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네가 물이 되어도 괜찮아..다시 눈이 오면 너를 찾을 테니까 [그림책]
[경향신문]
눈아이
안녕달 글·그림
창비 | 96쪽 | 1만6000원
뽀득뽀득. 눈 덮인 들판에 덩그러니 놓인 채 홀로 이상한 소리를 내는 눈덩이를 아이는 지나치지 못한다. 아이는 눈덩이에게 팔과 다리, 눈과 귀와 커다란 입을 만들어주고 ‘안녕’이란 인사를 건넨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우아우아우아우아우아~” 눈덩이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겨울의 한가운데서, 아이에게 눈덩이는 이제 ‘눈아이’가 된다.
안녕달 작가의 신작 <눈아이>는 서로 다른 존재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는 빛나는 순간들을 아름답고도 뭉클하게 그린 그림책이다. 친구가 된 아이와 눈아이는 눈으로 빚은 차가운 ‘눈빵’을 먹어치우고, 별 이유 없이 토끼를 쫓아가고, 책가방 썰매를 타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인 고요한 들판, 두 아이가 신나게 한겨울을 만끽하는 모습이 미소를 자아낸다.
아이들에게 서로의 다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이가 눈아이의 손을 잡자 그 손은 곧 온기에 녹아내린다.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 깨달은 그 순간에도 둘은 나름의 방법을 찾아낸다. 아이와 눈아이는 빨간색 털장갑을 하나씩 나눠 낀 채 손을 맞잡는다.
2015년 <수박 수영장>을 시작으로 <쓰레기통 요정> <당근 유치원> 등 따뜻한 시선과 발랄한 상상력이 가득 담긴 그림책을 매년 선보여온 안녕달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서정적인 겨울 풍경을 배경으로 두 친구의 마법 같은 우정을 그린다. 유년의 빛나는 한때를 색연필과 연필을 사용한 고운 필치의 그림으로 펼쳐보인다. 두 친구의 우정이 깊어질수록 따스한 봄은 다가오고, 눈아이는 점점 작아진다. “내가 더러운 물이 되어도 우리는 친구야?”
어떤 마음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전해진다. 찾아오는 봄을 막을 순 없고 두 아이의 이별도 예견된 일이지만, 아이와 눈아이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숨바꼭질 놀이를 하며 그 순간을 맞는다. 이별을 슬퍼할 필요는 없다. 언 땅이 녹고 새싹이 돋아나는 봄과 점차 푸른빛으로 물들어가는 여름의 언덕을 지나, 붉은 가을에서 다시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이 오기까지. 아이가 제법 긴 숨바꼭질 놀이를 끝낼 때쯤엔 거짓말처럼 다시 눈아이를 만나게 될 테니 말이다. 다시 흰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의 언덕. 눈덩이를 들판에 홀로 외롭게 두지 않으려는 고운 마음이 다시 친구를 부른다. “찾았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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