달러는 라오스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라오스 정부는 애초 2027년부터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중국에 대한 대출 상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으로 개발도상국을 ‘부채의 함정’에 빠트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중국·라오스 철도가 개통되면서 라오스와 인접한 태국 등 동남아 다른 국가와의 철도 연결 사업도 탄력 받을 전망이다. 중국은 쿤밍에서 믈라카해협의 관문인 싱가포르를 철도망으로 잇겠다는 ‘범아시아 철도 네트워크’ 계획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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